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미국 드라이브 라인 유학 효과일까. KIA 타이거즈 ‘최연소 클로저’ 투수 정해영이 개막전부터 달라진 구속과 구위로 시즌 첫 세이브를 달성했다. 지난해 평균 구속 143.2km/h를 기록했던 정해영은 개막전 등판부터 최고 구속 150km/h를 찍었다.
KIA는 3월 23일 리그 개막전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해 7대 5로 승리했다. KIA는 이범호 감독 사령탑 데뷔전 승리와 더불어 2018년부터 이어진 개막전 6연패 사슬을 끊었다.
이날 선발 투수 윌 크로우가 5.2이닝 5실점(4자책)을 기록한 가운데 팀 타선이 1회 말 5득점 빅 이닝으로 만든 리드를 끝까지 지켰다. 시범경기 2안타로 부진했던 최원준도 4회 말 솔로 홈런을 날렸다. 4번 타순에서 4출루 2타점으로 해결사 능력을 뽐낸 최형우와 더불어 땅볼 2타점이란 진귀한 기록을 달성한 황대인도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팀 불펜진도 철벽 계투 릴레이를 선보였다. 먼저 곽도규가 6회 초 2사 1루 상황에서 구원 등판해 송성문을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워 이닝을 매듭지었다. 7회 초 등판한 전상현은 선두타자 이형종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후속 타자들을 연속 뜬공 범타와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8회 초 올라온 최지민은 삼자범퇴로 깔끔한 투구 내용을 펼쳤다.
가장 큰 반전은 정해영이었다. 9회 초 세이브 상황에서 올라온 정해영은 선두타자 김동헌을 유격수 땅볼로 잡았다. 이어 송성문과 8구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했지만, 정해영은 이형종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은 뒤 주성원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워 시즌 첫 세이브를 달성했다.
이날 정해영은 송성문을 상대로 던진 3구째 속구 구속이 150km/h로 찍혔다. 정해영은 지난해 평균 구속 143.2km/h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구속 상승에 대한 고민이 컸지만, 정해영은 미해결 상태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비시즌 정해영은 미국 드라이브 라인을 방문해 구속과 구위 상승을 위한 배움을 계속 이어갔다. 그 결과 정해영은 개막전부터 최고 구속 150km/h를 찍으면서 완전히 달라진 공을 자랑했다.
이범호 감독은 개막전 다음날 취재진과 만나 “정해영이 좋은 공을 던진 건 감독으로서 굉장히 고마운 일이다. 지난해에도 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노력했는데 구속이 안 올라온 게 안타까웠다. 올 시즌은 초반부터 구속과 구위 모두 많이 올라온 상태로 시작하니까 굉장히 고무적이다. 그런 자신감으로 공을 던진다면 정말 좋은 시즌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듯싶다”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정해영은 24일 MK스포츠와 만나 “5년 만의 광주 홈 경기 매진이라 긴장하고 설렜는데 팀과 나 모두 좋은 출발이 나와서 기쁘다. 투구 자세에서 잡 동작을 없애고 팔을 톱 포지션 동작으로 최대한 빨리 이동해서 회전으로 던지는 그런 변화를 많이 줬는데 긍정적인 결과로 나타나 만족스럽다. 안 다치고 이런 밸런스를 계속 유지하는 게 중요할 듯싶다”라고 전했다.
정해영은 지난해 심적으로 급했던 점을 아쉬워했다. 정해영은 “지난해엔 조금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성급하게 준비한 느낌이 있었다. 조급한 마음에 안 풀리면 혼자 또 어떤 걸 더 하려고 하다가 보니까 부진이 더 길어졌다. 올해는 미국 드라이브 라인에 가서 좋은 훈련 방법을 배웠고, 꾸준히 내 페이스대로 공을 던지면서 순조롭게 시즌을 준비했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드라이브 라인 훈련에서 정해영이 가장 놀랐던 건 미국 선수들의 웨이트 트레이닝 광경이었다. 정해영은 “미국 선수들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걸 봤는데 우리가 드는 무게 두 배 이상을 들더라. 그런 선수들과 같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니까 더 승부욕도 생기고 더 좋은 근력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성범 선배님 몸을 보면서 저런 몸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계속 노력하려고 한다”라며 미소 지었다.
개막전 등판에서 최고 구속 150km/h를 찍었지만, 정해영은 정작 구속보다는 깔끔한 등판 결과와 멘탈 회복을 더 중요하게 바라봤다.
정해영은 “솔직히 구속은 빠르면 좋겠지만, 구속 숫자보다는 삼자범퇴 세이브 같은 등판 결과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시즌을 준비한 과정에서 만든 좋은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에 가장 집중하고 싶다. 이제 첫 경기 등판이라 시즌 중반에 또 언제 안 좋아질지 모르지 않나. 그럴 때 멘탈 회복을 최대한 빨리해서 크게 안 무너지게 착실히 준비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강조했다.
KIA는 2024시즌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만약 KIA가 한국시리즈에 나간다면 정해영은 ‘우승 마무리’라는 영광스러운 순간을 꿈꿀 수 있다. 정해영은 ‘재밌으면서 이기는 야구’를 KIA 팬들에게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정해영은 “바깥 평가가 좋은 건 우리 팀 선수들의 기량이 뛰어나다는 의미 아니겠나. 안 다치고 우리가 보유한 기량만 잘 펼치면 충분히 한국시리즈라는 무대에 설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나도 그 무대로 가기 위해서 뒤에서 잘 받쳐줘야 한다. 그래도 아직 143경기나 남았다. 우선 정규시즌에 집중해야 한다. KIA 팬들께서 야구장에 많이 찾아주시면 그만큼 올해 재밌으면서 이기는 야구를 꼭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힘줘 말했다.
광주=김근한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