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밥에 그 나물’ 헤어초크 “힘들게 쌓아 올린 것, 손흥민-이강인 주먹다짐에 박살”…클린스만도 ‘남 탓’ 이어가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표현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수석코치로서 위르겐 클린스만과 함께 1년 가까이 활동한 안드레아스 헤어초크가 최근 오스트리아 매체 ‘크로넨차이퉁’에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했다.

헤어초크는 “아시안컵에서 우리의 활약이 끝난 후 클린스만과 나를 위한 일들이 대한민국에서 계속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우리는 2026 북중미월드컵까지 계약을 연장할 스포츠적인 요건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부분, 특히 지난 며칠은 우리의 상황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걸 보여줬다”고 이야기했다.

헤어초크는 클린스만과 다르지 않았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헤어초크는 클린스만과 다르지 않았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대한민국은 1960년 이후 64년 만에 아시아 정상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당당하게 나섰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이었으나 결과는 4강이었다. 특히 요르단과의 4강전은 단 1개의 유효 슈팅조차 없었을 정도로 참패였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패배를 받아들였다.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슬퍼하고 있을 때 패자로서 상대를 존중하는 여유를 보였다. 아시아 정상에 절실했던 모든 이를 배반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헤어초크 역시 클린스만과 다르지 않았다. 그는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는 힘겨운 출발을 했지만 13경기를 무패로 이어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우리를 항상 지지해줬지만 결국에는 굴복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헤어초크는 영국 매체 ‘더 선’을 시작으로 알려진 손흥민, 이강인 중심의 대표팀 내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요르단과의 중요한 경기가 열리기 전날 저녁, 팀내 세대 갈등으로 인해 손흥민과 이강인이라는 2명의 스타가 싸움을 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매우 감정적인 주먹다짐은 당연히 팀에 영향을 줬다. 훈련장에선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지만 식당에서 그럴 수 있다는 건 알지 못했다. 불과 몇 분 만에 우리가 몇 달 동안 쌓아온 모든 것이 박살났다”고 말했다.

끝으로 헤어초크는 “클린스만과 나는 지난 1년 동안 지낸 대한민국에 여전히 감사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유익했고 아름다웠다. 그러나 지난 몇 달 동안 언론이 부정적인 것을 찾으려고 할 때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을 지켜봤다”고 전했다.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표현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표현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클린스만과 헤어초크가 왜 감독-수석코치로서 함께할 수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클린스만은 이미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에서 아시안컵 탈락의 원인으로 손흥민과 이강인 등 대표팀 내분을 꼽았다. 자신의 전술 부재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은 채 말이다. 헤어초크와 똑같았다.

팩트를 살펴보자. 클린스만과 헤어초크는 지난 1년 동안 정말 팀을 잘 만들어왔을까?

대한민국은 2022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에 빛나는 팀이었다. 그러나 클린스만 부임 후 아시안컵 이전, 그리고 본 대회 내내 좋지 못한 경기력을 보였다. 헤어초크가 언급한 13경기 무패 중 아시아 팀을 상대로 한 건 무려 10경기였다. 남은 3경기 중 승리는 튀니지전뿐, 엘살바도르와 웨일스에는 무승부를 기록했다.

일본과 함께 가장 강력한 아시안컵 우승 후보로 꼽혔으나 경기력은 그렇지 않았다. 바레인전 승리 후 요르단, 말레이시아와 무승부를 기록했고 사우디 아라비아, 호주를 상대로는 경기 내내 밀리다 후반 역전 드라마를 쓴 게 전부다. 요르단과의 4강전에선 힘 한 번 쓰지 못한 채 참패했다. 무엇을 쌓아 놓았다고 하는지 알 수 없는 부분이다.

아시안컵 우승 좌절의 원인을 오로지 선수들에게 찾는 것도 지도자로서 형편없는 부분이다. 이미 대한축구협회조차 대표팀 선수들을 보호하지 않는 상황에서 클린스만, 헤어초크 등 지도자들도 외면했다. 결국 선수들을 보호해준 건 침묵으로 일관한 동료들이었다. 심지어 클린스만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셌을 때도 그를 아껴준 건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돌아온 건 따뜻한 포옹이 아닌 화살이었다.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가장 무능하고 무책임한 지도자들이 지휘봉을 잡은 1년이었다. 지나간 시간은 아쉽지만 크게 늦지 않았다는 게 다행이라고 느껴지는 순간이다.

클린스만의 미소는 이제 볼 수 없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클린스만의 미소는 이제 볼 수 없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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