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지만…, 오늘 밤 그렇게 해주지 못해 미안해요” [아시안컵]

길어지는 전쟁 속에서도 조국을 위해 최선을 다한 팔레스타인. 그들의 여정은 16강에서 멈췄다.

팔레스타인은 30일(한국시간) 카타르 알 호르의 알 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에서 1-2 역전 패배했다.

팔레스타인은 2015년 첫 출전 이후 2전3기 끝에 아시안컵 첫 승, 그리고 첫 16강 쾌거를 이뤘다. 카타르와의 16강전 역시 다바그의 선제골로 앞서는 등 선전. 아쉽게도 알 하이도스와 아피프에게 실점, 역전 패배했으나 그들은 분명 이번 대회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다.

길어지는 전쟁 속에서도 조국을 위해 최선을 다한 팔레스타인. 그들의 여정은 16강에서 멈췄다. 사진(알 호르 카타르)=AFPBBNews=News1
길어지는 전쟁 속에서도 조국을 위해 최선을 다한 팔레스타인. 그들의 여정은 16강에서 멈췄다. 사진(알 호르 카타르)=AFPBBNews=News1

팔레스타인은 아시안컵 내내 온전히 축구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자국 내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대회 준비는커녕 지원은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대회 출전만으로도 기적과 같았다.

심지어 팔레스타인 선수 중 이번 전쟁으로 인해 가족이 다치고 사망하는 경우도 존재했다. 공격수 와디는 이란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 앞서 사촌이 사망했다. 수비수 살레는 전쟁의 중심에 있는 가자 지구 출신으로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채 대회를 치르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입장에선 신체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100% 집중하기 어려운 아시안컵이었다.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여러 나라를 전전해야 했다. 그리고 자신의 가족이 머무는 곳이 전쟁의 중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겨운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팔레스타인은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아시안컵을 통해 조국을 기쁘게 해주겠다는 의지 하나만을 가진 채 뛰었다. 그렇게 역사상 첫 아시안컵 승리, 16강이라는 값진 성과를 냈다.

더불어 득점할 때마다 전쟁을 멈춰달라는 메시지를 남기는 등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카타르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다바그는 두 팔을 교차, 마치 수갑을 찬 듯한 세리머니를 하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처한 상황을 어필했다.

팔레스타인의 선제골을 이끈 다바그. 그는 두 팔을 교차, 마치 수갑을 찬 듯한 세리머니로 전쟁의 아픔을 표현했다. 사진(알 호르 카타르)=AFPBBNews=News1
팔레스타인의 선제골을 이끈 다바그. 그는 두 팔을 교차, 마치 수갑을 찬 듯한 세리머니로 전쟁의 아픔을 표현했다. 사진(알 호르 카타르)=AFPBBNews=News1

다부브 팔레스타인 감독은 카타르전 이후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모든 팔레스타인 사람을 위해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며 “그렇다고 해서 우리 선수들에게 더 많은 걸 요구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팔레스타인 축구, 사람들에게 영광을 안겼다. 그들은 나의 챔피언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매우 열정적이며 우리는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오늘 밤 그렇게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물론 팔레스타인 팬들은 16강에서의 패배에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을 자랑스러워했다. ‘알 자지라’에 따르면 카타르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출신 우스타즈는 “우리 선수들이 골을 넣지 못했다고 해도 분명 자랑스러웠을 것이다. 어떤 것도 우리의 정신을 무너뜨릴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벼랑 끝에 몰렸어도 일어서서 맞서 싸웠다”고 전했다.

카타르의 마르케스 감독 역시 팔레스타인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정말 힘든 경기였다. 그리고 팔레스타인과 경기를 했기 때문에 감정적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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