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시절 ‘해태왕조’의 핵심으로 수차례 한국시리즈 정상을 밟았던 레전드가 지도자로 또 한 번 한국 프로야구 최정상에 위치에 섰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kt 위즈는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4차전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8-4 완승을 거뒀다. 시리즈 4연승과 함께 창단 8년 만에 통합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이 감독은 우승 직후 “9회말 2아웃까지 긴장하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별다른 감정이 들지 않았다”면서도 “그래도 시상식을 하면서 한국시리즈 우승의 맛을 느껴 기분이 너무 좋다”고 기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이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승리한 뒤 선수들에게 우승 헹가래를 받고 있다. 사진(서울 고척)=김영구 기자
이 감독은 현역 시절 해태-삼성-KIA 등에서 통산 602경기 152승 112패 53세이브 33홀드 평균자책점 3.29라는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10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는 이 감독 외에는 그 누구도 달성한 적이 없다.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5번이나 꼈고 1996 시즌 현대 유니콘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는 5경기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0.56의 맹활약을 펼쳐 MVP를 차지했다.
지도자로서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다. KIA 1군 투수코치, 키움 히어로즈 수석코치, 두산 베어스 수석코치 등을 거쳐 2019 시즌부터 kt의 지휘봉을 잡았다.
kt는 이 감독 부임 전까지 만년 하위팀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군 진입 첫해였던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연속 최하위의 수모를 당했다. 2018 시즌 8위로 반등했지만 kt를 껄끄럽게 여기는 팀들은 없었다.
하지만 이 감독은 대형 FA 영입 등 대대적인 전력 보강 없이 부임 3년 만에 kt의 통합우승을 일궈냈다. 명투수 출신답게 투수 육성이 빛을 발했다. 제구 불안으로 자리를 잡지 못하던 우완 배제성은 수준급 국내 선발투수로 성장했다. 반대로 선발투수로 성장세가 더뎠던 주권은 게임 후반을 책임지는 든든한 셋업맨이 됐다. 이 감독이 맞는 옷을 입혀주면서 마운드 위에서 자신의 구위를 마음껏 뽐냈다.
올해부터 kt 유니폼을 입은 박시영은 올해 1군 정상급 불펜 요원으로 거듭났다.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 시절과 비교하면 전혀 다른 투수가 됐다. 좌완 영건 조현우는 언제 어느 상황에도 믿고 기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기량을 끌어올렸다. 이 감독 밑에서 수많은 투수들이 잠재력을 터뜨렸다.
외국인 투수들과의 밀당에서도 고수였다. 포스트시즌 1선발로 활약한 윌리엄 쿠에바스는 시즌 중반 불펜행 엄포를 놓은 끝에 각성시켰다.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역시 종종 무성의한 플레이로 이 감독에게 강한 질책을 받기도 했지만 이 감독은 데스파이네의 루틴과 개성을 존중하기 위해 많은 배려를 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신생팀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공격력보다 수비력이 중요하다고 봤다. 특히 투수 쪽에서 중간과 마무리가 확실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중점을 뒀는데 선수들이 많이 성장해서 내가 기회를 줄 수 있었다"고 지난 3년을 돌아봤다.
또 "올해는 고영표가 들어오면서 선발이 더 강해졌다. 마지막에 엄상백이 좋은 기량으로 제대해서 내년 선발진에 좋은 재목이 생겼다. 투수를 만들어야 어떻게든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고 끌고 왔는데 모든 선수들이 잘해줬다"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