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2)이 극적인 동점골로 토트넘을 구해냈지만 결국 웃지 못했다. 사상 초유의 리그를 포기한 듯한 행보를 보이는 엔제 포스테코글루는 과연 감독 자격이 있을까?
토트넘은 9일(한국시간) 잉글랜드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5시즌 프리미어리그 28라운드 본머스와 홈경기에서 극적인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로써 토트넘은 10승 4무 14패(승점 34) 13위를 유지했다. 본머스는 12승 8무 8패(승점 44)로 8위에 놓였다.
본머스가 전반 42분 마커스 테버니어의 선제골과 후반 20분 이바니우송의 추가골로 먼저 2골 차로 앞서갔다. 하지만 이후 후반 22분 파페 사르가 만회골을 터뜨렸다. 그럼에도 패색이 유력했던 후반 39분 손흥민이 수비 뒷공간을 파고 들었고, 본머스의 골키퍼 케파 아리사발라가에게 걸려 넘어지면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손흥민은 허를 찌른 파넨카킥으로 페널티킥 득점에 성공하면서 2-2 동점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극적인 무승부를 만든 토트넘은 후반까지 0-2로 뒤졌던 경기를 끝내 무승부로 마무리 하면서 앞선 2연패의 흐름을 끊었다.
손흥민 역시 프리미어리그 127호골 고지를 밟으며 역대 득점 공동 16위로 올라섰다. 특히 토트넘에서 활약했던 선배인 로비 킨(126골)을 제치고 지미 플로이드 하셀바잉크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것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었다.
동시에 이번 시즌 7호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토트넘 역대 득점 공동 4위 등극까지도 단 1골만을 남겨두게 됐다. 토트넘에서만 올해까지 10시즌째를 맞는 손흥민은 이날 골로 173호골을 기록하며 역대 5위에 올라 있다. 1골만 더 추가하면 토트넘의 레전드인 마틴 치버스(174골)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캡틴이 극적으로 팀을 구해낸 결과였지만 그 전개 과정을 지켜보면 결코 뒷맛이 개운하지 않을 정도로 황당한 의사 결정이 벌어졌다.
바로 토트넘의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앞서 27라운드 맨체스터시티전에 이어 2경기 연속으로 캡틴 손흥민을 포함한 주요 핵심 선수를 전반전 벤치에 앉히고 노골적으로 다음 유로파리그 일정을 준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토트넘은 4-3-3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윌슨 오도베르-도미닉 솔랑케-브레넌 존슨, 파페 사르-이브 비수마-로드리고 벤탄쿠르, 제드 스펜스-케빈 단소-크리스티안 로메로-페드로 포로, 굴리예모 비카리오가 출전했다.
올 시즌 부동의 주전이었던 손흥민을 맨시티전에 이어 2경기 연속 벤치에 앉혔고, 제임스 매디슨-데스니티 우도기-미키 판더펜 등 주요 선수들을 모두 선발로 쓰지 않았다. 올 시즌 출전 시간이 꽤 많았고 최근 중용했던 아치 그레이와 루카스 베리발도 모두 선발로 내세우지 않았다.
본머스는 4-2-3-1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이바니우송, 앙투안 세메뇨-저스틴 클라위베르트-마커스 태버니어, 타일러 아담스-라이언 크리스티, 밀로시 케르케스-딘 하위선-제임스 힐-루이스 쿡, 케파 아리사발라가가 나섰다.
예상대로 본머스가 전반전 흐름을 주도했다. 토트넘은 전반 내내 이렇다할 기회도 만들지 못하고 산발 공격만을 펼쳤다.
그리고 본머스가 전반전 답답했던 흐름에 균열을 만들었다. 전반 42분 토트넘의 공격을 끊은 뒤 좌측면 케르케스가 전진 후 크로스를 오려보냈고 박스 안쪽으로 쇄도하던 태버니어가 슈팅으로 연결하며 선제골을 터뜨렸다.
후반 시작과 함께 토트넘이 변화를 가져갔다. 존슨, 비수마를 빼고 손흥민, 루카스 베리발을 투입했다. 이어 후반 16분에는 벤탄쿠르, 로메로를 빼고 제임스 매디슨, 미키 판 더 펜을 투입해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본머스가 찬물을 끼얹었다. 후반 20분 이바니우송이 수비 사이를 파고들었고, 클라위베르트가 이에 맞춰 패스를 찔러넣었다. 이바니우송은 비카리오 골키퍼의 키를 넘기는 슈팅으로 2-0을 만들었다.
