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호준 LG 타격 코치는 후자에도 큰 박수를 보냈다. 아니 어쩌면 더 반가워 했는지도 모른다. 무슨 뜻이 담겨 있는 것일까.
서건창은 KIA와 개막전서 양현종을 무너트리는 2루타를 쳤다. 그러나 박수는 다음 경기서 나온 2루 땅볼 때 더 많이 받았다. 사진=김재현 기자
LG 서건창은 2일 광주 KIA 개막전서 결승 2루타를 쳤다. 0-0이던 5회 1사 만루서 대한민국 에이스 양현종을 무너트리는 우익 선상 2루타를 쳤다.
값어치를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한 한 방 이었다. 이 2루타로 자신감을 얻은 LG는 KIA를 좀 더 몰아 붙인 끝에 9-0으로 완승을 거둘 수 있었다.
누가 뭐래도 이날의 히어로는 단연 서건창 이었다. 특히 지난 해 극심한 부진을 겪었던 서건창의 한 방이었기에 더욱 값어치가 있었다.
이호준 코치도 서건창의 2루타를 크게 반겼다.
그러나 더 큰 박수를 친 장면은 다음 경기서 나왔다. 3일 KIA와 2차전.
서건창은 1-0으로 앞선 3회 무사 3루서 2루 땅볼을 쳐 박해민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경기 초반이고 큰 점수 차가 아니기 때문에 KIA 내야수들은 정상 수비를 하고 있었다. 서건창은 볼 카운트 0-2의 불리한 상황에서 KIA 선발 놀린의 3구째 바깥쪽 컷 패스트볼을 잡아 당겨 2루쪽으로 평범한 땅볼 타구를 보냈다.
3루 주자 박해민이 여유 있게 홈을 밟을 수 있는 수준의 땅볼 이었다.
이호준 코치는 이 장면에서 서건창에게 큰 박수를 보내줬다. 과장을 좀 더 보태면 개막전 결승타 이상의 칭찬을 서건창에게 보냈다.
겨우내 강조했던 야구가 현실이 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호준 코치는 LG를 처음 맡은 뒤 LG 선수들이 타석에서 너무 지나친 부담감을 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꼭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짐을 마음 속 가득 안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후 그 짐을 덜어 놓는 작업을 했다.
홈런이나 안타는 자신이 만들어낼 수 없음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홈런이나 안타까지 가는 기술을 가르칠 수 있지만 결과까지 만들어 낼 수는 없음을 분명히 했다.
대신 안타 없이 점수를 낼 수 있는 야구를 강조했다.
대표적인 예가 무사 2루서 1점을 뽑는 야구였다. 무사 2루서 진루타로 주자를 3루까지 보낸 뒤 상대가 전진 수비를 하지 않으면 땅볼로 1점을 뽑을 수 있는 야구를 강조했다. 기록에 남는 희생 플라이가 아닌 땅볼로도 점수만 낼 수 있다면 만족할 수 있다고 강조 했다.
꼭 좋은 타구를 만들려 하다가는 삼진이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삼진을 줄이고 팀 배팅을 하면 점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가 좀 더 많이 찾아 온다.
이호준 코치가 겨울 내내 강조했던 부분이 LG의 2차전에서 나온 서건창의 2루 땅볼이었던 셈이다.
이 코치는 "타격의 궁극적인 목표는 점수를 뽑는 것이다. 멋진 안타나 홈런이 나오며 점수가 만들어지는 것은 누구나 원하는 그림이다. 하지만 늘 안타나 홈런이 나와 점수를 낼 수는 없다. 안타가 아니어도 점수를 낼 수 있을 때 집중력 있게 안전한 땅볼을 만들어 1점을 뽑는 야구는 누구나 시도해 볼 수 있는 타격이다. 어렵지 않게 점수를 뽑을 수 있는 야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LG는 불펜이 강한 팀이다. 1점씩만 달아나도 이길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안타나 홈런은 가르친다고 확률이 크게 높아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팀 배팅은 가르쳐서 바로 효과를 볼 수 있다. LG 타자들이 꼭 홈런이나 안타를 쳐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 놓고 쉽게 1점을 더할 수 있는 야구를 하도록 하는 것이 내 목표"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 LG는 서건창이 더한 1점을 안고 이날 승부를 1점차로 가져갔다. 이길 수 있는 여러 흐름이 있을 수 있음을 직접 경험한 한 판이었다고 할 수 있다.
서건창의 2루타 못지 않게 2루 땅볼 아웃이 박수를 받은 이유다.
앞으로 LG 야구는 팀 배팅을 기본으로 1점을 짜내는 야구에 좀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화려함은 줄어들 수 있지만 실속은 더 큰 야구를 하려고 지난 겨울 많은 땀을 흘렸다.
서건창의 2루 땅볼은 그 결과물 중 하나였다. 앞으로 LG 야구를 지켜보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