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 매직’은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이강철 감독은 2021시즌 신생팀 kt를 이끌고 우승을 차지하며 명장 소리를 들었던 감독이다. 당시 그의 전략을 칭찬하는 별명으로 ‘강철 매직’이 등장했었다.
그러나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강철 매직’은 그 힘을 크게 잃었다. 작전이 나올만한 상황에서 번번이 결단을 미루다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였다. 일본전은 점수 차가 워낙 크게 난 탓에 어쩔 수 없었다 치더라도 호주전에선 아쉬운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WBC서 ‘강철 매직’은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강철 감독 야구의 근간엔 히트 앤드 런이 있다. 히트 앤드 런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며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전략가로서 입지를 다졌다.
하지만 호주전서 이강철 감독은 단 한 번의 히트 앤드 런도 사용하지 않았다. 충분히 활용할 만한 순간이 있었는데도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8회 사사구가 6개나 나오는 상황에서도 벤치는 움직이지 않았다.
상대가 크게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에 웨이팅 사인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어야 했는데 무작정 선수들에게 맡겨 놓는 야구를 했다.
믿음의 야구가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대는 분명 크게 흔들리고 있었고 우리에겐 좀 더 차분하게 찬스를 끌고 가는 야구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은 이 상황에서도 좀처럼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7-8로 뒤진 9회 무사 1루서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발 빠른 주자와 센스 있는 타자들이 계속 나왔지만 작적은 없었다.
2사 2루가 된 뒤 1루 주자 애드먼이 도루를 감행했는데 이 도루도 사인 플레이라기보다는 애드먼의 그린 라이트였을 가능성이 크다.
이때도 타자가 박해민이었기 때문에 히트 앤드 런을 쓸 만도 했지만 마지막까지 이강철 감독은 요지부동이었다.
일본전 선발로 내정된 김광현을 호주전서 불펜 투구를 시킨 것도 패착이었다.
막강한 일본 타선을 상대하려면 어떻게든 김광현을 보호해야 했다. 일본전의 65구에 최선을 다하도록 해야 했다.
하지만 김광현은 호주전서 몸을 풀었고 그만큼 피로가 더 쌓인 상태에서 일본전에 나서야 했다.
1,2회까지 투구 내용과 투구 수가 쌓인 뒤인 3회부터 투구 내용이 달라졌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컸다고 할 수 있다.
감독의 전략도 우물 안 개구리였던 것일까. KBO리그를 평정하고 뒤흔들던 이강철 감독의 현란한 전략은 이번 대회에서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호주전서 조금만 과감했더라면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제법 있었기에 아쉬움은 더욱 크게 남는다.
우리가 알고 있던 ‘강철 매직’은 정말 허상이었던 것일까.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