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안양 부주장 한가람이 시즌 종료 후 휴가를 떠난다. 행선지는 아프리카 말라위다. 낯선 곳으로 향하는 이유는 ‘축구’ 때문이다.
말라위는 아프리카 탄자니아, 잠비아, 모잠비크 사이에 있는 국가다. 인구 2,200만 명, 국토 면적 약 11만 8,000㎢. 대한민국(인구 약 5,100만 명, 국토 약 10만㎢)보다 인구는 적지만 면적 자체는 비슷하다.
최근에는 유튜버 ‘창박골’로 인해 알려졌다. 안양의 서포터인 창박골(본명 이동훈)은 변방 축구팀을 조명하는 콘텐츠를 제작하던 중 말라위의 작은 섬 치주물루로 향했고, 그곳의 ‘치주물루 유나이티드’를 접하게 됐다. 당시 자금난에 시달리며 리그 참가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는 참가비를 대신 내주고, 구단 운영에 직접 뛰어들며 젊은 구단주가 됐다.
창박골과 치주물루의 이야기는 TV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도 소개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여러 기업이 관심을 보이며 스폰서가 생겼고, 더 많은 지원이 이어졌다.
안양 구단 또한 창박골과 함께 치주물루 지원에 힘을 보탰다. 서포터의 행보를 응원하자는 취지다. 지난 22일 안양은 치주물루와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최대호(안양시장) 구단주와 창박골은 치주물루와 유소년 육성 시스템과 코칭 노하우 공유, 공동 사회공헌활동 및 ESG 프로젝트 추진, FC안양 중고용품·축구화 지원, 공동 홍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이 협력의 연장선에서 부주장 한가람이 직접 치주물루로 향한다. 한가람의 자발적 선택이다. 그는 최종전이 끝난 뒤 12월 14일 동료 김운의 결혼식 참석한 뒤 그날 저녁 말라위로 출국한다. 체류 기간은 약 일주일이다.
22일 K리그1 37라운드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한가람은 “재밌을 것 같다. 유튜브를 통해 치주물루 구단을 알게 됐고 선수들, 감독님 이름도 알고 있다. 말라위에서 어떤 시간을 보낼지는 모르지만 시즌 후에도 축구라는 매개체로 무언가 도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말라위까지는 약 19시간 비행. 하지만 한가람에게 긴 여정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10대 시절부터 10년 넘게 독일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왔다. 한가람은 “장거리 이동은 익숙하다. 비행도 많이 타봤고 거부감이 없다. 거리보다는 ‘재밌을 것 같은데 또 가자고 하시네’라는 마음에 속전속결로 결정됐다”고 웃었다.
자신을 응원하는 팬을 응원하는 한가람. 창박골의 행보에 그동안 응원을 보냈었다. 한가람은 “작년에 치주물루 영상을 처음 봤다. (창박골이) 안양 팬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축구를 얼마나 사랑하면 아프리카까지 갈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어려운 환경에서도 축구에 열정을 불태우는 선수들이 대단해 보였다. 그래서 제가 먼저 연락을 드렸던 기억이 있다”라고 말했다.
치주물루에서 한가람은 자신이 축구를 하며 배워온 것들을 전수할 예정이다. 그는 10대 시절부터 독일에서 생활했고, 19세 때 유럽축구연맹(UEFA) B 지도자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선수로서의 꿈뿐 아니라 지도자의 미래까지 미리 준비해온 셈이다.
한가람은 “휴가 기간 말라위로 향하는 것은 뜻깊을 것 같다. 하나의 선교라고 생각한다. 말라위가 기독교가 자리 잡은 나라라고 들었다. 저도 기독교 신자다. 오지 여행이자 봉사라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창박골은 한가람의 동행에 대해 “영어도 능숙하고, 지도자 자격증도 있다. 치주물루에 많은 부분을 도와줄 수 있는 선수다. 훈련 세션, 전술, 프로선수로서의 마음가짐까지 치주물루 감독과 선수단에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양=김영훈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