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좀전에 본 거 같은데 너무 이르다(Too Soon)’며 아쉬워했다.”
이제 통역없이도 제법 동료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내야수 김하성(28), 그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마치고 소속팀 캠프에 합류한 뒤 같은 대회를 마치고 돌아온 동료들과 나눈 얘기들을 소개했다.
파드레스는 올해 WBC에 참가한 선수들이 많았다. 다르빗슈 유(일본)처럼 우승의 영광을 누리고 돌아온 선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고배를 마셨다.
대한민국 대표팀으로 참가했던 김하성을 비롯해 잰더 보가츠(네덜란드) 후안 소토, 매니 마차도(도미니카 공화국) 등은 1라운드에서 떨어지며 조기에 팀에 합류했다. ‘마이애미(결승전 장소)에서 만나자’는 약속은 현실이 되지 못했다.
“다들 말은 그렇게하지만, 속으로는 자존심 상하고 그랬을 것이다.” 동료들과 애써 웃으며 인사를 나눴던 김하성은 당시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김하성, 그리고 대한민국 야구에게 지난 WBC는 ‘잊고싶은 과거’다. 한국 야구의 민낯을 절실히 체험한 대회였다. 호주와 일본에게 연거푸 패하며 탈락했다. 뒤늦게 약체인 체코와 중국을 두들기며 화풀이했지만, 현실은 바뀌지않았다.
김하성은 WBC 4경기에서 16타수 3안타 3홈런 6타점 2볼넷 1삼진 기록했다. 그가 기록한 3홈런은 트레이 터너(미국)가 준결승에서 깰 때까지 대회 최다 홈런으로 남아있었다.
개인 성적은 훌륭했으나, 그는 애써 사탕발림하지 않았다. 지난 3일(한국시간) 콜로라도 로키스와 홈경기를 마친 뒤 인터뷰를 가진 그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기에 아쉽게 생각한다”며 WBC에 대한 아쉬움을 다시 털어놨다.
대회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국민들과 야구팬 여러분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려서 죄송하다”며 “결과는 시합을 나간 선수들이 책임을 지는거고 결과에 있어서 비판을 받는것은 당연한 것”이라 적었던 그는 “다른 팀 선수들에게 진 것이 분하고 쪽팔린 것도 있다”며 아쉬운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낸 뒤 “욕먹을 것은 빨리 욕먹고, 결국에는 앞으로 나아가야한다”며 다시 전진할 것을 다짐했다.
그가 앞서 적었던 글처럼, 이번 대회를 통해 겪은 아픔들은 앞으로 성장하는데 있어 새로운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패배의 아픔을 달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대표팀 선수들에게도 다음 대회를 준비하는데 있어 큰 발판이 될 것이다. 무엇이 부족한지 각자가 느꼈을 거라 생각한다”며 다음 대회에서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큰 이변이 없다면, 다음 WBC는 2026년에 열릴 예정이다. 삼십대 초반의 베테랑이 돼있을 김하성은 3년전의 아쉬움과 분노를 모두 떨쳐낼 수 있을까? 그것은 승부의 신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샌디에이고(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