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투수 정찬헌(33)은 현재 FA 미아 상태다. 원소속 구단인 키움은 일찌감치 정찬헌과 결별을 선언한 상황.
아직 타 팀의 러브 콜을 받지 못했다.
다소 의외의 결과다. 어떤 팀이건 선발 투숫감은 부족하다. 정찬헌이 지난해 선발로 풀 타임을 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선발로 열흘 로테이션 속에서도 9승까지 경험한 투수다. 그런 정찬헌이 차가운 냉대를 받는 것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면 정찬헌은 왜 FA 시장에서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우선은 부상 전력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찬헌은 허리 디스크를 안고 있는 투수다. 그가 열흘 로테이션으로 등판한 것도 허리 때문이었다.
현재 상태는 완전히 회복됐다고 정찬헌은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구단에선 동의하지 않고 있다. 허리 부상에 대한 염려가 남아 있기 때문에 손을 내밀지 않고 있다고 할 수 있다.
A 구단 단장은 “정찬헌의 허리가 언제 문제를 일으킬지 알 수 없다. 본인은 다 나았다고 하지만 언제 재발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위험 요소를 안고 영입할 정도의 실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경험을 높이 사고 있지만 부상 위험을 감수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적지 않은 몸값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찬헌의 지난해 연봉은 2억 8000만 원이었다.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원소속 구단인 키움에 줄 돈도 계산해야 한다. 키움은 선수 보상 대신 현금만 받겠다고 선언했다. 그래도 최소 3억 원 정도는 든다고 봐야 한다.
정찬헌 한 명을 영입하기 위해 5억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찬헌이 자신의 몸값을 얼마나 낮출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겉으로 드러난 것만 계산해 보면 5억 원 이상은 든다고 봐야 한다.
B구단 단장은 “샐러리캡 때문에 겨우내 골치를 썩었다. 샐러리캡의 위력은 생각보다 대단했다. 기준 금액을 맞추기 위해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했다. 샐러리캡 때문에 손해를 본 선수들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실적이 대단치 않은 고액 연봉자인 정찬헌을 영입한다는 건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정찬헌이 손해를 감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지간해선 구단의 마음을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찬헌측과 접촉한 구단도 결국 몸값 때문에 철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정찬헌이 계약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즌에 들어가면 정찬헌에게 러브콜을 보낼 구단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찬헌이 컨디션을 잘 유지하고 있다면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더 많다.
A구단 스카우트 팀장은 “지금은 젊은 선수들의 패기가 크게 눈에 들어 올 시기다. 공에 힘도 있고 스피드도 잘 나오니 당연한 일이다. 겉으로 보기엔 참 좋은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정작 시즌에 들어가면 그 위력이 반감되는 경우가 많다. 힘으로만 붙으려다 보면 오히려 당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4,5 선발 경쟁이 치열한데 그 자리를 모두 젊은 선수들로만 채우려 한다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산전수전 다 겪어 본 정찬헌의 경험을 필요로 하는 구단이 반드시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팀도 시즌에 들어가 선발 로테이션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정찬헌에게 손을 내밀 수 있다”고 말했다.
정찬헌은 지난해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137.8km에 머물렀다. 그러나 구속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수는 없다. 정찬헌에게는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 노하우가 있다.
마무리로서 27세이브를 기록한 적도 있고 열흘 텀이었지만 선발로 9승까지 거둔 경험이 있는 투수다. 어느 쪽으로건 활용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정찬헌은 기적처럼 다시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낮은 몸값과 야구에 대한 열정, 그리고 끈기가 있다면 가능한 일이 될 수 있다. 아직 시간은 남아 있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