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 현대건설이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강성형 감독의 지휘 아래 지난 시즌 최하위 추락의 아픔을 딛고 독주 체제를 굳혀가는 중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30일 GS칼텍스와의 홈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22-25 25-20 25-23 25-18)로 이겼다. 6연승을 질주하며 한 경기를 덜 치른 2위 한국도로공사(승점 39)와의 격차를 승점 15점으로 벌렸다.
올 시즌 개막 전만 하더라도 현대건설을 우승후보로 분류하는 전문가, 팬들은 많지 않았다. 지난 8월 코보컵 우승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오프 시즌 뚜렷한 전력보강이 없어 다른 팀들보다 상위권 경쟁에서 우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이 지난 30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하지만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 꼴찌팀이었다는 게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뽐내고 있다. 19경기 18승 1패로 지는 법을 잊었다. 지난 시즌 승점 34점을 일찌감치 뛰어넘었다.
30일 GS칼텍스전의 경우 1세트를 먼저 내줬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2~4세트를 내리 따내며 짜릿한 역전승을 따냈다. 한국도로공사에게 당한 올 시즌 유일한 패배 역시 풀세트 혈투를 벌였다. 이기는 게 익숙해지면서 ‘위닝 멘탈리티’가 팀 전체에 퍼졌고 달콤한 승리에 맛을 들였다.
현대건설의 상승세는 강성형 감독의 지도력을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강 감독은 부임 9개월 만에 현대건설을 전혀 다른 팀으로 탈바꿈시켰다. 신임 감독을 위한 외부영입 선물을 받은 것도 선수단 구성에 변화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강도 높은 훈련, 선수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소통 능력 등을 바탕으로 ‘강성형 매직’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주춤했던 센터 양효진은 ‘블로퀸’의 면모를 완벽히 되찾고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3년차 이다현은 강 감독의 과감한 주전 기용 속에 양효진과 함께 상대 팀들에게 통곡의 벽으로 자리잡았다.
정지윤의 레프트 포지션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황민경, 고예림 등 기존 주축선수들까지 제 몫을 해주면서 시너지 효과가 크다. 외국인 선수 야스민의 폭발력까지 더해져 공수 밸런스가 완벽하다.
강 감독을 향한 선수들의 신뢰도 두텁다. 야스민은 지난달 개막 10연승 직후 “감독님께는 특별히 부탁드릴 부분이 없다. 우리 팀은 훈련 강도가 높지만 감독님이 쉴 때는 최대한 많이 쉴 수 있게 해주시기 때문에 좋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주전 세터 김다인 역시 “감독님이 다 함께 즐겁게 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셨다”며 현대건설의 상승세 원동력을 밝히기도 했다.
강 감독은 승리 때마다 인터뷰에서 선수들에게 공을 돌리고 있다. “올라가는 것은 어렵지만 내려가는 것은 쉽기에 긴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선수들 덕분에 올 시즌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짧은 휴식을 취한 뒤 새해에도 우승을 향한 여정을 멈추지 않는다. 오는 1월 4일 KGC인삼공사에 이어 8일 2위 한국도로공사를 만난다. 두 경기를 모두 잡고 8연승을 이어간다면 6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다. '강성형 매직'이 임인년(壬寅年)에도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