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 볼넷 많은 투수고, 일단 막아보자’라고...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다시 시작하면 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하면서 준비했다.”
‘9억팔 투수’ 장재영(20)은 타인의 기대와 스스로의 목표에 미치지 못하는 투구들에 그 자신이 더 큰 아쉬움을 느꼈다. ‘볼넷’이란 지긋지긋한 족쇄도 의식하지 않았지만 늘 그를 옥좨였던 압박감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제 장재영은 자신의 단점을 고스란히 인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스스로의 장점도 믿고 있다. 정말 바닥에서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절치부심하면서 ‘다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리고 약 2달만의 1군 복귀전에서 그 마음이 담겨있었던 투구들은 장재영에게 귀중한 ‘다음’기회를 줬다.
내용적으로 지난 4일 인천 SSG전에서 장재영은 3이닝 6피안타(1홈런) 1볼넷 5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장재영은 “사실 2군에서도 드러난 자책점은 괜찮았지만 세부적으로 봤을땐 만족스럽지 않았고 기회가 올지도 몰랐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믿어주셔서 이렇게 (1군으로) 불러주시지 않았나 생각했다. 그런만큼 ‘후회 없이 던지고 내려가자’는 생각으로 던졌다”며 2달여 만의 간절했던 기회에서 가졌던 마음가짐을 전했다.
그렇다면 후회 없는 투구를 했을까. 반반이다. 장재영은 “사실 후회가 아예 없지는 않더라. ‘조금 더 안 맞을 수 있었는데’란 생각도 들었다”며 솔직한 소감을 전한 이후 “그렇지만 퓨처스에서 계속 준비해왔던 것을 1군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ᄋᅠᆻ던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투구를 했다”고 말했다.
복귀전에서 16명의 타자를 상대로 총 64구를 던졌는데 볼넷이 1개 밖에 없었다는 것이, 그보다 앞선 2번의 선발 등판에서 각각 5개씩 볼넷을 내준 장재영에겐 가장 고무적인 세부내용이기도 했다.
준비 과정의 핵심은 무엇이었을까. 장재영은 “일단 볼넷을 줄이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 (목표 달성이) 어떤 경기는 잘 됐고, 어떤 경기는 잘 안됐는데 안되는 경기가 나올때마다 끝나고 나서 복기해봤다”면서 “마운드 위에서 볼넷 1개를 내줬을 때 내 마음가짐과 생각들을 다 토대로 일단 캐치볼부터 최대한 던지려고 했던 것에 던지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기본기에 먼저 충실했던 것 같다”며 지난 준비 과정의 모습들을 돌이켜 봤다.
마음가짐의 변화와 함께 또 다른 배움도 있었다.
장재영은 “컨트롤적인 부분은 내가 아직 코너로 이렇게 (잘) 던질 수 있는 투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것들을 받아들이고 최대한 공격적으로 승부를 해서 배트에 빗맞도록 해야겠단 생각을 했다”면서 “빗맞은 타구가 안타가 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볼넷은 많이 내줬지만 안타를 많이 맞는 경험 자체는 적었기에 공부가 되는 것들이 많았다”며 지난 경기 내용들을 복기하기도 했다.
염원했던 KBO리그 데뷔 첫 승은 4일 경기서도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장재영은 “그걸 생각하기보단, ‘팀이 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마운드에서 내려와서도 계속 했고, 던지면서도 마찬가지로 ‘오늘 꼭 이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실점을 덜 했다면 더 편하게 갔겠지만 결과적으로 팀이 이겼고 최선을 다해서 던졌기에 후회는 없다”며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장재영은 2021년 키움 1차 지명으로 프로에 합류한 이후 매 시즌 많은 기대를 받았고, 그만큼 많은 기회도 잡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1군에 자리를 잡지 못했던 지난 2시즌이었다.
그만큼 절치부심했던 올해는 어느 때보다 더 큰 기대 속에 선발로테이션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2차례의 부진한 투구 끝에 4월 18일 엔트리에서 말소된 이후 또 긴 준비 과정들을 거쳐야 했다.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 장재영은 어떻게 마음을 연마(練磨)했을까.
