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축구 대표팀은 10월 7일 오후 3시 고양종합운동장 보조구장에서 한국전 대비 훈련을 진행했다.
브라질의 방한 2일 차 일정이었다. 첫날(6일)엔 한국에 먼저 도착한 10명의 선수만 훈련을 소화했었다. 7일엔 항공편 문제로 불가피하게 합류가 늦어진 몇 선수를 제외한 모든 이가 훈련에 참여했다. 7일은 브라질이 10월 A매치 일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날이나 다름없었다.
브라질은 7일 훈련 시작 15분을 취재진에 공개했다. 브라질 훈련 취재 차 고양종합운동장 보조구장에 들어서자마자 놀랐다. 정식 경기처럼 광고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브라질 축구연맹(CBF)을 후원하는 후원사의 광고판이었다.
대한축구협회(KFA) 관계자는 “브라질이라서 가능한 일”이라며 “A매치 기간 국외 원정 훈련장에 광고판을 설치하는 건 매운 드문 일”이라고 설명했다.
브라질 취재진 숫자도 놀라웠다.
브라질은 10일 한국과의 평가전을 치렀다. 14일엔 일본 도쿄에서 이달 두 번째 친선경기에 나선다. 이 일정에 동행하고 있는 브라질 취재진 숫자가 무려 30명이다.
특이한 점은 훈련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브라질은 훈련을 시작할 때 러닝을 뛰지 않았다. 한국에선 보통 단 한 바퀴라도 운동장을 뛴 뒤 훈련을 시작하기에 ‘다르다’고 느꼈다.
이는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브라질의 최종 훈련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브라질은 선수들이 모이면 간단한 스트레칭 후 몇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훈련했다.
선수단을 지도하는 코칭스태프, 훈련에 임하는 선수들의 자세도 인상적이었다.
코치진은 강하게 소리치며 브라질 선수들에게 무언가를 계속해서 설명했다. 그리고선 브라질 선수들이 더 빠르게 뛰도록 만들었다.
브라질 주장 카세미루(33·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비니시우스 주니오르(25), 호드리구(24·레알 마드리드), 히샬리송(28·토트넘 홋스퍼) 등 모든 선수가 진지한 태도로 코치진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훈련에 임했다.
카메라로 브라질 훈련장에 설치된 광고판을 찍고 있자, 한 브라질 기자가 말을 걸었다. 그 기자는 “나가면서 브라질 선수단 버스도 꼭 찍으라”고 했다.
브라질 선수단 버스를 보고 또 놀랐다.
브라질 국가대표팀의 버스로 만든 ‘래핑 버스’였다. CBF는 방한 조건에 선수단 ‘래핑 버스’를 포함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역시 드문 일이다. 보통 방한하는 국가대표팀들은 래핑 버스를 타진 않는다. 버스에 ‘어느 팀이 타고 있다’는 것만 알 수 있게끔 간단하게 표시한다.
브라질이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보여준 축구는 화룡점정(畫龍點睛)이었다.
단순히 5-0이란 압도적인 점수 차만이 아니었다. 과정이 눈에 들어왔다.
각각 멀티골을 쏘아 올린 이스테방 윌리앙, 호드리구는 물론이고 팀의 다섯 번째 득점을 터뜨린 에이스 비니시우스, 주장 카세미루 등 이날 경기에 나선 모든 선수가 동작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한다는 게 느껴졌다.
절박함마저도 브라질이 한국보다 커 보였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카를로 안첼로티 브라질 대표팀 감독은 비에 흠뻑 젖어 있었다. 66세인 안첼로티 감독은 비가 쏟아진 이날 경기 내내 벤치에 앉지 않았다. 그라운드 위에서 선수들에게 소리치고 지시하며 함께 뛰었다.
안첼로티 감독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만 5회 기록한 엄청난 명장이다.
안첼로티 감독은 AC 밀란(이탈리아), 첼시(잉글랜드), 파리 생제르맹(프랑스),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바이에른 뮌헨(독일) 등에서 수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린 세계 최고의 지도자이지만, 한국을 찾은 처음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매 순간 온 힘을 다했다.
안첼로티 감독은 한국에 대한 존중을 행동으로 보였다.
선수들의 몸값 등을 주로 다루는 독일 축구 통계 사이트 ‘트랜스퍼마크트’에 따르면, 10월 한국과 일본을 찾은 브라질 대표팀 26명의 몸값 총액은 9억 8,500만 유로(한화 약 1조 6,401억 원)에 달한다.
이번 브라질 대표팀에서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이는 비니시우스다. 비니시우스는 1억 7,000만 유로(약 2,830억 원)의 몸값을 자랑한다.
브라질 선수들은 자신들의 몸값에 걸맞은 준비 과정과 경기를 보여주고 다음 평가전이 열리는 일본 도쿄로 떠났다.
[고양, 상암=이근승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