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스 모두가 간절했던 130승…숙원 푼 장원준 “의지 미트만 보고 던져, 초구 홈런 맞더라도 미련 안 남길 것”

두산 베어스 좌완 베테랑 장원준이 드디어 숙원을 풀었다. 1,844일만의 승리 투수와 함께 개인 통산 130승 고지에 오른 까닭이다.

장원준은 5월 23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7피안타 4탈삼진 무사사구 4실점으로 팀의 7대 5 승리에 이바지했다.

이날 1회 초를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출발했던 장원준은 2회 초 곧바로 위기에 빠졌다. 장원준은 2회 초 피렐라와 강민호에게 연속 안타를 내준 뒤 무사 1, 3루 상황에서 강한울에게 번트 안타를 허용했다. 이 과정에서 1루수 양석환의 악송구가 나오면서 3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와 1대 1 동점이 이뤄졌다.

두산 투수 장원준이 개인 통산 130승 고지에 올랐다. 사진(잠실)=김근한 기자
두산 투수 장원준이 개인 통산 130승 고지에 올랐다. 사진(잠실)=김근한 기자

이어진 1사 1, 3루에서 장원준은 김태군에게 내야 안타를 맞고 2실점 째를 기록했다. 후속 타자 이재현에게도 2타점 적시 3루타를 맞고 추가 실점까지 허용했다.

1대 4로 뒤집힌 상황에서 두산 타선이 힘을 냈다. 두산은 3회 말 1사 뒤 연속 안타로 만든 1사 1, 2루 기회에서 로하스의 2타점 적시 2루타로 추격에 돌입했다. 이어 김재환의 1타점 동점 적시 2루타에 이어 송승환의 1타점 역전 적시 2루타까지 터졌다.

장원준은 4회 초에도 마운드에 올라 승리 투수를 향해 한 걸음씩 전진했다. 장원준은 4회 초 선두 타자 오재일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후속 타자 김태군에게 병살타를 유도했다. 장원준은 이재현을 상대로 자신이 직접 잡은 투수 뜬공으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5회 초 마지막 이닝에서 장원준은 선두 타자 김지찬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은 뒤 김현준과 구자욱을 땅볼로 유도해 승리 투수 요건을 충족했다. 두산은 6회 말 추가 득점과 함께 필승조 계투진을 모두 동원해 장원준의 개인 통산 130승을 지켰다.

두산 양의지가 5월 23일 승리 뒤 130승을 달성한 장원준을 축하해주고 있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두산 양의지가 5월 23일 승리 뒤 130승을 달성한 장원준을 축하해주고 있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경기 뒤 이승엽 감독은 “선발 투수 장원준이 시즌 첫 등판에서 큰 역할을 했다. 2회를 제외한 나머지 이닝을 노련한 투구로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130승 달성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야수들이 최고 선참 투수의 선발승을 위해 똘똘 뭉쳤다. 2아웃 이후 집중력 아주 좋았고 1번부터 9번까지 모두 자기 위치에서 제 몫을 다 했다”라고 기뻐했다.

후배들의 축하 물세례를 받고 취재진과 만난 장원준은 “승리 투수까진 생각은 안 했고 일단 내가 맡은 역할에만 집중해 최소 실점과 함께 최대한 5회까진 버티자고 생각했다. 팀 타선이 집중력을 발휘해 득점해준 덕분에 승리 투수가 된 듯싶다. 중간에 고집을 피워서 마운드를 지킬 생각은 전혀 없었다. 도망가는 투구보단 방망이에 맞춰서 결과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최대한 공격적인 투구를 펼쳤다”라고 전했다.

두산으로 돌아온 양의지와도 5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춘 장면도 의미가 있었다. 장원준은 “오랜만에 (양)의지와 호흡을 맞췄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은 의지 사인만 믿고, 의지 미트만 바라보고 공을 던졌다. 또 2군에서 권명철 코치님께서 투심 패스트볼을 추천해주셨는데 연습하다 보니까 잘 먹히기 시작했다. 오늘도 의지 사인에 따라 던진 투심 패스트볼이 잘 통했던 듯싶다”라며 미소 지었다.

5월 23일 잠실 삼성전에서 투구하는 장원준.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5월 23일 잠실 삼성전에서 투구하는 장원준.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장원준이 개인 통산 130승을 달성하기까진 무려 1,844일의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장원준은 오랜 기간 부상과 부진을 거듭하면서 현역 은퇴 기로에 서기도 했다.

장원준은 “긴 부진에 빠지면서 내가 원래 가지고 있었던 투구 밸런스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그걸 되찾을 때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지금 몸 상태로는 예전 투구 밸런스가 안 나오는데 자꾸 그걸 쫓아가다 보니까 오히려 악영향이 끼쳤다. 지금은 투구 자세에서 약간 미세한 변화가 생겼다. 팔을 억지로 올리지 않고 그냥 자연스럽게 올라오는 대로 던지고 있다”라고 바라봤다.

장원준은 KBO 역대 11번째, 좌완 4번째로 개인 통산 130승 고지에 올랐다. 역대 최다승 공동 10위에 오른 데다 역대 좌완 최고령 130승 신기록(37세9개월22일, 종전 최고령 한화 송진우 34세4개월18일)까지 달성했다. 이제 장원준의 눈앞엔 배영수의 개인 통산 최다 선발승(131승) 기록이 있다.

장원준은 “일단 130승을 달성해서 홀가분한 느낌이다. 선발 투수를 한 번 해보고 안 되면 그만 두려는 생각이 있었다. 어쨌든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신 덕분에 후회 없이 던졌다. 다음 기회가 없을 듯싶단 생각에 준비하는 과정에서 더 긴장감과 떨림을 느꼈다. 이제 다음 목표는 전혀 없다. 그냥 팀이 원하는 위치에서 하나하나 승리에 보탬이 되는 투구를 하는 게 지금 내 역할이고 남은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마지막으로 장원준은 “최근 몇 년 동안 불펜에서 던지면서 뭔가 자꾸 아쉬움과 후회가 남더라. 이렇게 그만두면 분명히 후회할 듯싶어서 올해는 무조건 후회와 미련을 남기지 말자는 생각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마운드 위에서 내 공을 못 던질 바에야 초구 가운데 던져서 홈런을 맞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이제 내 공이 안 통한다고 생각하고 미련 없이 관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130승을 달성한 장원준이 동료들로부터 물세례를 받고 있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130승을 달성한 장원준이 동료들로부터 물세례를 받고 있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잠실(서울)=김근한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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