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기록을 계속 더 세우고 싶어요.”
통산 세 번째이자 최연소로 5년 연속 20세이브를 올린 정해영(KIA 타이거즈)이 앞으로의 활약을 약속했다.
정해영은 2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LG 트윈스와 원정경기에 KIA가 9-8로 근소히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문보경에게 좌전 안타를 맞은 정해영은 침착히 이주헌을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이어 박해민에게는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곧 위기가 찾아왔다. 신민재에게 좌전 2루타를 내준 것. 다행히 흔들리지 않았다. 송찬의를 좌익수 플라이로 묶으며 이날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최종 성적은 1이닝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 이 같은 정해영의 활약을 앞세운 KIA는 전날(27일) 3-4 패전을 설욕하며 40승(3무 35패) 고지에 도달했다. 정해영에게는 올 시즌 20번째 세이브가 주어졌다.
이로써 정해영은 5년 연속 20세이브 달성하게 됐다. 구대성(프로 입단 8년 차), 손승락(12년 차)에 이은 KBO 통산 세 번째이자 최연소(6년 차) 기록이다.
경기 후 정해영은 9회말 2사 후 위기 상황에 대해 “저는 잘 던졌다 생각했는데, (신)민재 형이 잘 쳤다. (실점이 안 돼) 안도의 한숨 쉬었다. 베스트 피칭을 했는데, 민재 형이 더 잘 친것 같다. (후속 타자였던 송찬의 선수는) 무조건 막는다는 생각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일단 이겨 다행이다. 오늘 같은 경우는 운도 조금 좋지 않았지만, 수비진이 잘 도와줘 끝까지 지킬 수 있었다”며 “(세이브를) 계속 더 많이 하고 싶다. 이런 기록을 계속 더 세우고 싶다. 그러려면 몸 관리를 잘해야 한다. 일단 안 다치는 것에 더욱 중점을 둬야 할 것 같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대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이범호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믿음 덕분이라고.
그는 “감독님, 코치님께 너무 감사드린다. 이런 기회를 주셔서 제가 할 수 있었다. 저도 그 기회를 잘 잡은 것 같다. 우선 감독님, 코치님께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 밖에 나지 않는다”고 진심을 전했다.
정해영의 아버지 정회열 전 감독과 어머니는 이날 경기장을 찾아 아들이 대기록을 세우는 순간을 함께했다.
정해영은 “오늘 어머니, 아버지가 (경기장에) 오셨다. 오셨을 때 의미 있는 기록 세워 너무 기분이 좋다. 100세이브 했을 때 어머니가 오실 수 있었는데, 일 때문에 못 오셔서 많이 후회한다 하셨다. 이런 기록 세울 때 현장에 계셔서 너무 좋은 것 같다”고 배시시 웃었다.
2020년 1차 지명으로 KIA의 부름을 받은 정해영은 어느덧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로 우뚝 섰다. 이날 포함 통산 성적은 308경기(300이닝) 출전에 20승 25패 13홀드 141세이브 평균자책점 2.85. 단 이런 그에게도 여전히 야구는 쉽지 않다고.
정해영은 “야구는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다. 경험이 쌓이긴 하는데 매일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못하면) 빨리 잊어버리고 다시 좋은 경기력을 내야 한다.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21일은 정해영에게 힘든 하루가 됐다. 인천 SSG랜더스전에 출전했지만, 0.1이닝 4피안타 2실점으로 블론세이브를 떠안은 까닭이다.
그는 “그때 당시에만 저에게 화가 났다. 저도 점수를 안 먹고 싶었지만, 상대 타자들이 잘 쳤다. 이미 지나갔기 때문에 빨리 잊어버리는데 중점을 뒀다. (후속 투수로 등판해 추가 실점을 막은) (성)영탁이에게도 미안했다. 잘 막아줘 고마웠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다소 약하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신경이) 안 쓰인다면 거짓말이다. 이상하게 문학경기장 가면 뭔가 안 풀린다. 언젠가는 잘 풀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즌 초 힘든 시기를 보낸 KIA는 최근 거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순위는 어느덧 4위. 3위 롯데 자이언츠(42승 3무 34패)와는 1.5경기 차다.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이 서서히 나오는 모양새다.
정해영은 “안 중요한 경기는 없다. 선수단 모두 작년 (통합 우승은) 빨리 잊어버리고 올해 다시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같이 하고 있다. 지금 (새로 발생한) 부상 선수들도 없고 다 같이 이기고 싶어해 요즘 더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두 눈을 반짝였다.
[잠실(서울)=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