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36·SSG)·박세웅(28·롯데)인데...
아무리 타고투저의 해라고 하지만 1년 전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에이스 역할을 맡았던 투수 2명이 나란히 평균자책(ERA) 최하위 불명예 경쟁 중이다. 불과 1년만에 찾아온 부진이 믿기지 않는 냉혹한 현실이다.
2024 KBO리그는 타고투저의 방향성으로 흘러가고 있다. 새로운 ABS 시스템의 도입과 공인구 반발계수의 소폭 증가의 영향이 완연하게 타자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된 것이다. 한때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던 3할 타자는 리그에서 20명이 넘는다. 리그 강타자의 상징인 OPS 9할 이상도 11명이나 되고, OPS 8할 이상으로 기준을 넓히면 그 숫자는 37명으로 늘어난다.
이같은 타고투저의 흐름 속에 KBO리그를 대표하는 토종 에이스로 오랜 기간 군림했던 2명의 투수가 올해 큰 고초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바로 SSG의 영원한 에이스 김광현과 롯데의 안경 에이스 박세웅이 그 주인공이다.
16일 현재 김광현이 23경기 7승 8패 평균자책 5.38, 박세웅이 23경기 6승 9패 평균자책 5.39의 성적으로 평균자책 부문 19위와 최하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리그에서 규정 이닝을 소화한 투수가 20명 밖에 없는데 김광현과 박세웅이 불명예 최하위 경쟁을 펼칠 것은 시즌 전에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마냥 불운한 것도 아니다. 수비무관 평균자책을 뜻하는 FIP(Fielding Independent Pitching) 부문에서도 김광현이 리그 최하위인 5.01을 기록 중이며, 박세웅이 리그에서 3번째로 높은 18위인 4.85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이상 스탯티즈 기준).
김광현과 박세웅 둘 다 ERA와 비교해서 FIP가 다소 낮은 편이다. 수비에 의해 성적에서 손해를 보고 있고 불운한 경향이 있는 건 사실이란 뜻이다. 하지만 리그 전체 차원에서 상대 경쟁 측면에서 본다면 올 시즌 이들의 부진을 불운으로만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ERA와 FIP 순위가 큰 차이가 없다.
물론 KBO리그의 특성과 수준을 고려한다면 정규이닝을 달성하면서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있는 김광현과 박세웅의 공헌도 역시 무시할 순 없다. 하지만 김광현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토종 좌완이었고, 박세웅은 리그에서 세 손가락안에 들어가는 토종 우완으로 오랫동안 활약해왔다.
실제 불과 1년 5개월 전인 2023년 3월 김광현과 박세웅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에서 곽빈(두산)·원태인(삼성) 등과 함께 대한민국 마운드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출격했음을 고려하면 더욱 믿기지 않는 전락이다.
단순히 지난해 성적과 비교해도 평균자책 상승 폭이 두드러진다. 김광현은 2023년 ERA 3.53에서 올해 5.38로 수치가 1.85가 뛰었다. 박세웅 또한 지난해 ERA 3.45에서 5.39로 수치가 1.94나 올랐다.
올해 전체를 놓고 봐도 일시적인 부진에 빠진 것도 아니다. 시즌 초부터 김광현은 호투와 조기강판 대량실점의 경기가 오락가락 반복되고 있다. 연속해서 난타를 당한 흐름도 많았다. 올 시즌 7실점 이상을 한 경기도 네 차례나 된다.
국내 대표 좌완투수로 군림했던 김광현은 2019년을 마치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2시즌 간 활약했다. 이후 2022시즌 복귀해서도 28경기 13승 3패 평균자책 2.13의 특급 성적을 냈다. 그 해 최고의 투수였던 안우진과 함께 시즌 막바지까지 눈부신 평균자책 1위 경쟁을 펼쳤고 최종 2위를 기록했다. 평균 구속은 전성기와 비교해 다소 떨어졌지만 무르익은 변화구 구사능력과 완급조절, 좋은 커맨드를 바탕으로 명품 투구를 펼쳤던 2022년의 김광현이었다.
김광현은 지난 시즌에도 탈삼진 숫자가 2022년 153개에서 119개로 뚝 떨어지는 등 타자를 힘으로 제압하는덴 어려움을 겪었지만 맞춰잡는 투구와 노련한 경기운영을 통해 리그 11위에 해당하는 3.53의 평균자책을 기록하며 활약했다.
하지만 올해는 김광현의 그런 전략이 통하지 않고 있다. 특히 피장타율이 0.418로 리그에서 3번째로 높고 피OPS는 0.759로 리그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많은 출루와 장타를 허용하다 보니 매경기를 풀어가는 것이 힘들어진 올해의 김광현이다.
박세웅은 상대적으로 구위나 상대 타자를 힘으로 제압하는 면에선 겉으로 보기엔 큰 문제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피안타율이 무려 0.290으로 리그 최하위에 해당하고, 피출루율 또한 0.359로 차이가 꽤 큰 리그 최하위다.
박세웅은 커리어에서 안타를 적게 내주는 유형의 투수는 아니었다. 세밀한 제구력을 바탕으로 타자를 제압하는 스타일이라기 보단 힘으로 상대를 찍어누르는 파워피처에 가까웠다. 그런데 올해는 커리어 데뷔 이후 한 시즌 최다 허용 페이스로 볼넷을 많이 내주고 있으면서 안타도 많이 맞고 있다. 그런 이유로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KBO리그는 이제 후반부 일정에 접어들고 있다. 김광현과 박세웅에게도 부상 등 이슈가 없다면 추가로 5~7회 가량의 정규 시즌 등판 기회가 더 주어질 전망이다. KBO리그 대표 토종 에이스였던 두 선수의 올 시즌 마지막 반등 여부가 달린 소중한 기회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