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데뷔전도 안 치렀는데 벌써 ‘월드 루키’가 됐다. 두산 베어스 신인 투수 김택연이 일본프로야구(NBP)에 이어 미국 메이저리그 타자들까지 강속구로 돌려세우는 괴력을 발휘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김택연을 발굴한 인천고등학교 계기범 감독은 제자의 빼어난 활약상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택연은 3월 18일 고척돔에서 열린 팀 코리아와 LA 다저스의 서울시리즈 스폐셜 매치에 6회 말 구원 등판해 0.2이닝 무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6회 말 마운드에 오른 김택연은 선두 타자 테오스카 에르난데스를 상대로 볼카운트 1B-2S 상황에서 몸쪽 높은 151km/h 강속구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었다. 후속타자 제임스 아웃맨을 상대로는 3볼까지 몰렸지만, 3연속 강속구를 꽂아 넣으면서 또다시 헛스윙 삼진을 만들었다. 특히 마지막 공은 한가운데로 들어갔지만, 아웃맨의 방망이가 힘없이 돌아갔다.
경기 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가장 인상적이었던 한국 선수 질문에 “탈삼진 두 개를 잡은 우완 투수 한 명인데 이름은 모르겠다. 제임스 아웃맨에게 듣기로 정말 멋진 피칭을 한다고 하더라. 스트라이크존 상단에 꽂는 공이 위력적이었다고 말했다. ”구속은 시속 91마일(약 146㎞) 정도였던 것 같은데, 실제로는 시속 95∼96마일(약 153∼154㎞)의 위력이 있었을 것”이라며 김택연에 대한 강한 인상을 답했다.
김택연은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 캠프 MVP를 수상했다. 김택연은 일본 구단과 맞붙은 4경기에 등판해 4.1이닝을 소화하며 1피안타 무4사구 8탈삼진, 평균자책 ‘0’으로 압도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김택연과 맞대결에서 포수 파울 뜬공으로 물러난 소프트뱅크 호크스 4번 타자 야마카와가 “아직 18살밖에 안 된 투수인가”라며 감탄했을 정도였다.
김택연의 개막 엔트리 승선에는 이제 한 치의 의문도 없다. 김택연이 1군 마운드에서 어떤 보직을 맡을지에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최근 기존 마무리 투수인 정철원의 마무리 보직을 유지하겠단 뜻을 밝혔다. 김택연은 8회 필승 셋업맨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김택연 스승인 인천고 계기범 감독도 제자의 활약에 환히 웃었다. MK스포츠와 연락이 닿은 계기범 감독은 “지난해 초반엔 (김)택연이가 크게 주목을 못 받았다. 하지만, 2년 전 전국체전 때 광주일고전 투구를 기점으로 완전히 자신감을 되찾기 시작한 게 눈에 보였다. 실전 경기에 돌입하면 충분히 택연이를 향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겠다고 확신했다”라며 돌아봤다.
김택연은 전국대회에서 꾸준히 자신의 구위와 제구력을 증명했다. 최대어 장현석(LA 다저스)의 미국 진출이 유력해지자 전체 2순위 지명권을 보유했던 두산은 김택연을 더 집중 관찰하기 시작했다. 두산 관계자는 “지명 날짜가 다가올수록 우리는 김택연에 대한 확신이 점차 더 커졌었다. 장현석과 김택연이라면 우리가 고민했겠지만, 다른 경우의 수에 대해선 전혀 고민하지 않고 김택연을 택할 수 있었다”라고 귀띔했다.
계기범 감독은 김택연의 야구에 대한 진심 어린 자세와 인성을 더 주목했다. 계 감독은 “중학교 때 택연이가 공을 때릴 줄 아는 투수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신장이 비교적 작은 편이라 큰 주목을 못 받았었다. 타고난 제구력이 있었고, 야구를 대하는 진심이 남다른 아이라 성실하게 노력하면서 해가 지날수록 꾸준히 성장하더라. 인성도 정말 바른 스타일이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택연은 지난해 8월 말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에 참가해 5연투 혹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고등학교 3학년 투수가 5연투 기간 무려 178구를 던지는 비현실적인 일이 벌어졌다. 더 큰 문제는 10월에 예정됐던 전국체전 대회였다. 만약 이 대회에서도 김택연이 투구를 했다면 더 큰 과부하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컸다.
과거 두산 1차 지명 출신인 성영훈 강릉고 코치는 “15년 전엔 나도 자청해서 마운드에 올라가 많은 공을 던졌다. 그 나이 때는 몸이 크게 아프지 않으면 당연히 큰 무대에 던지고 싶은 마음이 클 수밖에 없다. 김택연 선수도 메달을 딸 수 있는 무대라 더 의욕적으로 던졌을 거다. 지금은 괜찮을지 몰라도 나중에 더 먼 미래를 위해서 이제부터 더 관리를 잘했으면 좋겠다. 나도 청소년 대표팀을 다녀온 뒤 전국체전 경기까지 공을 던진 게 너무나도 치명타였다. ‘그 때 공을 더 던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라는 후회를 아직까지 하고 있다”라고 안타까웠던 과거를 되돌아봤다.
성영훈 코치와 같은 아픈 과거가 있었기에 두산 팬들도 김택연 혹사 논란에 우려를 자아냈다. 그리고 계기범 감독은 김택연을 전국체전 대회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결단을 내렸다. 두산 구단도 두 손을 들고 환영한 결정이었다.
계 감독은 “당연히 택연이가 있었다면 전국체전 대회에서 우리 팀이 수월하게 대회를 치렀겠지만, 원체 무리하고 돌아온 택연이에게 그때 필요한 건 휴식이라고 판단했다. 엔트리에 있으면 혹시나 나갈 수도 있으니까 아예 엔트리에서 뺐다”라고 설명했다.
계 감독의 전국체전 엔트리 제외 결정 덕분에 김택연은 두산 구단의 철저한 관리 아래 2024시즌 데뷔를 준비했다. 1월까지 공을 거의 만지지 않고 몸 상태 회복에만 집중했던 김택연은 스프링캠프부터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껏 선보이기 시작했다. 일본에 이어 미국에서도 주목받는 슈퍼루키가 됐다.
이처럼 최근 인천고에서 계기범 감독 지도 아래 좋은 자질의 프로 지명 유망주들이 배출되는 분위기다. 김택연과 더불어 또 다른 인천고 출신 신인 외야수 김현종도 LG 트윈스 개막 엔트리 승선이 유력해졌다. 야구를 대하는 태도와 인성을 중요시하는 계기범 감독은 2024시즌에도 많은 제자가 프로 유니폼을 입길 소망했다.
계 감독은 “올해도 기대하는 선수들이 많다. 투수 쪽에선 조영우, 조유성, 구교진 등이 싸울 줄 아는 투수들이다. 내야 쪽에선 유격수 수비 하나만큼은 고3 톱이라고 보는 김준원과 3루수를 보면서 콘택트 능력과 발이 빠른 박재현이 있다. 포수 유진서와 외야수 이재효도 지켜볼 만한 자원”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계 감독은 “택연이가 정규시즌 개막 뒤 첫 단추를 잘 꿰맸으면 좋겠다. 학교에 있을 때 길게 던지게도 했는데 투구 체력도 타고난 스타일이다. 선발로도 충분히 대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근한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