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현(한화 이글스)이 태극마크를 단 채 부활을 꿈꾼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내년 3월 펼쳐지는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대비해 K-베이스볼 시리즈를 치른다. 오는 8일과 9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체코와 격돌한다. 이어 15일~16일 일본과 도쿄돔에서 만나는 일정이다.
대표팀은 2일 처음으로 소집됐다. 4일에는 한국시리즈를 치른 LG 트윈스, 한화 이글스 선수들이 합류한 가운데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선수가 있었다. 김서현이었다.
2023년 전체 1번으로 한화에 지명된 김서현은 통산 126경기(126.2이닝)에서 3승 6패 34세이브 12홀드 평균자책점 4.05를 적어낸 우완투수다. 특히 올해 활약이 좋았다. 69경기(66이닝)에 나서 2승 4패 2홀드 33세이브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 마무리 투수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10월 들어 시련이 찾아왔다. 1일 인천 SSG랜더스전에서 한화가 5-2로 앞서던 9회말 등판해 2아웃을 잡아냈지만, 류효승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뒤 대타 현원회에게 비거리 110m 좌월 2점 아치를 허용했다. 이후 정준재의 볼넷으로 이어진 2사 1루에서는 이율예에게 비거리 110m의 좌월 끝내기 2점포를 헌납하며 패전을 떠안았다. 한화 또한 이날 포함 잔여 경기 전승을 거뒀을 경우 LG와 ‘1위 결정전(타이브레이커)’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 있었지만, 결국 정규리그를 2위로 마감했다.
가을야구에서도 웃지 못했다.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이재현에게 비거리 120m 우중월 솔로포를 맞는 등 0.1이닝 3피안타 1피홈런 2실점에 그쳤다. 이어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도 김영웅에게 동점 3점포를 허용, 0.2이닝 1피안타 1피홈런 2사사구 1탈삼진 1실점에 머물며 한화의 4-7 패배를 막지 못했다.
이후 김서현은 LG와 격돌한 한국시리즈에서도 고개를 숙여야 했다. 1차전에서 0.1이닝 1탈삼진 무실점을 올렸고, 3차전에서는 1.2이닝 1피안타 1사사구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으나, 다시 흔들렸다. 4차전에서 0.2이닝 1피안타 1피홈런 2사사구 3실점으로 무너졌다. 한화 역시 준우승에 그치며 김서현의 첫 가을야구는 그렇게 아쉬움으로 남게됐다.
젊은 나이에 찾아온 너무나 큰 아픔. 대표팀 사령탑은 김서현이 태극마크를 단 채 반등의 실마리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류지현 감독은 “지금 김서현의 마음이 무거울 것”이라며 “이번 소집훈련과 평가전이 마음의 짐을 덜어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국가대표의 시간”이라며 “김서현은 앞길이 창창하고, 국가대표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선수”라고 덧붙였다.
주장도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한국시리즈에서 김서현과 ‘적’으로 만난 뒤 이번 대표팀 주장 완장을 찬 박해민(LG)은 “워낙 좋은 능력을 갖춘 선수다. 큰 선수가 되려면 지나간 일보다 앞에 놓인 과제를 하나씩 해결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면서 “제가 조언할 입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야구를 조금 더 한 선배로서 이야기하자면, 대표팀에는 좋은 투수들이 많다. 서로 대화하며 기분을 전환하고 노하우도 배우면 더 단단해지고,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성장통이 세게 온 만큼 더 많이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김서현의 어깨에 힘을 실어줬다.
특히 김서현은 태극마크에 좋은 기억이 있다. 지난해 말 펼쳐진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 출전해 큰 성장세를 보였다. 당시 4경기에 출전한 그는 3피안타 3볼넷 4탈삼진 평균자책점 0.00으로 맹활약한 바 있다. 과연 ‘국가대표’ 김서현은 또 한 번 성장하며 올해 가을의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을까.
[이한주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