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점: ☆☆☆☆☆
이딴 경기를 관전평씩이나 써야 할지 괴로운 수준이다. 스페인에 미안하다.
국가 열심히 부른 거 말고 대체 이탈리아는 제대로 한 게 뭐가 있나. 90분 내내 경기를 눈이 빠져라 쳐다봤지만, 부디 제발 내가 못 본, 이탈리아가 잘한 플레이가 하나 정도는 있길 바란다.
이걸 1:0으로, 그것도 자책골로 지다니 과연 이탈리아는 명불허전 수비의 팀인가 하는 처참한 자책과 헛웃음도 나온다. 사실 수비조차도 제대로 한 것도 없지만 말이다.
칼라피오리의 자책골마저 없이 만약 0:0으로 비겼다면 스페인에게 미안해서라도 승점 3점을 서비스하고 싶은 수준이다.
이탈리아가 2006년, 역시 같은 독일에서 월드컵 우승을 품에 안을 때 결승전을 제외하고 조별리그와 토너먼트를 치르며 ‘잔루이지’ 부폰 골키퍼가 허용한 골은 자카르도의 자책골 하나뿐이었는데 오늘도 역시 “잔루이지(돈나룸마)가 지키는 이탈리아의 골문은 오직 이탈리아만 열 수 있다”는 정신승리라도 했으면 한다.
감독은 뭘 준비한 건가. 몸에 맞지 않는 전술임은 경기 시작 5분 만에 다 드러났는데 그걸 종료 휘슬이 불릴 때까지 꾸역꾸역 밀고 나가는 고집, 전혀 기대되지 않는 교체선수, 패스, 체력, 경기 운영, 공간 장악, 테크닉, 슈팅 수, 정교함, 활동량, 점유율, 압도적으로 낮은 공격 횟수와 슈팅 숫자, 유효 슈팅….
냉정하게 말해서 선수 개개인의 기량 및 수준까지 “단 하나도” 이탈리아는 스페인에 비해 나은 것이 없었다. 옐로카드 누적 퇴장으로 스페인에서 한 명이 빠지면 그제야 밸런스가 비슷해질까 하는 애잔한 기분까지 들 정도였으니.
킥오프할 때, 정확히 12년 전, 유로 2012 C조 예선 첫 경기에서 “21세기 축구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명경기”라는 전대미문의 찬사를 받았던 두 팀의 그 아름다웠던 경기가 오버랩되었던 이들이 필자뿐만은 아니었으리라.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심지어 12년 전의 그 아름다웠던 경기 이후 결승에서 재회했을 때 0-4로 대패했을 때도, ‘대패’했을 뿐, ‘참담’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오늘은 ‘참담’했다.
오늘 밤 이탈리아의 구세주였던 잔루이지 돈나룸마 골키퍼를 제외한 나머지 10명의 필드 플레이어 평점을 다 합쳐도 과연 스페인의 니코 윌리엄스 한 명의 평점보다 높을 수 있을까?
아니 높지 않아야 한다. 그게 정의일 것 같다. 대문호 셰익스피어 급의 창작력이 아니고서야 이 경기의 관전평을 더 이상 길게 쓰는 것은 인간적으로 무리이기에 여기에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못한 걸 너무 못했다고 말하는 것조차 짜증 날 정도니까.
국립창원대학교 사학과 구지훈 교수(이탈리아 볼로냐 대학교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