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제조기’로 유명한 배우 강하늘이 ‘미담’이 아닌 ‘마약’으로 돌아왔다. 영화 ‘야당’에서 말이다.
마약 수사의 뒷거래 현장에 실제로 존재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야당을 소재로 한 영화 ‘야당’은 대한민국 마약판을 설계하는 브로커 야당, 더 높은 곳에 오르려는 검사, 마약 범죄 소탕에 모든 것을 건 형사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엮이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범죄 액션 영화이다.
“찍을 때도 재밌게 찍었는데, 다른 배우들의 무게와 캐릭터가 더해지니 더 재밌더라. 저는 진짜 재밌게 봤다. 내가 나와서가 아니고 이 작품이 재밌다”고 말한 강하늘이 ‘야당’을 선택한 이유는 모르고 살았던 야당이라는 소재 자체였다.
“처음 대본을 읽을 때 ‘야당’이라는 존재가 허구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읽다 보니 생각보다 더 디테일하게 적혀 있더라고요. 실제로 저희 회사 대표님의 친구분이 마약반 형사님으로 계시거든요. 이후에 대표님께서 친구분을 만나 ‘야당’에 대해 물어 봤더니 ‘너 그걸 어떻게 아냐’고 도리어 물어보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알았어요. ‘야당’이라는 존재가 진짜로 있다는 것을. 그걸 알고 다시 읽으니 더 몰입되더라고요.”
야당인 이강수를 연기하면서 강하늘이 가장 많이 신경 썼던 지점 중 하나는 호감과 비호감 사이 줄타기였다. 이강수가 마약 범죄자들과 검·경찰 사이를 오가며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인물만큼 야당을 정당화하고 싶지 않으나, 그렇다고 극을 이끌어 가는 인물을 비호감으로 그리면 몰입도를 망칠 수 있는 만큼 그사이 지점을 지키는 게 중요했다는 것이다.
“특정한 인물을 떠올리지는 않았어요. 제목이 ‘야당’이지만, 야당이 하는 행동이 선한 행동은 아니잖아요. 너무 착하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악하지 않은 중간에 있는 ‘박쥐 같은 캐릭터’를 그리고 싶었어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박쥐였으면 좋겠다 싶었죠. 관객들이 이강수라는 인물을 따라갈 때 ‘마음’이 가서 따라가기보다는, ‘저 캐릭터가 다음에는 어떻게 될까’를 궁금해하면서 따라오길 바라면서 연기했던 것 같아요.”
영화 ‘부당거래’에 국선변호사 역으로 등장하며 ‘씬스틸러’ 활약을 펼쳤던 배우이자, ‘연기’ 잘 하기로 유명한 황병국 감독에게 따로 연기에 대한 디렉팅을 받은 바가 있느냐는 질문에 강하늘은 “감독님께서 워낙 연기를 잘하셔서 하라는 대로 했다”고 웃었다.
“감독님만의 특유의 독특한 호흡이 있어요. 말을 하다가 ‘툭’ 끊는 느낌이 있는데, 저는 그런 걸 좋아해요.(웃음) 연기할 때 독특한 호흡이 묻어나시는데, 디렉션을 주실 때도 그런게 나오니 계속 보고 싶어지는 그런게 있어요. 저는 어느 촬영이나 재밌게 촬영하는 편이기는한데, ‘야당’의 경우 감독님도 다들 아시다시피 유쾌하시고 스태프들도 배우도 모두 유쾌하고, 배테랑이다 보니 ‘툭하면 툭’하는 어떤 톱니바퀴가 잘 맞아떨어졌어요. 톱니바키가 무척 잘 굴러가서 재미있었죠.”
‘야당’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주요한 소재가 있다. 바로 야당이 활동하는 ‘마약’이다. 실제로 극중 강수는 야당짓을 하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고, 도리어 마약의 중독되는 불상사를 겪는다. 마약에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는 처절한 과정을 극적으로 그려낸 강하늘은 이를 연기하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에 대해서 솔직하게 고백했다.
“사실 마약이나 이런 것들을 잘 모르다 보니, 유튜브 영상을 많이 참고했어요 국내 뿐 아니라 외국에서 만든 다큐멘터리라든지, 마약사범들이 첫 마약을 접했을 때를 이야기하는 인터뷰, 재활하는 과정을 다룬 영상들도 봤죠. 현장에 자문으로 오신 형사님께도 직접 이야기를 듣고 이를 연기에 섰거봤어요. 제가 마약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한 가지 믿었던 부분은 모두가 마약을 했을 때 똑같은 식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고 말이었어요. 마약을 접하는 이들마다 각기 다른 느낌으로 온다고 해서, 어느 정도 열어두고 표현할 수 있겠다 싶기도 했죠.”
