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톰 에고이안, 거대한 상처를 안고 헤매는 사람들 [김노을의 디렉토리]

매경닷컴 MK스포츠 김노을 기자

연출자의 작품·연출관은 창작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영화, 드라마, 예능 모두 마찬가지죠. 알아두면 이해와 선택에 도움이 되는 연출자의 작품 세계. 자, 지금부터 ‘디렉토리’가 힌트를 드릴게요. <편집자주> 아톰 에고이안 감독은 이집트 태생으로 미국계 이집트인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1984년 영화 ‘가장 가까운 친척’으로 데뷔한 그는 유수 영화제에서 환영받으며 필모그래피를 탄탄히 했다. 제5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 위촉, 칸 국제영화제 60주년을 기념하는 33편의 단편영화가 모인 ‘그들 각자의 영화관’을 연출한 35명의 거장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이 그 증거이기도 하다.

그의 영화에는 각자 내밀하고 거대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개인이기도 하고 공동체이기도 하다. 또 때로는 개인이었다가 공동체로 편입되는 등 다양한 인간관계성을 지닌다. 최근에는 이렇다 할 작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지만 그가 천착한 테마의 색은 20여 년이 지나도 또렷하다.

아톰 에고이안 감독 사진=ⓒAFPBBNews=News1
아톰 에고이안 감독 사진=ⓒAFPBBNews=News1
◇ 평범한 척하는 사람들 아톰 에고이안의 1997년작 ‘달콤한 후세’는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또 아카데미시상식 감독상, 각색상에 후보 지명되는 등 그에게 국제적 명성을 안겨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캐나다의 작은 마을에서 스쿨버스가 언 강에 처박히며 14명의 아이들이 사망하고 많은 마을 사람들이 다치며 시작된다. 생존자는 운전사와 다리를 못 쓰게 된 소녀 니콜 둘 뿐이다. 이 사고로 인해 작은 마을 공동체는 분열하고, 사고의 원인으로 다양한 추측이 존재한다. 처음부터 강력하고 명확한 사건을 제시하고 사고의 이유를 찾는 과정이 영화의 전반적인 중심축이다.

변호사 미첼은 소송을 위한 희생양을 찾으러 이 마을에 온다. 텍스트만 두고 보면 법정물의 지독한 변호사 같지만 사실 미첼은 이곳에 오기 얼마 전 마약 중독으로 자녀를 잃은 유가족이다. 그리고 미첼이 어린 자녀를 잃은 유가족을 일일이 만나며 마을의 비밀에 가까워지는 것이 ‘달콤한 후세’의 골자다.

영화 ‘달콤한 후세’ 포스터 사진=‘달콤한 후세’
영화 ‘달콤한 후세’ 포스터 사진=‘달콤한 후세’
이 마을 사람들은 버스 사고 때문에 졸지에 유가족이 됐다. 이유는 다르지만 미첼도 마찬가지다. 사실 마을 사람들이나 미첼이나 겉에서 혹은 외부자가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나 고충이 없어 보이지만 모두가 평범함을 가장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었다. 아톰 에고이안은 저마다 상처를 안은 사람들의 감정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면서도 직설적으로 전달한다. 오히려 캐릭터의 내밀함을 건들지 않음으로써 직설적인 태도가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아톰 에고이안의 명확하지 않은 태도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게 만들지만 때로는 이 명확하지 않음이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실마리인 줄 알고 따라가던 것이 미궁이라는 사실과 마주한 순간 그 불친절함의 이유를 알게 되거나 당혹스러워진다. 그러면 비로소 수면 아래 비밀에 가까워지는 인물의 심정을 미미하게나마 알게 되는 것이다.

영화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 포스터 사진=‘리멤버: 기억의 살인자’
영화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 포스터 사진=‘리멤버: 기억의 살인자’
◇ 과거의 상처는 영원히 기억된다 아톰 에고이안이 지난 2015년 내놓은 영화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가 지난 2일 국내 개봉했다.

주인공 거트만은 아내가 죽고 은퇴한 후 조용히 살고 있다. 다만 치매로 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문제다. 가족을 죽인 아우슈비츠의 나치를 찾아 복수해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문제다.

‘리멤버’는 결국 지워지지 않는 과거의 상처와 영원한 기억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것을 나치로 형상화했다. 부인이 먼저 세상을 떠나고, 이제는 치매까지 앓지만 거트만은 복수에 대한 처절한 몸부림을 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모두 나이 든 사람들이다. 공통된 상처를 안고 수십 년을 헤매는 노인들이 인간 보편인 동시에 특수한 감정을 이야기한다. 그들은 모두 산 증인이고 고통 그 자체다. 아톰 에고이안은 자신의 주제를 미스터리 장르에 빗대어 말한다. 그 끝에 마주한 엄청난 반전은 충격적이면서도 어딘가 허무한 감정을 안긴다. sunset@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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