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두산 불펜 코치가 한 선수를 두고 한 말이다. 구위는 물론 투수로서 갖춰야 할 기본기가 모두 갖춰진 완성형 투수지만 진정한 최고가 되기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배 코치가 주목한 선수는 정철원(23)이었다.
정철원은 최고의 구위를 갖고 있다는 극찬을 받았다. 하지만 꾸준함이라는 숙제는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 사진=김재현 기자
정철원은 올 시즌 13경기에 등판해 1승1패5홀드 평균 자책점 3.12를 기록하고 있다.
무너진 두산 불펜의 희망이 돼 주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정철원의 발견은 올 시즌 두산이 거둔 최대 수확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정철원의 장점은 모든 부문에서 최상위급 구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패스트볼이 대단히 위력적이다.
스탯티즈 기준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147.8km나 된다. 이 힘 있는 패스트볼을 66% 정도 비율로 많이 던진다.
빠르기만 한 것이 아니다. 회전수가 강하게 걸려 타자 앞에서 떠오르는 듯 한 느낌을 준다. 정철원의 평균 패스트볼 회전수는 2400rpm을 훌쩍 넘긴다.
변화구 구사 능력도 빼어나다. 3개 구종을 던지는데 3개 구종 모두 수준급이다.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0.111, 커브 피안타율은 0.143, 스플리터 피안타율은 0.167이다. 어떤 공을 던져도 난타를 당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투수로서 갖춰야 할 기본기도 잘 배워 온 투수다.
배 코치는 "아직 공 던지는데만 급급할 수 있는 연차의 투수지만 정철원은 일반적인 투수들과는 다르다. 수비수로서 투수의 몫도 충실히 해내고 있다. 번트 수비 때 공을 쫓거나 판단하는 능력이 좋다. 여기에 견제가 최고 수준이다. 그 정도 견제 능력을 가진 투수를 거의 본 적이 없다. 주자들이 움직일 수 없도록 꽁꽁 틀어 막는 능력을 갖고 있다. 단순히 공만 잘 던지는 투수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완성형에 가까운 투수다. 내가 본 불펜 투수 중 최고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철원이 현재 수준에서 최고의 불펜 투수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무겁게 가로 저었다. 아직 보여준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배 코치는 "불펜 코치를 하다보니 불펜 투수를 꾸준히 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적어도 3년 정도는 꾸준하게 성적을 찍어야 그제서야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보직이 불펜 투수라고 생각한다. 부상도 없어야 하고 구위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체력적으로도 강해야 하고 정신력 또한 중요하다. 어느 한 부분이라도 빠지면 꾸준하게 기록을 낼 수 없다. 반짝 활약은 할 수 있어도 롱런은 어려운 것이 불펜 투수다. 선발과는 또 다른 보직의 특성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승환이나 정우람 같은 투수들은 정말 대단한 선수들이라고 생각한다. 그 오랜 세월을 최고의 불펜으로 버텨낸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철원도 그런 투수들 처럼 성장하려면 몇년은 더 지금 보다 성장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최고의 재능을 가진 것은 분명하지만 진짜 팀에 힘이 될 수 있는 불펜 투수가 되려면 꾸준한 활약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철원은 분명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최고의 구위를 갖췄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하지만 이제 첫 시즌을 보내고 있는 투수일 뿐이다. 정철원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더 길게 남아 있다.
배 코치가 정한 기간은 최소 3년. 그 시간 동안 최고의 구위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면 그제서야 '특급'이라는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정철원은 그 적지 않은 시간을 버텨낼 수 있을까. 두산이 진짜 특급 불펜을 갖기 위해선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