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백두산’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이병헌이었다. 숱한 화제를 모은 수백 억 제작비나 화려한 CG가 아닌, 이병헌이라는 존재 자체가 이 영화의 무기다.
‘백두산’(감독 이해준, 김병서)은 남과 북 모두를 집어삼킬 초유의 재난인 백두산의 마지막 폭발을 막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김씨 표류기’(2009), ‘나의 독재자’(2014)를 연출한 이해준 감독과 ‘협녀: 칼의 기억’(2015), ‘신과함께’(2017), ‘PMC: 더 벙커’(2018) 등을 촬영한 김병서 감독이 공동 연출했으며 ‘신과함께’ 시리즈를 제작한 덱스터스튜디오가 제작에 참여했다.
대한민국 관측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백두산 폭발이 발생한다. 한반도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되고 남과 북 모두 위기에 놓인다. 민정수석 전유경(전혜진 분)은 재난을 막기 위해 백두산 폭발을 연구해온 지질학 교수 강봉래(마동석 분)의 이론에 따라 새로운 작전을 계획하고 여기에 전역을 하루 앞둔 특전사 EOD 대위 조인창(하정우 분)이 비밀작전에 투입된다. 그리고 무력부 소속 일급 자원 리준평(이병헌 분)과 접선에 성공한다.
민간인 신분을 코앞에 두고 있던 인창에게 화산 폭발은 국가적 재난이자 개인적 비극이다. 백두산이 폭발한 날은 아내 지영(배수지 분)이 품은 뱃속 아기의 성별을 알 수 있는 날이었다. 그러나 작전에 투입되며 안정감 있는 일상은 미지수가 되고 목숨마저 위협받는 상황에 놓인다. 비극은 준평도 마찬가지다. 인창에게 임신한 아내가 있다면 준평에게는 아빠 노릇 한번 못해준 딸 순옥이 있다.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공통점을 지닌 두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친다.
‘백두산’은 재난 장르이자 버디무비다. 모든 방해요소가 제거되고 백두산이라는 목표만 남겨지는 중후반부터는 두 인물이 생사를 건 작전을 펼친다. 각자의 목적을 위해 서로가 필요했던 이들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상대의 처지와 감정을 그 누구보다 가장 잘 이해하고 공감한다. 여기서, 가장 위험한 곳에 오로지 딱 둘만 남은 진퇴양난의 상황은 인창과 준평의 우정 아닌 우정을 증폭시키는 노골적이면서도 영리한 장치다.
백두산은 개봉을 하루 앞둔 18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대개 한국영화가 개봉을 약 1, 2주가량 앞두고 시사회를 여는 데 비하면 상당히 늦은 일정으로 그만큼 후반작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는 뜻이다. 그렇게 공들인 CG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어색하지도 않다. 방심할 틈을 주지 않는 화산 폭발은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그 어떤 전쟁영화보다 참담한 심정이 들게 만든다.
영화 ‘백두산’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덱스터스튜디오
현실적 공감을 불러일으키거나 서사의 빈틈을 채우는 건 이병헌의 연기다. 실없는 농담을 던지다가도 뒤를 돌아 바로 낯을 바꾸는 모습은 백두산 폭발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 후회로 젖어든 부성의 처절함과 목적을 위해선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이는 준평의 다층적 감정선은 영화에 대한 설득력을 높인다. 굳이 악하거나 선한 가면을 선택하지 않고도 감정이 선명한 인물을 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하는 이병헌이다.
결국 ‘백두산’의 가장 강력한 무기 이병헌. 자유자재로 연기하는 그를 보는 것만으로도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19일 개봉.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