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투수 자존심! 원태인, 다승 단독 선두에도 “정말 욕심 없다” 이유는? [MK포항]

“다승왕엔 정말 욕심 없다. 시상식도 못 갈 것 같아서...”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24)이 포항구장에서 눈부신 완벽 역투를 펼쳐 시즌 12승을 수확하며 KBO리그 다승 단독 선두로 등극했다.

원태인은 20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프로야구 정규시즌 홈경기서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6이닝 2피안타 8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 역투를 펼쳐 삼성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토종 에이스 원태인의 12승 역투를 앞세운 삼성은 4연승을 달리며 2위를 굳건하게 지켰다.

사진(포항)=김원익 기자
사진(포항)=김원익 기자

경기 종료 후 만난 원태인은 “방송 인터뷰서 28이닝 연속 무볼넷이라고 들었는데 그게 가장 만족스럽다. 무실점보다 무사사구 경기가 더 기분이 좋은 것 같다”면서 “또 두산이랑 우리가 중요한 경기였는데 승리로 이끌게 돼서 기분 좋다”며 미소 지었다.

실제 원태인은 지난 8일 대구 한화 이글스전(6이닝)과 14일 대구 KT 위즈전(7.2이닝)서 모두 무사사구 경기를 펼쳤다. 2일 대구 SSG 랜더스전 9이닝 4실점 완투승을 기록한 당시 1회 초 2사 후 사구를 허용한 이후 28이닝 동안 볼넷과 사구를 하나도 내주지 않는 무사사구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에 두산은 이날 원태인에게 단 2안타 무사사구 무득점으로 꽁꽁 틀어막히면서 쓰라린 영봉패를 당했다. 삼성은 두산 상대 전적에서 11승 2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이어갔다. 동시에 4연승을 내달리며 시즌 64승 2무 52패를 기록, KBO리그 2위를 굳건하게 지켰다. 창원 NC 3연전을 스윕승으로 장식한데 이어 쉽지 않은 제2구장 포항 3연전 첫 경기를 완승으로 장식하며 선두권 경쟁서 더 힘을 얻었다.

압도적인 무결점의 투구를 펼친 원태인이 승리의 중심이었다. 이날 원태인은 최저 142km에서 최대 148km에 이른 직구의 다양한 속도 변화에 더해 뛰어난 제구력을 바탕으로 스트라이크존을 다양하게 활용했다. 18구를 던진 체인지업과 슬라이더(14구)-커터(4구) 등을 다양하게 섞어 위기 때마다 삼진과 범타를 끌어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사진=삼성 라이온즈

볼카운트별로 직구와 변화구를 다채롭게 활용해가며 두산 타자들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뺏었다. 3회 초 맞은 안타와 2루타가 이날 원태인의 유일한 출루 허용이었다. 원태인은 나머지 1,2,4,5,6회를 모두 삼자범퇴 처리하는 압도적인 내용을 보여줬다.

원태인은 “요즘 경기 들어가기 전에 (강)민호 형이랑 지금 (상대)핵심 타자들만 대비를 하고 나가는데 그게 정말 잘 맞아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 (강)민호 형이 너무 리드를 잘 해주시기 때문에 나도 공격적인 투구를 하면서 투구수 조절도 잘 되고 범타 유도도 잘 되고 있는 것 같다”며 먼저 호흡을 맞춘 강민호에게 공을 돌렸다.

제구력이 좋아진 것도 호투의 비결이다. 원태인은 “요즘 제구에 많이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그런지 타자들도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막 승부를 보는 것 같더라. 구위도 그렇고 자신감이 있어서 나 역시 피하지 않고 붙으려다보니 오히려 삼자범퇴나 빠른 승부가 되는 것 같다. 야수들도 항상 ‘고맙다’라고 말해주는 것에도 상당히 기분 좋게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 덕분에 원태인은 최근 6경기서 완투 포함 모두 6이닝 이상을 책임지며 ‘이닝이터’로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원태인은 “공격적인 승부를 하더라도 큰 걸 맞을 순 있지만 이닝을 많이 끌어주는 게 불펜투수들에게 좋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유일하게 경기에서 가장 크게 생각하고 있는 게 이닝 소화력”이라며 에이스의 책임감을 전하기도 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사진=삼성 라이온즈