후반부 마약의 늪에서 빠져나온 이강수는 말을 하는 과정 가운데 더듬는 지점도 있다. 이 역시 의도한 것이냐는 질문에 강하늘은 “마약 후유증을 검색 했는데 여러 가지 증상이 있더라”며 말을 이어갔다.
“마약 후유증으로 손을 전다든지 다리를 전다든지, 생각이 느려지는 일도 있더라고요. 이와 같은 휴우증을 하나 넣으면 어떨까 생각 했는데, 다리를 절거나 하면 후반부에 액션신을 못 하니 안 되고, 손을 절자니 계속 보여주기도 애매하더라고요. 뭔가 엄청 크지 않으면서 사람들에게 조금 ‘오잉’하는 느낌을 줄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하다가 말 더듬는 걸 넣으면 후유증처럼 보이지 않을까 싶어서 시도해 봤어요. 그렇게 몇 테이크를 갔는데, 감독님게서 괜찮다고 해주셔서 시키는 대로 했죠. (웃음)”
극 중 이강수의 감정 및 관계성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인물은 바로 유해진이 연기하는 구관희다. 이강수와 구관희의 관계에 대해 강하늘은 “둘이 가까워져 있는 모습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저도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저를 좋아해 주는 동생도 생기고, 마음이 가는 동생도 생기기도 하잖아요. 제가 동생들에게 받는 느낌이나 표정을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 이강희는 구관희를 따르는 동생이잖아요. ‘형~’ 하면서 따르는 동생처럼 보이고 싶었어요. 유해진 선배님과의 호흡이요? 너무 잘 챙겨주시고 굉장히 스윗하셨어요. ‘스윗’하다는 것이, 충청도식, 묵직한 울림이랄까, 그런 부분에서 감사한 것이 많았죠. 현장에서 제일 감사했던 것은 한참 밑의 후배나 동생이 아닌 동료처럼 생각해 주셔서 그게 제일 감사했어요. 어린 시절 농구 코트나 가면 농구를 정말 잘해서 진짜 멋있는 형들이 있잖아요. 유해진 선배님은 저에게 있어 농구 잘하는, 그런 형과 같았어요. 많은 동생들 중에 저에게 말을 걸어주는 것이 정말 멋있었고, 정말 멋진 선배님께서 말 한 마디씩 걸어주는 것이 너무 감격스러웠죠.”
자신은 유해진에게 어떤 동생이으로 비춰졌을까 하는 질문에 강하늘은 “나쁘지 않은 동생이지 않았을까요”라고 답했다.
“사실 그건 해진 선배님이 말씀해 주셔야 하는 부분일 거 같아요.(웃음) 촬영 현장에서는 제가 엄청 앵겨붙기는 했어요. 해진 선배님이 집중하시는 순간이 있는데, 저도 배우이다 보니 그 타이밍을 알잖아요. 그때는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었어요. 구관희가 극적으로 치달아야 하는 부분이 많다보니 그때 최대한 옆으로 못 갔다. 집중하는 순간이 필요할 때마다 떨어져 있었어요.”
‘야당’에서 인상깊은 장면 중 하나는 바로 ‘장어’ 수족관에서의 싸움이었다. 강하늘은 장어에 얽힌 비하인드에 대해 “원래 시나리오 처음에는 장어 수조 안에서 물속에서 싸우는 거였다”라고 털어놓았다.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전문가들이 ‘말이 안 되고 위험하다’다고 말리더라고요. 장어가 모든 구멍으로 들어가는 습성이 있어서, 실제로 수조에서 찍으면 입이나 그런 곳에 다 들어간다고. 그래서 저희는 ‘그렇구나’하고 물을 빼고 액션신을 찍었죠.”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을 비롯해 ‘스트리밍’ ‘야당’ 등 최근 강하늘의 행보는 ‘장르물’에 가까웠다. 특정 장르를 좋아하는 것이냐는 말에 강하늘은 “딱히 장르물을 따로 좋아하는 건 아니고, 그냥 재밌게 읽은 작품들이 그렇게 된 거 같다”고 답했다.
“곧 나오는 지니 TV 오리지널 ‘당신의 맛’은 또 장르물과 동떨어져 있어요. 저는 그냥 그때 딱 재밌었던 작품을 선택하는 거 같은데 그게 몰렸었나 싶기도 하네요. 저는 대본을 읽으면 글로 쓴 대본이 어느 정도 느껴지는 것이 있어요. 세팅은 이렇게 돼 있을 거 같고 그려지는 부분이 있는데, 그중 유독 내 머리를 계속 굴러가게 만드는 대본이 있다. 신을 넘어가는 순간들이 그려지면서 영감이라고 표현해야 하나, 그런 작품이 있다. 고민하는 지점이 있다든지, 흥미롭게 읽히는 작품들이 있는데, 저는 저의 머리를 계속 굴러가게 해주는 대본 재밌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금빛나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