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데…죄송합니다. (진급보다는) 은메달이 더 좋습니다(웃음).”
양궁 컴파운드 국가대표 주재훈은 특별한 이야기를 지닌 선수다. 그는 전문 선수가 아닌 동호인 출신으로 당당히 국가대표 선발전을 거쳐 태극마크를 달았다. 본업은 한국수력원자력 청원경찰로 따로 있다.
그의 열정은 항저우에서 빛나고 있다. 주재훈은 4일 소채원과 팀을 이뤄 나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컴파운드 혼성전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한국이 압도적인 성적을 내는 리커브와 다르게 기계식 활을 사용하는 컴파운드는 전 세계적으로 기량이 평준화 돼 있다. 아쉽게 결승에서 오야스 프라빈 데오탈레, 조티 수레카 벤남(인도)에게 밀리며 금메달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으나, 이들의 성과가 더욱 빛나는 이유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주재훈은 “쉽지 않은 경기였는데, 다행히 저희 연습 때 점수만큼 충분히, 떨림 없이 경기를 진행했다고 생각한다. 결과도 만족한다. 단체전이 남았는데 거기에 집중하겠다”며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영광스러운 첫 아시안게임 메달이니 가보로 남기겠다. 이 영광을 가족, 지역 사회(경북 울진)분들, 회사 관계자분들께 돌리고 싶다”고 기뻐했다.
이어 그는 “솔직히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 것이라 생각 못했다. (우리나라에서 양궁) 국제대회에 나가려면 (3위 안에 들어야 하는데) 매번 4위를 했다. 3위를 해야 단체전이라도 뛸 수 있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그런데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천운이 따르는지 신기록을 세우는 등 예선을 1위로 통과했고, 개인전, 단체전, 혼성전을 모두 뛸 기회를 얻었다. 다시 못 올 기회로 여겨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먹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전문 선수가 아니고, 본업도 있어 일정이 빡빡했으나, 이런 점들은 주재훈의 열정을 막지 못했다. 그는 매일 퇴근 후 2~3시간씩 활을 쏘며 자신의 기량을 가다듬었다. 뿐만 아니라 유튜브 등 영상을 통해 외국 선수들의 자세 등에 대해 공부했다고.
주재훈은 “전문 선수들은 스케줄이 좀 군대식이다. 난 자유분방한 스타일이기 때문에 선수로 시작했으면 이렇게까지 성장하지 못했을 것 같다”며 “유튜브를 통해 외국 선수들의 자세와 장비 관리법 등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그는 본업이 있어 짧을 수 밖에 없었던 훈련 시간에 대해 “(남들이) 보통 6발을 쏘면 15분이 걸리는데, 난 5분 안에 쐈다. 나만의 압축 훈련 방식이었다”며 “훈련은 충분히, 제 나름대로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주재훈의 이번 은메달에는 회사의 도움도 컸다. 그는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 3월 회사에 휴직계를 냈고, 회사도 이를 수용하는 등 편의를 봐줬다.
주재훈은 “회사에서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 쉽지 않았을 텐데 휴직 신청을 받아주셨다. 덕분에 국가대표 자격을 유지하고 이렇게 국제대회에 나와 메달을 땄다. 회사 관계자 분들게 감사드린다. 아직 몇 경기가 남았는데 값진 결과로 보답하겠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다만 회사에서의 진급보다는 이번 메달이 더 중요하다고. 주재훈은 이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결정하기) 어려운데…죄송하다. (진급보다는) 은메달이 더 좋다”고 멋쩍게 웃었다.
또한 주재훈은 자신 대신 두 아들과 가정을 돌본 아내에게도 감사 인사를 건넸다. 그는 “아내가 아이들을 키운다고 정말 고생이 많다. 아이들을 잘 돌봐주고 못난 남편이 국제대회 뛸 수 있도록 뒷바라지해줬다. 정말 고맙다. 천생연분을 만난 것 같다. 가면 잘해줘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다”며 “사랑한다”고 애틋한 심경을 전했다.
본업이 있다 보니 주재훈은 앞으로 있을 국제대회에서는 나서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무대가 올림픽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컴파운드 종목은 아직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2028 LA 올림픽에선 채택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주재훈은 “2028 LA 올림픽에 양궁 컴파운드 종목이 추가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회사에서 해고될 수도 있을 텐데…”라며 “그래도 그렇게 된다면 다시 한번 국가대표에 도전해보겠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항저우(중국)=이한주 MK스포츠 기자
[항저우(중국)=이한주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