폭염이 연일 이어지고 있지만, 이 기간에 이처럼 오히려 더 힘을 내고 있다. 원태인은 “집밥을 열심히 먹고 잠을 좀 많이 자려고 한다. 그리고 오히려 운동량도 좀 더 늘리고 있다. 경기할 땐 물론 덥고 너무 힘들지만 몸은 그래도 아직 잘 따라주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올해 큰 부상 없이 전 경기 5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게 목표였는데 헤드샷 퇴장(7.13 두산전)을 당하면서 끊어지게 된게 많이 속상했다. 그래도 그 이후엔 계속 6이닝 이상을 소화하고 있어서 그걸로 대신 만족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7월 13일 잠실 두산전서 0.2이닝 만에 헤드샷으로 퇴장을 당하면서 조기에 물러난 아픈 경험이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원태인이다.

포항에서 아쉬운 기억도 완벽히 떨쳐냈다. 원태인은 지난해 8월 3일 포항구장에서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등판해 5이닝 11안타 3볼넷 1탈삼진 6실점의 최악투로 패전투수가 됐다. 하지만 이날은 단 2피안타 무사사구 경기로 포항구장의 팬들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만들었다.

해당 언급이 나오자 미소를 지은 원태인은 “내가 사실 중고등학교 땐 ‘포항의 남자’라고 불렸다. 포항에서 정말 잘 던졌는데 이상하게 삼성 입단 이후엔 조금 좋지 않은 투구를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올해는 ‘다시 경북고의 원태인으로 돌아가보자’는 마인드로 경기에 임했다. 그래선지 다시 학창시절 투구가 나온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라며 활짝 웃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사진=삼성 라이온즈

또한 이날 승리로 원태인은 어느덧 12승을 수확하며 다승 11승의 공동 선두 그룹을 제치고 KBO리그 부문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프로 6년 차 시즌만에 찾아온 다승왕의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원태인은 “정말 욕심이 없다. 진짜 욕심이 없다. 10승 한 이후부터는 (승운에 대해선) 보너스 경기라고 생각하고 매 경기 임하고 있다”면서 “오늘 1점 차 리드서 내려오고 나서 그 승리가 지켜지고 또 그런 걸 보면 운이 따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바로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얻은 병역혜택의 절차를 마무리하기 위해 시즌 종료 입대 해 5주 간 군사훈련을 받아야 하기에 각종 시상식 등 불참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멋쩍게 웃으며 원태인은 “아마 시상식엔 못 갈 것 같다. 시즌 종료 후에 훈련소에 입대해야 된다. 그래서 그런 것도 있고 여러 가지 측면에서 또 욕심낸다고 되는 것도 아니어서 정말 욕심 없다”면서 거듭 다승왕에 대해 손사래를 쳤다.

사진(포항)=김원익 기자
사진(포항)=김원익 기자

이날 원태인의 승리를 간절히 바랐던 또 한 명의 사람이 있다. 바로 원태인의 부친인 원민구 경복중 전 감독이다. 원민구 전 감독은 원태인의 선발 등판 전날 밤 12시 경이면 매일 가파른 대구 팔공산 갓바위에 올라 부상 없이 선전할 수 있도록 기도를 하고 있다. 이날은 포항구장을 찾아 응원하기도 했다.

이런 부친에게도 원태인은 “포항까지 이렇게 와주셨는데 아버지가 다치지 않고 잘 던질 수 있게 가까이서 기도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내가 야구를 잘하는 걸로 보답드리는 것 밖에 없는 것 같다”면서 “팬들한테도 그리고 모두한테도 야구 잘하는 것이 최고의 보답이기 때문에 항상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단 다짐을 전했다.

[포항=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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