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내리쬐던 로저 딘 스타디움은 경기 시간이 되자 먹구름으로 뒤덮이더니 이내 비가 쏟아졌다. 한여름 플로리다의 날씨는 변덕스럽기만하다.
이곳을 홈구장으로 하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산하 싱글A팀 팜비치 카디널스에서 뛰고 있는 조원빈(20)의 2023시즌도 흡사 이 날씨와 비슷하다. 4월 16경기에서 타율 0.148(54타수 8안타)로 부진했던 그는 5월 21경기에서 타율 0.338(74타수 25안타)로 반등했다. 출루율은 0.449, 장타율 0.378 기록하고 있다.
‘MLB.com’ 선정 카디널스 유망주 랭킹 21위에 올라 있는 그는 멀지않은 미래 밝게 빛날 순간을 위해 지금도 묵묵히 땀흘리고 있다.
그런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새로운 시즌이 두 달 정도 지났다.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잘 지내고 있다. 작년보다 주변 환경이 다 좋아졌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스프링캠프 기간 사용하는 클럽하우스를 사용하고 있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환경이) 좋아질 거라 생각했다. 여기서 우리가 가장 좋은 환경에서 하는 거 같다. 루키 레벨 선수들은 라커도 다르고 훈련 시간도 다르다.
이른바 ‘풀 시즌’은 처음이다. 고등학교나 루키레벨과는 다를텐데?
매일 경기하는 것에 대해 배우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멘탈 관리다. 시즌은 길기에 한 경기 못했다고 기분이 안좋아지고 잘했다고 좋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배우고 있는데 아직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한 경기를 못하면 다음날 기분이 안좋고 그게 계속 이어지는 거 같다. 그 부분을 어떻게 잡느냐가 중요하다. 체력적으로는 많이 뛰고 있지만, 수시로 쉬고 잠도 많이 자고 회복 운동도 해서 문제가 없다.
특별히 도움을 받는 동료들이 있는가?
팀내에서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드래프트로 들어온 형들이 많다. 그 형들은 작년부터 이 팀(싱글A)에서 뛰었다. 대학교를 졸업하다보니 나같은 어린 선수들보다는 경기 감각도 좋고 경기에 임하는 자세도 다르다. 그 형들이 하는 것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마이너리그하면 흔히 떠오르는 것이 ‘고난의 원정길’이다.
원정은 1시간 이상 이동하면 그곳에서 숙소를 잡고 일주일간 연전을 치르고 있다. 버스에서는 주로 자거나 핸드폰을 보기에 이동 시간은 잘 모르겠다. 길 때는 2~3시간 정도 가는 거 같다.
4월에는 많이 부진했었다.
4월에는 나도 잘 모르겠다. 스프링캠프를 치르며 몸도 준비가 잘돼 있었는데 결과가 안따라줬다.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도 타자는 숫자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기록이 안나오면서 급해졌다. 아무리 팀에서는 타율이 아니라 타구의 질, 출루 내용같은 것을 보고 평가한다고 하지만, 경기를 뛰다보면 전광판을 보게되는데 잘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다가도 기록을 보면 기대치에 못미치는 것이라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많은 경기를 소화한 적이 없다. 올해 100경기 가까이 뛰었을 때 내 기록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어떨 거라 예상하는가?
지금 예상은 하고싶지않다. 타격 감각이 계속 왔다갔다 하는중이다. 한 타석 한 타석이 쉽지않다. 내 타격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타석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루키 시절에는 투수들이 자기가 던지고 싶은 대로 던졌지만, 지금은 나를 잡으려고 들어온다. 나에 대한 전력 분석도 하고 어느 공에 약점을 보이면 이를 바로 사용한다. 한 타석 잘했다고 ‘이대로 계속 이렇게 해야지’같은 마인드로는 쉽지않다. 지금은 직구에 대한 대처는 잘되고 있는데 계속 직구를 잘치고 있다보니 상대가 거의 변화구로만 승부하고 있다. 볼넷을 노릴 수도 있겠지만, 변화구라도 스트라이크로 들어오는 경우가 있고 카운트가 불리하게 몰리면 급해지는 거 같다. 변화구 대처를 위해 토탭도 해보고 발을 찍으면서도 쳐보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이것저것 해보고 있다.
마이너리그는 훈련보다 실전을 중요시한다. 결국 실전밖에 해답이 없을 거 같은데?
경기가 매일 있다보니 이를 통해 방법을 찾고 이겨내야할 거 같다. 이미지 트레이닝도 하고 있지만, 투수가 던지는 것을 직접 상대하는 것은 다르다. 코치님과 인스트럭터분이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신다. 훈련도 따로 만들어주시고 추가 연습도 하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공을 보는 것이나 치는 것에 있어서는 계속 괜찮다. 체력도 받쳐주고 있다. 내가 안되는 부분을 조금씩 고쳐나가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예전에 인스타그램에 홈런을 때린 뒤 타구를 바라보는 영상을 올린 적이 있다. 설명해줄 수 있는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경기였다. 비가 오는 날이었고 구장도 어두웠다. 타구가 우측으로 가는데 잘안보였다. 그래서 타구를 보고 있던 것이었는데 상대 팀에서는 타격 직후 배트도 던지고 타구를 감상하니까 기분이 나빴던 거 같다. 감독과 코치가 심판에게 항의를 하더라. 다행히 빈볼은 맞지 않았다(웃음). 팀원들은 웃으면서 ‘왜 타구를 구경하냐’고 했는데 그때 ‘아 이러면 안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배트를 던진 것은 일부러 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타격을 할 때 나오는 것이다. 아무 생각없이 하는 행동에 상대가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주피터(미국)=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2편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