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토론토 남을 거 같아?” 시작된 질문들 [김재호의 페이오프피치]

“류현진이 여기(토론토)에 남을 거 같아?”

벌써 두 번째다. 토론토 기자들이 슬금슬금 다가와서 던지는 질문이다.

잘 들어야한다. ‘메이저리그에 남을 거 같아?’가 아니라 ‘토론토에 남을 거 같아?’다.

두 달 전 이런 질문을 내가 반대로 했다면 그들은 본 기자를 정신나간 사람처럼 쳐다봤을 것이다.

류현진은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AFPBBNews = News1
류현진은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AFPBBNews = News1

그만큼 류현진의 위상이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반복된 호투를 통해 스스로 만들어낸 결과다.

류현진은 8월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 8경기에서 40이닝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2.93을 기록중이다. WHIP 1.050, 9이닝당 1.4피홈런 2.0볼넷 7.4탈삼진 기록하고 있다.

9이닝당 피홈런과 볼넷은 전성기인 2019년(0.8/1.2)에 못미치지만, 토론토 4년 기록(1.2/2.0)과 비슷한 수준이다. 조정 ERA는 147로 2020년 164 다음으로 좋은 성적이다.

타구의 평균 속도는 86.7마일로 통산 기록(87.8)에 근접했다. 정타 비율(5.8%)은 2020년 3.2%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이다. 강한 타구 비율도 32.5%로 40%를 웃돌았던 지난 두 시즌에 비해 좋아졌다. 기대 피안타율(XBA) 0.234, 기대피장타율(XSLG) 0.361로 모두 통산 기록(0.251/0.400)보다 좋다.

삼십대 중반의, 두 번째 토미 존 수술에서 돌아온 투수의 투구 내용이다. 보통 토미 존 수술을 받고 돌아온 투수는 복귀 시즌 경기 감각이 떨어져 제구를 하는데 애를 먹기 마련이다.

류현진은 제구대신 구속을 잃었다.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88.5마일로 수술 직전인 지난 시즌(89.3마일)보다 느리다. 리그 하위 2% 수준. 그럼에도 이를 특유의 제구와 다른 구종과의 배합을 통해 이겨내고 있다.

상대도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상대한 일곱 팀 중에 네 팀이 5할 승률 이상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팀들이었다. 투수들에게 어려운 곳으로 통하는 쿠어스필드에서도 5이닝 2실점으로 살아남았다.

류현진의 뒤를 따라오고 있는 선발 동료들. 이들은 모두 다음 시즌 계약이 남아 있다. 사진= MK스포츠 DB
류현진의 뒤를 따라오고 있는 선발 동료들. 이들은 모두 다음 시즌 계약이 남아 있다. 사진= MK스포츠 DB

지난 7월 류현진은 본 기자와 인터뷰에서 2024년 빅리그 잔류를 택할 기준으로 ‘아직 경쟁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을 꼽았다. 지금 모습만 보면 그는 충분이 경쟁할 수 있어 보인다.

설명이 길어졌다. 이제 질문에 답을 해보자. 류현진은 토론토에 남을까?

질문을 다시 던져보자. 토론토는 류현진이 남기를 바랄까?

토론토는 냉정히 말해 선발이 절실한 상황은 아니다. 호세 베리오스, 케빈 가우스먼, 크리스 배싯, 기쿠치 유세이 등 다른 선발 투수들은 모두 2024년 돌아온다. 문제아로 전락해버린 알렉 매노아도 어쨌든 팀에 남을 것이다.

밑에서는 MLB.com 선정 구단 유망주 랭킹 1위 좌완 리키 티더맨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 시즌 부상으로 14경기 40이닝 소화에 그쳤지만, 더블A까지 올라왔으며 시즌 막판 트리플A에도 올라올 예정이다.

더블A 11경기에서 5패 평균자책점 5.06을 기록중이지만, 32이닝 던지며 피홈런을 단 한 개만 허용한 것은 고무적이다. 마이너리그에서 통산 9이닝당 0.3피홈런 3.8볼넷 14.6탈삼진 기록했다.

티더맨이 2024년 개막 로테이션에 바로 소화하는 것은 무리다.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하고 시즌 도중 메이저리그 로테이션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토론토 입장에서는 티더맨이 준비될 때까지 시간을 벌어줄 베테랑이 필요할 것이다.

티더맨은 2024년 빅리그 데뷔가 유력하다. 토론토는 그가 준비될 때까지 시간을 벌어 줄 베테랑이 필요하다. 사진=ⓒAFPBBNews = News1
티더맨은 2024년 빅리그 데뷔가 유력하다. 토론토는 그가 준비될 때까지 시간을 벌어 줄 베테랑이 필요하다. 사진=ⓒAFPBBNews = News1

그 역할을 류현진에게 맡길까? 류현진이 막 복귀했을 때 그에 대한 기대치는 그정도 수준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류현진이 지금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시간벌기용 베테랑’ 이상의 모습이다. 본 기자에게 질문을 던진 두 명의 기자중 한 명은 “내가 보기엔 2년 계약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 상황도 아주 나쁜 편은 아니다.

이번 FA 시장에는 리치 힐, 클레이튼 커쇼, 조던 몽고메리, 제임스 팩스턴, 마틴 페레즈, 알렉스 우드 등의 좌완들이 FA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이중 꾸준히 선발로 활약하고 있는 선수는 스넬과 몽고메리 정도밖에 없다. 앤드류 히니, 션 마네아, 웨이드 마일리,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 등도 옵션 실행 여부에 따라 FA가 될 수 있다. 대어급 FA로 각광받았던 훌리오 우리아스는 가정폭력 문제로 사실상 메이저리그에서 다시 던지는 모습을 볼 수 없게됐다.

나오는 선수들이 많다는 얘기는 그만큼 빈자리도 많아짐을 의미한다. 류현진이 지금같은 모습을 끝까지 유지한다면 시장에서 충분히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페이오프피치(payoff pitch)는 투수가 3볼 2스트라이크 풀카운트에서 던지는 공을 말한다. 번역하자면 ’결정구’ 정도 되겠다. 이 공은 묵직한 직구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예리한 변화구, 때로는 실투가 될 수도 있다.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은 더 이상 투수의 것이 아니듯, 기자의 손을 떠난 글도 더 이상 기자의 것이 아니다. 판단하는 것은 독자 여러분의 몫이다.

[토론토(캐나다)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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