“매년 항상 기대해 주시는 팬분들도 계시고, 구단에서 기대를 걸어주시는 것도 있다. 내 스스로도 지난해 질롱 코리아 파견에서도 괜찮았고 올해를 기대하며 열심히 분비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초반에는 또 똑같이 무너졌다. 이번에 2군에 내려갔을 땐 작년, 재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내가 진짜 정말 부족하다’는 걸 많이 느꼈다. 또 ‘이렇게 해선 안되겠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 것 같다.” 통렬한 장재영의 자기반성이었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한 이후 오히려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었다. 장재영은 “포기하기보단 내 위치를 인정하고, 조금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면 할 수 있겠다’는 그런 생각만 갖고 준비를 했다”면서 “아직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과정을 봤을 땐 좀 더 좋아지고 있는 모습이 가능한 희망을 보여드린 것 같아서 그것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키움에는 안우진, 에릭 요키시 등의 좋은 투수들이 많다. 장재영은 늘 그들에 비해 ‘나는 그런 투수가 아니지만’이라고 표현한다. 그들이 장재영의 목표이자 투수로서의 롤모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모든 선수들이 그렇겠지만 저도 최고의 투수가 되고 싶은 그런 욕심이 있다. 하지만 그런 욕심을 우선하는 것보단 내 현재 위치를 잘 알고 차근차근 준비하면 또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섣부르게 앞을 보기보단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만 최선을 다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더욱 성숙해진 장재영의 말이었다.
150km 중반대의 강속구를 뿌리는 장재영에게 제구는 풀리지 않는 숙제처럼, 떨쳐내고 싶지만 떨쳐지지 않는 아침잠처럼 그의 야구인생에 달라 붙어있다. 2달 정도의 2군에서의 일말의 답이나 마음의 결론을 찾았을까.
장재영은 “결론을 냈다기보단, 사실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기대를 많이 받고 매스컴에도 많이 노출되고 그런 것에 대해서 내가 흔들리거나 그런 부분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 2년간을 돌이켜보니 ‘볼넷’이란 그런 단어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더라”며 솔직한 그간의 속내를 토로한 이후 “그래서 그 말에 신경 쓰지 않고 ‘그래 나 볼 많이 주는 투수고, 일단 최대한 막아보자’는 생각으로 계속 던졌고, 그렇게 하다보니 또 좋은 결과가 있던 경기도 있었다. 그렇게 계속 긍정적으로 생각했던 게 좋았던 것 같다”며 그간의 마음가짐을 전하기도 했다.
볼넷도 이젠 그저 투구 전략의 일부인 동시에 하나의 결과일 뿐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장재영은 “볼넷을 주더라도 타자와 싸우다 볼넷을 주고, 허용하더라도 ‘다음 타자를 잡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던지는 게 아마 일단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생각 중엔 최선이 아닐까 싶다”고도 했다.
4일 경기 이런 장재영에게 선배 선발투수인 정찬헌이 조언을 하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장재영은 “아무래도 (정)찬헌 선배도 더 젊었을 땐 빠른 공을 던졌는데, 지금은 컨트롤적으로 특출난 선배님이니까 ‘그땐 어떤 마음으로 투구했고, 지금은 어떤 생각으로 던지냐’고 많이 여쭤봤다”고 설명하며 “변화구 카운트를 잡을 때나 결정구를 던질때도 S존에서 빠지게 던지는 것보단 오히려 공격적으로 봤을 때 타자들이 당황하는 것도 있을 것이라고 많이 가르쳐줬고, 구위에 대한 칭찬도 많이 해줬다”고 귀띔했다.
홍원기 키움 감독과 코칭스태프도 그런 장재영의 투구 과정이나 내용들에 좋은 점수를 매겼다. 그리고 오는 11일 KT전에 다시 장재영을 선발로 내정하고 다음 기회를 줄 계획이다. 장재영의 다음 선발 등판 마음가짐은 4일과 똑같다.
“지난 주 토요일(3일) 문학야구장에 도착했을 때 기분이 새로웠던 것 같다. 정말 후회없이 준비했기 때문에 던지고 당장 내일(4일) 던지고 내려가더라도 ‘야구장 분위기를 즐기고, 타자와의 승부를 즐기고 내려가자’는 생각을 했었다.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없다. 앞으로 1군에서 던질 기회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볼넷을 주더라도 가장 후회 없이 내 공을 던지려고 그렇게 준비 중이다.”
[고척(서울)=김원익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