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이 부러진 채 뛰는 선수가 있다.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에이스 이대성은 현재 오른 손목이 골절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봄 농구를 위해 진통제를 먹으며 경기를 뛰고 있다.
이대성은 지난 12월 창원 LG와의 경기 도중 손목 통증을 호소했다. 원래 좋지 않았던 부위였는데 결국 골절된 것. 통증이 상당할 텐데도 그는 이를 악물고 뛰고 있다. 누군가 물어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정도로 뛰어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대성은 손목 골절이란 중상에도 4라운드 MVP가 됐다. 9경기에 모두 출전, 평균 34분 59초 동안 20.7점 3.6리바운드 3.4어시스트 1.0스틸이란 괴력을 과시했다. 4라운드 동안 팀 성적은 2승 7패에 불과했지만 이대성에게 MVP를 주지 않을 수 없었다.
문제의 핵심은 이대성의 퍼포먼스가 아니다. 그는 손목이 골절된 채 뛰고 있으나 조금도 쉴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수술을 받아야 하는 부상인데 그렇게 되면 시즌 아웃이다. 팀을 위해, 봄 농구를 위해 시즌을 다 마친 후 수술을 받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현재 13승 25패를 기록하며 9위에 있다. 봄 농구 마지노선인 6위 전주 KCC와는 4게임차로 벌어져 있는 상황. 역전이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지만 시즌 막판에 4게임차는 너무도 큰 격차다. 또 6위 자리를 노리는 수원 kt, 원주 DB까지 생각하면 한국가스공사의 봄 농구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이대성의 생각은 다르다. 그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것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이대성의 고집을 꺾을 사람은 없다. 천하의 ‘만수’ 유재학 감독도 그랬으니 말이다.
또 이대성은 프로 데뷔 후 단 한 번도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적이 없는 선수다. 그 부분에 대한 자부심 역시 높다. 그런 만큼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봄에도 농구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다만 선수 생명을 생각하면 현재 이대성의 출전 강행은 그리 긍정적인 부분은 아니다. 그 역시 1990년생으로 적지 않은 나이이며 슈팅을 기반으로 한 플레이 스타일을 갖춘 만큼 손목의 상태가 매우 중요하다. 지금처럼 출전을 강행한다면 이번 시즌은 어떻게든 넘길 수 있을지 몰라도 다음 시즌부터는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다.
더불어 이대성은 2022-23시즌을 마치면 FA가 된다. 그가 가진 가치는 분명 KBL에서도 최상위권에 위치하지만 손목 문제가 시장 평가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대성의 부상 투혼은 분명 아름답다.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한국가스공사의 봄 농구를 스스로 이끈다면 그만큼 멋진 스토리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다면 얻는 것보다 잃을 게 더 많은 승부수인 건 사실이다. 이대성 역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때로는 무모함이 멋진 결과를 낳는 순간이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지만 말이다. 이대성의 선택은 과연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 신이 있다면 그의 투혼을 기특하게 여기지 않을까.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