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와 K리그 심판들이 찍은 인종차별 낙인. 결국 마우리시오 타리코(등록명 타노스) 전북현대 코치가 한국을 떠나게 됐다.
전북은 25일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타노스 코치의 사임과 함께 인종차별 징계에 대한 생각과 입장을 전했다.
전북은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드린다. (인종차별 징계로 인해) 심리적 어려움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타노스 코치는 깊은 고민 끝에 구단에 사임 의사를 전했다”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지난 19일 프로축구연맹 상벌위가 타노스 코치의 행동에 대해 내린 징계 결정과 그 배경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며 “타노스 코치는 관련 상황이 일어난 직후부터 일관되게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인종차별의 의도는 전혀 없었으며, 심판 판정에 대한 항의 과정에서 발생한 오해라고 명확히 밝혀왔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구단 또한 경기 영상, 코치의 진술, 팀 내외부 증언 등 종합적이고 객관적으로 확인한바 인종차별의 의도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타노스 코치와 논의한 결과 이번 사안에 대한 상벌위 결정이 사실관계와 의도에 대해서 다시 한번 면밀한 검토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재심 청구를 결정했다”라고 알렸다.
전북은 재심에 대해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판단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타노스 코치가 불명예스러운 상황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고, K리그와 대한민국 축구에 대한 기억이 쓰라린 아픔으로만 남지 않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지난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 대전하나시티즌의 K리그1 경기에서 타노스 코치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후반전 추가시간 타노스 코치는 상대의 핸드볼 반칙을 두고 심판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양쪽 검지 손가락을 두 눈에 갖다 대며 분개했다.
한국프로축구심판협의회는 12일 타노스 코치의 해당 동작을 두고 ‘인종차별’이라 확언했다. 그러면서 국제축구연맹(FIFA)까지 언급해 제소하겠다고 규탄했다.
프로축구연맹은 19일 경기감독관 보고서, 신판평가관 보고서, 경기 주심의 진술, 전북 구단의 경위서를 토대로 타노스 코치에 대한 상벌위를 개최했다.
그 결과 프로축구연맹 상벌위는 신판협의 손을 들어줬다. 타노스 코치의 행동을 두고 “인종차별적 언동에 해당한다”라며 “동서양을 막론하고 특정 인종의 외모를 비하하는 의미로 통용되는 ‘슬랜트 아이’와 일치한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 행위에 대한 평가는 그 행위자가 주장하는 본인의 의도보다는 외부에 표출된 행위가 보편적으로 갖는 의미를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행위의 상대방이 일반적으로 느끼게 되는 감정이 기준이 돼야 하고, 행위자가 어떤 의도로 그 행위를 했는지는 부차적인 고려 요소다”라고 설명했다.
즉, ‘피해자’를 자청한 심판협의회의 주장에 무게를 뒀다는 뜻. 전북은 ‘판정을 잘 봐달라’는 의미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낙인 찍힌인종차별. ‘K리그 우승’이라는 대업을 쌓았음에도 타노스 코치는 심리적 압박만 안은 채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타노스 코치는 “저는 수많은 나라에서 많은 사람과 일하며 그들의 문화, 인종과 관련해 어떠한 문제도 없이 함께 어울리며 살아왔다. 이를 축복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지금의 저는 지속적으로 해명했던 모든 상황의 맥락, 문화적 표현과 의미를 무시당한 채 단 한 번의 오해로 ‘자칭’ 권위자들로부터 인종차별 행위자라는 오명을 입게 됐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저의 삶은 국적과 인종을 떠나 축구인으로서 안전하고 존중과 평화, 법 앞의 평등이 있는 곳에서 계속되어야 하기에 슬픈 마음을 안고 이번 시즌 종료 후 전북을 떠난다”라며 “성공과 역사를 함께 할 수 있던 구단과 선수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변함없는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게도 정말 감사하다. 절대 잊지 않겠다”라고 작별을 고했다.
[김영훈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