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팀의 강점은 끈끈함이다. 하나가 되어 이기겠다는 마음만이 있었다.”
김현수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시작으로 2023 WBC까지, 벌써 10번째 국가대표로 대한민국 야구대표팀 태극마크를 달았다.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의 리빙 레전드인 동시에 살아 있는 산증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 김현수는 이제 10번째 도전에서 ‘캡틴’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그래선지 8일 일본 도쿄 도쿄돔에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공식 기자회견에 선수단 대표로 양현종, 나성범과 함께 참여한 김현수의 표정은 비장했다.
“가장 많이 나왔는데도 내가 제일 많이 긴장한 것 같다.” 평소의 시크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얼굴로 전한 김현수의 고백이었다.
대회에 임하는 소감에 대해 김현수는 “일단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한다. 준비는 잘했다. 하지만 준비한 대로 안되는 게 야구이기도 하니까 준비한 대로 되지 않더라도 꼭 이길 수 있는 야구를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표팀의 목표가 오로지 승리라는 캡틴의 말이었다.
호주전에 임하는 각오 역시 마찬가지다. 김현수는 “전력분석을 했을 땐 까다로운 투수들이 많다”면서 “호주팀의 좌완투수들이 생각보다 까다로워서 ‘잘 준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경기에 임하는 각오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 뿐”이라며 9일 첫 경기 호주전의 단추를 잘 꿰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김현수는 역대 국가대표팀으로 59경기에 출전해 타율 0.364(209타수 76안타)/4홈런/40득점/46타점을 기록 중인 공인 국제대회 대표팀의 믿을맨이다. 그런 많은 좋은 기억들 속에 첫 경기의 중요성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질문을 받자 김현수는 “첫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 지고 이기는 것의 동기부여보다는 가장 좋은 선수가 나올 수 있는 것이 첫 경기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면서 “어떤 경기나 어떤 팀이든간에 그렇다. 그래서 꼭 잡아야 하는 경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요컨대 최상의 전력을 쏟은 첫 경기에서 첫 승을 거두어야 그 이후의 대회 운영이 순조롭게 풀린다는 ‘국제대회 타짜’다운 설명이었다.
지난 제 3회, 4회 WBC에서 한국은 1라운드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었다. 2개 대회 탈락의 가장 큰 이유로 첫 경기 고전이 꼽힌다. 일각에선 오히려 문제로 꼽힌 전력분석은 상대적으로 잘 됐지만, 선수들이 첫 경기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의식하다보니 오히려 긴장한 까닭에 결과가 잘 나오지 않은 부분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현수 역시 “그때도 지금도 마찬가지로 전력분석은 잘 됐다”며 잘못 알려진 속설에 대해 반박한 이후 진지한 표정으로 “긴장이란 것은 풀 수 없다. 그게 가능하다면 대단한 사람이고 선수다. 상대도 긴장하고 우리도 긴장할 수 밖에 없다. 그걸 처음에 잘 풀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대표팀의 목표는 4강 이상이다. 결승 라운드가 열리는 미국 마이애미로 간 이후의 생각들은 있을까. 김현수는 “목표는 맞다. 하지만 아직 거기까지 생각을 못했다. 우선 호주전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너무 멀리 보면 선수들이 긴장 많이 하지 않을까 싶어서 호주전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 개인적으로는 맞춰서 왔다”고 했다.
스스로도 너무나 비장한 각오였던 것인 검연쩍었던지 김현수는 “많이 나왔는데도 내가 가장 많이 긴장 된 것 같다”면서 솔직한 속내를 고백하기도 했다.
대표팀의 리빙 레전드인 김현수가 그간 느낀 역대 한국 대표팀의 강점은 뭐였을까. 김현수는 “우리 한국은 팀웍이 가장 좋은 팀이라고 생각한다. 끈끈함이 있다. 계속해오면서 그 끈끈함이 더 좋아지는 것 같고 더 강해졌다”면서 “그래서 (지난 대회 성적들에 대해) 아쉬움이 더 많이 남은 것 같다”며 최근 국제대회에서의 부진에 대해 느꼈던 진짜 속내도 밝혔다.
이번 대표팀의 강점은 무엇일까. 김현수는 “처음 모이면서부터 선수들의 분위기도 좋고 ‘하나가 되어서 이기자’는 마음만 있었다. 그런 것이 가장 강점이 아닌가 싶다”면서 ‘원 팀 코리아’를 최고 강점으로 꼽은 이후 “이번 대표팀은 고참도 있고 어린 선수도 있고 그래서 가장 선수단의 신구조화가 잘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캡틴’의 말대로 다시 ‘원 팀’이 될 한국을 한 마음으로 응원할 일만 남았다.
[도쿄(일본)=김원익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