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점: ★★☆☆☆
“하… 이걸 비기네…”
자카니의 동점골이 작렬하는 순간, 필자의 입에서 실제 육성으로 터져 나온 말이다. 진심 100%다. 단, 말의 뉘앙스는 아주 다르다. 절대 크로아티아를 폄하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크로아티아의 전력을 낮게 보고 몇 골 차로 승리할 걸 겨우 1:1로 비겼다는 뜻이 전혀 아니다.
무기력 그 자체로 무난히 패배하고 이탈리아로 돌아갈 비행기표 알아볼 일이었는데 ‘어이없게도’ 이걸 비겨버리는 바람에 요즘 표현을 빌자면 ‘16강에 진출당’해 버린 게 어처구니없다는 뜻이다.
필자가 이 지면에 관전평을 의뢰받았을 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세 경기만 쓰면 되겠죠?’라고 했지만 진짜 세 경기만 쓸 뻔했다는 것도 답답한 노릇이다.
스페인, 크로아티아와 말 그대로 ‘죽음의 조’에 걸려들긴 했지만 이렇게 멍청하게 16강 진출 당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정말 공은 둥글고 축구는 모른다.
크로아티아의 루카 모드리치. 정말 ‘공 진짜 잘 찬다’는 말 외에는 설명할 말이 없는 선수다. 필자는 2016년 밀라노에서 열렸던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직관한 적이 있는데,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맞붙어 레알 마드리드가 ‘라 운데시마(11번째 우승)’를 이뤄냈던 그 경기다.
당시 레알 마드리드의 선제골은 세르히오 라모스가 뽑아냈고 마지막 승부차기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찼기에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이 둘에게 집중되었지만, 현장에서 직관으로 본 경기는 아주 많이 달랐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모드리치 밖에 안 보이는’ 경기였다.
실제 모드리치라는 선수가 축구 한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은 직접 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다. 오늘 이 경기에서도 이탈리아 미드필더 전원과 모드리치 한 명 중 선택하라고 하면 단 1초도 생각하지 않고 모드리치를 고를 거다.
PK를 실축하긴 했지만 그건 누가 봐도 모드리치의 ‘실축’이 아니라 돈나룸마의 ‘선방’인 거고, 마침내 선제골도 뽑아내지 않았는가. 그런 위대한 선수를 이제 아마 유로 무대에서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 정말 슬프다.
1985년생인 모드리치는 2026 북미 월드컵 때는 41세, 클래스는 영원한 법이니 정말 어쩌면, 어쩌면 다시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2028 유로 대회는 정말 어렵지 않겠나. 이런 위대한 선수의 사실상 유로 마지막 은퇴 무대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경기라니 모드리치의 팬으로서 너무 속상하다.
왜 이탈리아 관전평을 쓰는 자리에서 모드리치 찬양을 하고 있겠는가. 오늘도 여전히 그만큼 이탈리아 축구팀은 축구를 못 했다. 그냥 못 했다. 그게 전부다.
공격수가 골 못 넣고 미드필더가 볼을 소유하지 못하고 전방까지 운반하지 못하고 수비수가 상대 공격수를 놓쳤으면 그게 못한 거지 뭐란 말인가. 축구 못했다는 게 별 게 아니다. 눈부시게 빛났던 센터백 칼라피오리와 돈나룸마 둘이 크로아티아 11명을 상대한 거나 마찬가지다.
휘슬이 울린 직후, 중계 화면에는 이 경기에서 필드 플레이어 중 유일하게 애국 축구한 칼라피오리가 드러누워 있고, PK까지 막아내며 여전히 수호신의 위상을 지켜낸 돈나룸마가 필드를 짚고 무릎을 꿇은 채 땅바닥만 바라보는 장면이 잡혔다.
모르긴 몰라도 자기들 말고는 단 한 명도 사람 구실 못한 팀 동료들, 그리고 답답한 모습만 보여주는 감독에 대해 육두문자를 마구 뿜어냈을 것 같다. 필자라면 진짜 그랬을 게다.
마지막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전술적 무기력함과 답답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루치아노 스팔레티가 이 글을 읽을 일은 없겠지만 꼭 한마디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2010년 이탈리아 월드컵 대표팀의 마르첼로 리피를 꼭 다시 떠올려 보라고.
경기마다 다채로운 맞춤형 전술을 선보이며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우승 트로피를 조국의 품에 안겼던 리피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4-3-3 밖에 모르는 독선과 아집으로 이탈리아를 조별 탈락시켰다. 딱 그 꼴이 생각난다. 지금 스팔레티가 하는 모습이 그렇다.
국립창원대학교 사학과 구지훈 교수(이탈리아 볼로냐 대학교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