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하늘에게도 흔한 경험이 아니었다. ‘원맨쇼’라고 할 만큼, 강하늘이 영화 한 편을 다채롭게 이끌어 갔다.
영화 ‘스트리밍’(감독 조장호)은 구독자 수 1위의 범죄 채널 스트리머 우상이 풀리지 않던 연쇄살인사건의 단서를 발견하고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방송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다.
‘스트리밍’에는 ‘오징어 게임 시즌2’, ‘동백꽃 필 무렵’, ‘청년경찰’, ‘30일’, ‘동주’ 등 장르를 불문하고 탄탄한 연기력을 입증해 온 강하늘이 구독자 수 1위의 범죄 전문 채널 스트리머 ‘우상’으로 파격 변신했다.
“이렇게 혼자 하는 건 처음이었다. 흔한 경험은 아니었다. 오랜만에 작품을 잊고 살았던 시간이 있다 보니까 그래서 그런지 저도 관객 모드로 재밌게 봤던 것 같다. ‘내가 이 다음엔 이렇게 했구나, 저렇게 했구나’ 저도 같이 따라갔던 것 같다. 되게 재밌었다.”
강하늘은 대본만 보고도 작품에 매료됐다. 대본 자체에서 1인칭으로 스트리밍하는 느낌이 지금까지 봐온 대본의 느낌과 많이 달랐고, 이 지점이 신선하게 다가와 욕심으로까지 이어졌다.
“대본을 봤는데 영화라는 매체에서 연극적인 톤을 해볼 수 있겠다는 점이 신선했다. 대본을 읽을 때 보통 연극 대본을 읽으면 영화 대본은 이렇게 많은 걸 만나 볼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되게 재밌겠다는 생각이 많았던 것 같다. 영화를 찍는데 연극적으로 다가갈 수 있겠다 싶었다. 원톱 이야기도 있고, 대본에도 우상이 많긴 하지만 다른 인물도 많기 때문에 원톱이라는 생각은 안 했다. 원톱 느낌보다는 원테이크라는 기법 자체가 워낙 제가 좋아하는 영화적 기법이어서 그거에 대한 재밌겠다는 생각이 많았다.”
영화의 본질이 곧 실시간 방송이라고 생각한 조장호 감독은 한 씬을 편집 없이 원테이크로 촬영하는 과감한 도전을 꾀했다. 이는 실시간 스트리밍을 소재로 한 여타의 작품들과 ‘스트리밍’이 가장 차별화를 둔 포인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작품에서 원테이크 연기를 해본 건 처음이다. 원테이크 촬영은 감독님 스스로도 모험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쉽게 시도하기 어려운데, 또 제대로 나왔을 때의 그 느낌이 좋은 것 같다.”
‘우상’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범죄 채널 스트리머로 구독자 수 1위를 오랜 기간 유지 중이다. 냉철한 분석력, 치밀한 연구로 미제 범죄 사건들을 프로파일링하고 타고난 감각으로 시청자들을 방송으로 끌어들이는 매력까지 겸비했다. ‘우상’은 강하늘을 만나 더욱 입체적인 캐릭터로 살아났다. 머리를 쓸어 올리는 습관 설정이 용이한 올백 헤어에 눈길이 가는 문신까지 기존의 이미지를 벗어던진 외적인 스타일링의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캐릭터를 연구할 당시 영향을 받은 분이 유튜버 김원, 디바제시카 님이다. 사진을 하나씩 띄우는 느낌, 미스터리 채널 운영해나가는 무게감, 분위기 등을 우상에 넣으려고 했다. 그 두 분의 분위기를 넣으려고 했다.”
“우상이 하는 말이 거짓말 같기도 하고 호감보다는 비호감 느낌이 강하길 바랐다. 특히 외형적으로는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느낌보다 진짜 허세스럽고 표현하기 좋아하고 과하게 드러낼 수 있는 느낌이면 좋겠다 싶었다. 옷도 정장인데 쓰리 피스까지 입는, 심취해있는 느낌으로 시도해봤던 것 같다. 이런 의견을 냈을 때 다행히 감독님께서 좋아해주셨고 분장팀, 의상팀도 괜찮다고 좋아해주셔서 같이 상의해서 ‘우상’을 만들어내게 됐다.”
조장호 감독은 무한경쟁이라는 설정을 통해 스트리머들이 극단적인 일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설득력을 부여해 더 흡입력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무한 경쟁과 승자독식 시스템의 스트리밍 플랫폼과 화제성 1위 스트리머의 도파민 터지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일상 깊숙이 파고든 고자극 개인 방송 세계의 실상과 민낯을 들여다보고자 했다.
강하늘도 ‘우상’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관객들이 우상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인지하고 넘어갔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우상을 연기하면서 사람들이 우상이라는 캐릭터가 하는 것이 좋지 않은 것을 인지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연기를 할 때는 그 상황에서 ‘내가 맞다’는 식으로 행동해야 그게 맞다는 걸 인지할 수 있지 않나. 저는 연기할 때 그렇게 했다. 만약 우상 같은 친구 같은, 사이버렉카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좋지 않았을 것 같다.”
“물론 우리 영화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세요’하는 건 주제 넘는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번쯤 영화를 보면서 진짜 내 주변, 내 휴대폰으로 볼 수 있는 영상 하나가 조금만 더 다르게 다가갈 수 있고,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면 우리 영화가 할 수 있는 건 다할 수 있는 게 아닌가.”
‘배우 강하늘’하면 늘 따라다니는 키워드는 ‘미담’이다. 현장에서도 또다시 언급된 미담에 부담스러운지 물어보자 강하늘은 “부담스럽지 않다. 악담보다는 낫다. 당연히 좋다. 부끄럽기는 하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미담제조기’라는 단어가 삶의 큰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는 그는 “그렇게 불러주시는 게 너무 고마운데 노력해서 사는 거였으면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 같다. 저는 편하게 사는데 그렇게 불러주시니까 오히려 감사할 뿐”이라며 겸손하게 답했다.
“제가 착하지는 않다. 늘 재밌게 살려고 노력한다. 얼굴 찌푸리는 일 있으면 슬프지 않냐. 다같이 얼굴 보고 웃는 일 만들면 좋으니까. 현장에 가서도 이 현장에 다같이 모였는데 웃으면서 촬영하면 좋지 않냐. 착하게 살려고 하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화가 나는 게 있다면, 화가 나는 것보다 못 참는 건 예의가 없는 거다. 예를 들어 친구가 배달 기사님이나 다른 분들에게 무례한 태도를 보이면 다시 가서 ‘감사합니다 인사하고 와’라고 한다. 후배들 중에 예의 없는 사람 있으면 학교 다닐 때는 많이 혼내기도 했다. 근데 그 예의 없는 게 포인트가 다를 수는 있다. 그냥 단순히 예의 없다는 넘어갈 수도 있는데 되게 미묘한 부분에 예의 없음이 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때는 한 번씩 이야기를 해주는 편이다.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무례하게 되어버리는 일이 있는데 그런 건 ‘방금 전에 그건 아니었던 것 같아’라고 이야기했던 것 같다.”
[손진아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