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연 1000구 약속과 WBC서 붕괴된 영건들의 상관 관계

박진만 삼성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마치며 최충연에게 투수 MVP를 줬다.

이유가 의미심장했다. 최충연이 스프링캠프서 1000구 이상을 던지겠다는 약속을 지켰기 때문이다.

불펜 투구수 1000개라면 캐치볼, 연습 투구 등을 더하면 무려 3000구를 던지는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스프링캠프서 많은 공을 던지며 제구력과 구위를 가다듬는 올드 패션 훈련 방식을 최충연이 잘 소화해 낸 것이 MVP로 선정된 이유가 됐다.

최충연이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연습 경기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최충연이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연습 경기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최충연의 1000구 약속은 한국 야구가 반드시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그 정도 투구 수로 스프링캠프를 마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투수들은 그저 보호의 대상으로만 여겨진다.

스프링캠프서도 투구 수를 최소한으로 조절하고 시즌에 들어가서도 철저하게 투구 수 관리를 받는다.

‘혹사’라는 유령이 떠돌며 한국 프로야구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투수는 하체 단련과 많은 투구 훈련이 필요하다는 이론은 이제 구시대의 유물처럼 여겨지고 있다.

투구 수 관리 때문에 연습 투구에서 모자란 점이 발견 돼도 눈 감고 넘어가는 것이 태반이다. 누구도 혹사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물론 투수의 몸도 한계치가 분명히 있다. 조심해 줘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보호에만 열을 올리느라 정작 기량 향상에는 신경을 덜 쓰게 되는 것은 옳은 방향이라 할 수 없다.

우리가 1,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투수들이 스프링캠프서 많은 공을 던지며 예열이 끝난 뒤 대회를 치렀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엔 달랐다. 연습 투구 수가 많지 않다보니 시즌 전에는 페이스가 올라오지 않았다. 150km가 넘는 공을 펑펑 던져대던 정우영이 고작 140km가 넘는 공으로 허덕인 것이 좋은 예다. 그만큼 스프링캠프 투구량이 적었기 때문으로 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

올드 패션 투구 이론에선 젊은 투수일수록 많은 투구 수로 많은 공을 던지며 감각과 제구를 잡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요즘은 이런 방식을 쓰는 팀이 거의 없다. 투수 코치들은 투수들의 눈치 보기에 바쁘다. 관리를 잘해주는 코치가 좋은 지도자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이번 WBC에서 처참하게 무너진 한국 야구의 영건들을 들여다보면 올드 패션 이론이 좀 더 힘을 얻는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WBC는 한국 야구가 우물 안에 갇혀 있음을 보여줬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세계화의 흐름을 따라서 갈 수 없음이 증명됐다. 우리가 강했던 시절의 훈련 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충연의 1000구 약속은 그래서 더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최충연이 성공한다면 그 훈련 방식은 다시 유행을 탈 수 있다. 야구에 정답은 없지만 땀은 결코 배신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땀의 가치를 믿고 좀 더 많은 공을 던지며 준비할 필요가 있음을 이번 대회가 알려주고 있다 하겠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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