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sport”로 시작한 7년의 태극마크, 라건아는 승리와 함께 내려놓았다…“대한민국 농구 파이팅, 라건아 아웃”

“passport(여권)”. 7년 전 한 남자의 짧은 한마디에 모두가 설렜다. 그리고 그는 대한민국 농구 최초 외국인으로서 국적 취득 및 귀화, 7년 동안 태극마크를 가슴에 품었다.

라건아는 25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태국과의 국제농구연맹(FIBA) 제다 아시아컵 2025 예선 홈 2차전에서 17분 10초 출전, 15점 6리바운드 1블록슛으로 96-62, 대승을 이끌었다.

라건아는 짧은 시간 동안 대한민국의 골밑을 지키며 태국전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태국의 프레데릭 리쉬는 라건아에 대해 “많이 뛰지 않았지만 센터의 표본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그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사진=라건아 SNS
사진=라건아 SNS

이번 예선에 앞서 안준호 감독으로부터 ‘캡틴’이 되기도 한 라건아다. 안준호 감독은 “대한민국, 그리고 KBL에서 생활한 것이 13년, 대표팀은 7년째다. 사실 미국은 대표팀 주장 이력이 커리어에 남는다. 우리와 인식 자체가 다르다. 그렇기에 라건아에게 부탁했다. 선수 본인도 흔쾌히 받아줬다. 주장의 몫을 훌륭히 잘 해냈다”고 극찬했다.

라건아는 오는 5월까지 국가대표 계약이 되어 있다. 다음 예선은 11월, 여름에 평가전을 한다고 해도 더 이상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라건아는 볼 수 없다.

대한민국 농구와 라건아가 함께한 7년의 세월은 대단히 특별했다. 2017년 1월 1일 당시 리카르도 라틀리프였던 라건아는 KBL에서 이루고 싶은 것에 대한 질문에 “passport”라는 답을 하며 귀화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1년 후 특별귀화 절차를 모두 밟으며 정식 합류, 대한민국 농구를 이끌어 왔다.

라건아는 2019 FIBA 중국농구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예선 1라운드 홍콩전에서 데뷔, 15분 18초 동안 13점 9리바운드를 기록하며 93-72 승리를 이끌었다.

이후 라건아는 2019 FIBA 중국농구월드컵 본선을 이끌었다.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 등 중동을 뚫고 2회 연속 본선 진출에 앞장선 영웅이었다.

라건아는 본선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해외 취재진으로부터 ‘100만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선수로 평가받았다. 코트디부아르와의 순위결정전에선 26점 16리바운드 2어시스트 1스틸 3블록슛을 기록, 25년 만에 월드컵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대한민국을 상대하는 모든 아시아 국가에 있어 라건아는 경계 대상이었고 공포의 상징이었다. 천하의 중국조차 라건아의 기량만큼은 확실하게 인정했다. 전성기가 아닌 현시점에서도 그는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최고의 무기로서 활약했다.

라건아는 태국전이 끝난 후 자신의 SNS를 통해 국가대표로서의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특히 영어는 물론 한국어로 번역된 버전까지 함께 담으며 대한민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라건아는 “올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가 되어 앞으로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는 모르지만 이 기회를 받을 수 있었던 것에 평생 감사할 거 같습니다. 대한민국 농구 화이팅. 라건아 아웃”이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passport”. 7년 전 한 남자의 짧은 한마디에 모두가 설렜다. 그리고 그는 대한민국 농구 최초 외국인으로서 국적 취득 및 귀화, 7년 동안 태극마크를 가슴에 품었다.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passport”. 7년 전 한 남자의 짧은 한마디에 모두가 설렜다. 그리고 그는 대한민국 농구 최초 외국인으로서 국적 취득 및 귀화, 7년 동안 태극마크를 가슴에 품었다.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다음은 라건아의 SNS 전문이다.

오늘 밤은 저의 위대한 국가와의 마지막 동행이자 대표팀 마지막 경기였습니다. 외국선수 최초로 멋진 나라를 대표해 국제레벨에서 선보일 수 있게 해줘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벌써 대표팀의 일원으로 뛴 시간이 6년이나 지났다는게 믿기지 않습니다. 긴 여정동안 저를 응원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제 능력을 믿어주신 덕분에 조금이나마 나라를 위해 올바른 방법으로 대표할 수 있었습니다.

대한농구협회, KBL, 이상민 코치님, 그리고 선수 생활 동안 함께했던 팀원들께 감사합니다. 함께한 모든 팀원은 제 평생 형제입니다. 이번 대표팀의 최고참이자 주장이라는 게 아직도 실감이 안 나지만,주장으로 임명해준 형제들과 코칭스태프에 감사합니다.

팬 여러분께 항상 저에게 관심 가져주시고 무한한 응원과 성원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팬 여러분들이 저를 사랑해주시는 만큼 저도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한국에 있는 시간 동안 함께한 통역, 트레이너, 매니저, 그 외에 모든 분께도 감사합니다.

올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가 돼서 앞으로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는 모르지만 이 기회를 받을 수 있었던 것에 평생 감사할 거 같습니다. 대한민국 농구 화이팅. 라건아 아웃.

라건아는 2018년 2월 홍콩과의 홈 경기에서 국가대표 데뷔 경기를 치렀다.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라건아는 2018년 2월 홍콩과의 홈 경기에서 국가대표 데뷔 경기를 치렀다.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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