[매경닷컴 MK스포츠 박찬형 기자] 화가 이흥덕(66)은 1980년대부터 꾸준히 대한민국의 현실과 삶을 관찰해왔다. 도화지 위 그의 그림은 위선적인 삶을 이어가는 도시인들에게 일침을 가하는가하면, 때론 우리 시대의 에로시티즘(Eroticism)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다.
이흥덕 작가는 오롯이 ‘민중미술가’라는 한길만 걸어왔다. 그런 그가 최근 보상 아닌 보상을 받았다. 금보성 아트센터와 한국미술협회가 공동 주최하고 운영하는 ‘한국작가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것이다. 한길만 고집한 뚝심의 결과다.
‘한국작가상’ 수상자에게는 총 상금 1억 원이 주어지며, 내년 금보성 아트센터를 통해 수상작가 전시를 개최할 수 있다. 특히 65세 이상의 작가,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가지면서도 화단에서 저평가 되거나 소외된 작가에게 주어지는 상이라는 점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 상을 처음 받아본다는 이흥덕 작가 ‘얼떨떨’
‘한국작가상’ 심사위원단(심사위원장 김종근)은 오랫동안 독창적인 시선으로 현실 비판적인 문제들을 일관되게 다뤄온 이흥덕 작가를 수상자로 결정했다. 이 작가는 일상적 대중 공간을 무대로 현대인의 삶과 불안의 본능을 강렬하고도 독창적인 색채로 풀어냈다는 극찬을 받았다.
심사위원단과 대중들을 매료시킨 그이지만, 한평생 ‘상’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먼저 뜻 깊은 상을 받게 돼 기쁘다. 지금껏 상을 받는다는 느낌이 뭔지 몰랐다. 나이를 많이 먹고 상을 받게 되니 솔직히 의아하기도, 당황스럽기도 하다. 큰 상을 받았다고 해서 작가로서의 삶에 변화는 없을 것이다. 눈 먼 자가 아닌, 눈 밝은 자로서 꾸준하게 세상을 관찰할 것이다.”
▲ 이흥덕 작가에게 ‘불안’이란...
‘타고난 관찰자’로 불리는 이흥덕 작가는 인간의 숨겨진 성(性)적 욕망, 관음(觀淫) 그리고 난무하는 폭력을 능수능란하게 회화적 표현으로 풍자한다. 관찰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욕망과 판타지를 뒤섞어 리얼리티를 배가시킨다.
“사회의 흐름과 현상은 매우 다양하다. 어떤 때는 민주주의 자유를 열망하기도 하고, 또 사회적으로 성에 대한 호기심이 증폭될 때가 있다. 관음증도 인간의 본성이기도 하다. 나는 이런 상황을 그림을 통해 사람들과 공감해보고, 우리 스스로의 자세를 바로 세우는 기회를 잡길 희망한다.”
또한 이 작가는 오래 전부터 ‘불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의 작품 ‘붓다 예수 서울에 입성하시다’, ‘지하철 사람들’ 등은 시대현실의 불안에 대해 표현했다. 진중함을 잃지 않는 선에서 신랄하게 풍자와 비판한다.
“대학생 시절 광주사태와 같은 시대적 상황을 겪으며 사회적으로 감시받는 삶을 살았다. 자유를 갈망하던 우리지만, 작업을 할 당시 항상 불안에 떨어야 했다. 그때 시작한 관찰과 그림이 자연스럽게 내 작품에 녹여든 계기가 됐다.”
사진=천정환 기자
▲ 나는 대한민국 민중미술가다
이흥덕 작가는 뜻을 함께 하는 동료들과 함께 ‘광화문미술행동’을 하고 있다. 정치를 소재로 비유, 풍자, 해학, 블랙 유머, 비판 등으로 회화를 지속해 오고 있다. 지난해 광화문에 치된 그의 작품, ‘지하철 퍼레이드’는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늘 한국의 현실을 들여다본다. 나는 미술이라는 것이 작업실이 아닌 현실에 뛰어들어야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광화문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촛불집회에 참석해보니 민중들의 힘이 느껴졌다. 그 시민들의 심정을 작품에 녹여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림은 전시를 하고, 또 집에 예쁘게 소장하는 것으로도 가치가 있지만, 현실로 나아가 대중들 사이에서 공감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세대의 창조물들을 함께 느끼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것에 더욱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