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기 감독은 이용규의 무엇이 그렇게 고마웠던 것일까

이례적인 일이다. 감독에게 한 시즌을 마친 소회를 묻는 질문에 한 선수를 콕 짚어 고마움을 표시했다. 유례를 찾기 힘든 사례다.

홍원기 키움 감독(48)은 2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패해 모든 시즌을 마감한 뒤 "시즌 내내 이용규(36)에게 대단히 고마웠다"고 했다.

과연 이용규의 무엇이 홍 감독의 가슴 속 진심을 꺼내들도록 한 것일까.

홍원기 키움 감독이 "이용규에게 가장 고맙다"는 말을 남겼다. 자신의 야구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후배들을 살뜰하게 아낀 베테랑의 품격에 대한 감사였다.   사진=천정환 기자
홍원기 키움 감독이 "이용규에게 가장 고맙다"는 말을 남겼다. 자신의 야구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후배들을 살뜰하게 아낀 베테랑의 품격에 대한 감사였다. 사진=천정환 기자
홍 감독은 야구적으로도 야구 외적으로도 이용규에게 많은 짐을 졌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시즌 전 이용규를 영입한 뒤 한 말이 있다. "너는 KIA때도 그랬고 한화 때도 제일 얄미운 선수였다. 정말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우리 팀에서도 그런 야구를 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네 야구를 후배들에게도 전수해 줬으면 좋겠다. 그런 끈기와 열정, 집중력을 전해주길 바란다"고 했었다. 이용규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 약속을 지켜 줬다"고 말했다.

우선 야구적으로 더 이상 바랄 것 없는 성적을 찍었다.

이용규는 올 시즌 133경기에 출장해 타율 0.296 43타점 88득점을 올리며 테이블 세터로서 몫을 다해냈다. 출루율도 0.392로 수준급이었다. 잘 나가고 잘 치는 선수의 전형이었다.

이용규가 가세하며 키움은 외야 한 자리와 테이블 세터에 대한 고민을 모두 덜 수 있었다.

홍 감독은 "단순히 야구를 잘 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상황에 맞는 플레이가 무엇인지 후배들에게 몸으로 보여줬다. 이럴 땐 어떻게 쳐야 하는지, 어떤 타격이 상황에 맞는 배팅인지. 언제 뛰고 언제 멈춰야 하는지, 수비 위치는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전체적인 야구 모두가 롤 모델이 돼 주었다. 키움은 젊은 팀이다.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가 별로 없다. 그런 팀에서 후배들에게 어떻게 야구해야 하는지를 알려준 선수의 존재감은 클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숱한 성공과 그 만큼의 실패를 경험하며 쌓은 노하우를 아낌없이 후배들에게 전달해준 것도 홍원기 감독에겐 대단히 고마운 대목이었다.

홍 감독은 "덕아웃에서 그 누구보다 활발하게 움직이며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해 주는 모습도 감동적이었다. 후배들이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을 때 먼저 다가가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어떻게 하면 더 좋을지를 알려주곤 했다. 모두 후배들만 있으니 그 작업만으로도 바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귀찮은 내색 없이 후배들을 찾아가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들려주곤 했다. 물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코치도 지적을 한다. 하지만 코치가 하는 말과 베테랑 선배가 해 주는 말은 선수들이 느끼는 차이가 클 수 밖에 없다. 선배가 해 주는 말이 더 크게 와 닿을 때가 있다. 이용규가 바로 그런 몫을 해줄 선수였다. 키움에서는 그동안 없던 부분을 이용규가 채워줬다. 박병호나 이정후 등도 제 몫을 다해줬지만 이용규가 최고참으로서 해준 부분이 컸다"고 1년을 돌아봤다.

박병호와도 끊임없이 대화를 하며 안 좋았던 부분을 고쳐갔던 것도 인상적인 장면이었다고 했다.

홍 감독은 "우리 팀에서 어떤 선수가 박병호와 타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는가. 이용규가 바로 그런 몫을 해줬다. 박병호가 잘 맞지 않아 고민이 클 때는 스스럼없이 다가가 박병호와도 타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용규가 아니면 불가능한 장면 이었다. 그럴 때 정말 고마움을 크게 느꼈다. 감독과 코치 사이 그 어딘가 쯤에서 꼭 필요한 몫을 이용규가 도맡아서 해 줬다. 감독으로서 고마움을 느낄 수 밖에 없는 행동을 했다. 때문에 모든 시즌이 끝났을 때 꼭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털어 놓았다.

충격적인 방출의 아픔을 딛고 얻게 된 새로운 기회. 자신의 야구를 하기만도 바빴을 수 있다.

이용규는 그러지 않았다. 자신의 야구가 풀리지 않을 때도 베테랑으로서 후배들에게 해 줄 말은 꼭 해주곤 했다. 그리고 자기 야구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살아 있는 교과서 몫을 충실히 해냈다.

초보 감독으로서 팀의 모든 부분에 영향력을 미치기 어려웠던 홍원기 감독 입장에선 그런 이용규가 고마울 수 밖에 없었다.

이용규는 그런 자신을 믿어 준 홍원기 감독에게 자주 고마움을 표시한 바 있다.

키움의 야구는 이제 끝이 났지만 그들이 남긴 여운은 아직 남아 있다. 서로에게 느낀 고마움의 크기가 남긴 잔상이라 할 수 있었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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