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이해 보자면 투 트랙 전략이다. 강단있는 모습과 부드러운 접근이 공존한다. 어느 한 쪽으로 쏠림 없이 균형을 잘 잡고 있다.
이승엽 신임 두산 감독 이야기다.
이 감독은 부드러운 스타일의 지도자다. 하지만 감독이 된 이후엔 무작정 편하게만 대하지는 않는다. 맺고 끊는 것을 철저히 하고 있다. 초보 감독으로서 비 활동 기간의 선수 훈련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지만 “잘 말했으니 알아들었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구구절절이 설명하지 않아도 프로 선수들인 만큼 알아서 잘 준비할 것이라는 믿음을 보이고 있다.
믿는다기보다는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스프링 캠프는 이미 지옥 훈련을 예고한 상항. 훈련을 따라오지 못하는 선수는 기용으로 자신의 답을 할 생각이다.
어떤 포지션에 대해 물어도 “스프링 캠프서 본 다음에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답이 돌아오는 이유다.
모든 결정을 스프링캠프 이후로 미뤘다. 마음속에 나름 주전급 선수들에 대한 구상이 서 있겠지만 겉으로는 절대 이야기하지 않는다.
스프링 캠프서 직접 보고 결정하겠다는 뜻만 거듭 밝히고 있다. 이런저런 말의 풍년으로 선수들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강인하지만 뚝심 있는 선수 기용으로 팀의 기강을 잡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초보 감독 답지 않은 카리스마라 하겠다.
원래 강점인 소통은 계속 이어간다. 최고참부터 이제 막 프로에 발을 디딘 선수까지 스스럼없이 다가가 말을 걸고 고민을 묻는다.
자신이 생각하는 플레이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는다.
김재환을 비롯한 주축 선수들에게 만나자마자 다가가 대화를 시도한 것이 구단 영상에 잡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재환은 올 시즌을 대단히 어렵게 보낸 선수다. 그런 선수에게 다가가 고민을 묻고 함께 해법을 찾아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승엽이라는 대 스타 감독이 취임하며 선수들은 주눅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승엽 감독은 큰 형님 같은 살뜰한 배려로 따뜻하게 선수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누구나 쉽게 말을 걸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이 감독의 목표다. 카리스마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부드러운 면은 스스럼없는 대화를 통해 만들어가겠다는 뜻이다.
카리스마 리더십은 공존이 쉽지 않다. 아예 강하게 나가거나 반대로 큰 형님처럼 편안하게 안아주거나 한쪽을 선택하는 것이 편하다.
그러나 이 감독은 그 어려운 일에 도전하고 있다. 기용은 칼같이 하면서도 고민 상담까지 해줄 수 있는 투 트랙 감독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절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대 스타로 평생을 살아오며 수없이 많은 사람을 겪어 본 이 감독이기에 사람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선 도가 텄다고 할 수 있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만 있다면 이 감독은 초보 감독 그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 감독의 투 트랙 전략은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그 성공 여부에 따라 두산의 성적이 크게 요동칠 수도 있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