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도 좋은 결과 가지고 올 수 있을 것 같다.”
성인 대표팀 데뷔전서 위력투를 펼친 정우주(한화 이글스)가 앞으로의 활약을 약속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9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NAVER K-BASEBALL SERIES(K-베이스볼 시리즈) 2차전에서 파벨 하딤 감독의 체코를 11-1로 완파했다. 전날(8일) 1차전에서 3-0 승전보를 적어냈던 한국은 이로써 기분좋게 고척 체코 2연전을 끝내게 됐다.
정우주의 활약이 눈부신 경기였다. 그야말로 상대 타선을 압도하며 한국의 허리를 든든히 지켰다.
한국이 2-1로 근소히 앞서던 5회말 2사 1, 3루에서 정우주는 소속팀 선배 김서현을 구원 등판했다. 떨릴 수도 있었지만, 그는 침착했다. 윌리 에스칼라를 삼진으로 솎아내며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기세가 오른 정우주는 6회말에도 순항했다. 미칼 신델카를 3루수 땅볼로 유도했다. 이어 마렉 흘룹, 얀 포스피실은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며 이날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최종 성적은 1.1이닝 3탈삼진 무실점. 총 투구 수는 20구였으며, 패스트볼(14구)과 더불어 커브(3구), 슬라이더(3구)를 구사했다. 패스트볼 최저 구속은 149km, 평균 구속은 151km, 최고 구속은 153km까지 측정됐다. 데일리 최우수선수(MVP)의 영예가 따라왔다.
경기 후 류지현 감독은 “(정우주가) 유일하게 주자 있는 상황에서 올라갔다. 스코어도 2-1 한 점 차였다. 신인 투수인데다 국제 경기 첫 등판이라 쉽지 않았을 것이다. 긴장감도 있었을 것이다. 주자 있는 상황에서 막아냈는데, 이번 국제 경기 등을 통해 내년 더 빠른 성장이 기대된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번 시리즈는 내년 3월 펼쳐지는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체코를 연달아 제압한 한국은 이제 15~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일본과 격돌한다.
정우주는 “1차전에 이어 2차전도 승리했다. 일본에 좋은 분위기로 갈 수 있을 것 같아 상당히 좋다. 형들이나 선배님들 감각도 많이 올라오시는 것 같다. 일본에서도 좋은 결과 가지고 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어 ‘유일하게 주자 있을 때 등판했다’는 취재진의 발언에는 “시간적 여유가 그렇게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어느 정도 충분히 팔을 풀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오히려 그런 상황이 좀 더 긴장이 잘 돼 괜찮았다”고 덤덤히 말했다.
2026 WBC 1라운드에서 체코, 일본, 대만, 호주 등과 함께 C조에 속한 한국은 내년 3월 5일 체코와 대회 첫 경기를 치른다.
정우주는 “체코 타자들이 워낙 파워가 있다. 실투를 많이 조심해야겠다 생각했다. 체코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우리만의 야구를 하면 충분히 좋은 결과 가져올 수 있다 느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더 짧아진 피치클락 및 KBO리그와 다른 공인구도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고.
그는 “정규시즌보다 피치클락이 짧다 보니 템포를 빨리 가져가려 했다. 템포가 빨라지니 제 리듬을 찾은 것 같았다. 별 무리 없었다”며 공에 대해서는 “KBO리그 공보다 미끄러운 경향이 있어 로진을 좀 더 많이 칠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2025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번으로 한화에 지명된 정우주는 올해 51경기(53.2이닝)에서 3승 3홀드 평균자책점 2.85를 적어냈다. 82개의 탈삼진을 잡아낼 만큼 매서운 구위를 지녀 데뷔 시즌임에도 큰 존재감을 뽐냈다. 그리고 이날에는 대표팀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겸손했다. 정우주는 “그냥 오는 기회를 빨리 잡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였다. 올해는 운이 좀 많이 좋았던 것 같다”고 배시시 웃었다.
[고척(서울)=이한주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