토트넘이 빠르게 한 점을 추격했다. 두 번째 실점 후 2분 만이다. 후반 22분 우측 하프스페이스 부근에서 전진한 사르가 박스 안쪽으로 크로스를 올리는 듯했으나 그대로 골문 안으로 향해 들어갔다. 마치 ‘크로슛(크로스 + 슛)’처럼 케파 골키퍼 손을 넘기며 골망을 흔들었다.
여전히 끌려가던 토트넘의 구세주는 당연 ‘주장’ 손흥민이었다. 후반 39분 손흥민이 본머스의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었다. 이때 케파 골키퍼가 골문을 박차고 튀어나왔고, 손흥민은 케파 골키퍼를 따돌리는 과정에서 걸려 넘어졌다. 주심은 곧바로 페널티킥을 찍었다.
키커로 솔란케가 나오는 듯했지만, 최종적으로 손흥민이 키커로 나섰다. 크게 숨을 들이쉰 손흥민은 케파 골키퍼의 움직임을 보고는 침착하게 파넨카킥으로 2-2 동점을 만들었다.
결국, 경기는 그대로 종료됐다. 토트넘은 직전 2경기 연패를 기록 중이었다. 오늘 경기 3연패에 빠질 수 있었으나 손흥민의 활약으로 무승부를 기록할 수 있었다.
경기 선발 명단이 알려지자 현지에서도 크게 논란이 됐다. 감독으로서 2경기 연속 토트넘 보다 상위권에 있는 맨시티와 본머스를 만났다고 할지라도 스스로 백기를 든 듯한 행보를 보인 지도자가 과연 1군을 지휘할 명분이 있을 지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로테이션을 사용하는 경우는 박싱데이 등의 타이트한 일정이 있거나, 강등이 확정된 일부 팀의 시즌 후반기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없다. 프로 팀이 본연의 임무인 자국 리그 일정을 포기하는 경우 팬들로부터 상당한 비난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날 경기는 홈경기였는데 아무리 어려운 상대를 만나거나, 리그 상황이 암울하더라도 홈팬들 앞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EPL 팀은 리그 정서상 받아들여질 수 없는 분위기다.
실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맨시티에 이어 본머스에게마저 주전을 일부 제외한 듯한 행보를 보이자 토트넘 팬들은 ‘굴욕적’이라는 반응을 내비쳤다. 최근 토트넘이 맨시티를 상대로 좋은 승부를 여러 차례 펼쳤고, 본머스는 이라올라 현 감독이 부임하기 전까지만 해도 위상에서 크게 차이가 있던 팀이기 때문에 미리 승부를 예단한 듯한 결정에 팬들의 화가 폭발했다.
물론 실리적인 결정일 수 있다. 토트넘은 이날 승리에도 리그 13위에 머물러 있다. 승점 34점을 기록 중인 현재 챔피언스리그 진출 마지노선인 리그 4위 첼시(49점)와 승점 차이는 15점 차로 크게 벌어져 있어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 수치에 가깝다.
강등권인 19위 입스위치(17점)와도 차이가 상당히 큰 만큼 어느 정도의 결과만을 낸다면 리그 잔류는 유력한 상황이다. FA컵과 리그컵에서 토트넘이 일찌감치 탈락한 만큼 현재 잔류한 대회인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는 거의 유일한 토트넘의 올 시즌 목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겨우 28라운드를 치러 아직 리그 10경기를 더 남겨둔 상황에서 겨우 유로파리그 16강 정도의 상황에서 로테이션을 활용하는 것도 부끄러운 일에 가깝다.
앞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난달 27일 열린 맨시티전서 다음 일정인 3월 7일 AZ 알크마르전까지 약 8일의 시간을 남겨두고도 로테이션을 활용한 바 있다. 하지만 그렇게 일주일 이상 휴식을 취하고도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의 AZ 알크마르를 상대로 0-1로 패한 상황이다.
경기 종료 후 졸전과 함께 토트넘의 선수단 연봉 규모가 AZ 알크마르보다 무려 30배가 더 높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더욱 큰 조롱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결국 본머스전마저 베스트 전력을 꺼내들기보단 오는 14일 열리는 AZ 알크마르와 16강 2차전을 대비해 체력 안배했다.
선수단 규모나 클럽의 위상에서 비교할 수 없는 상대를 앞두고 홈에서 리그 일정마저 포기할 정도라면 반드시 결과를 가져와야 할 14일 경기가 됐다. 그리고 AZ 알크마르라는 우선의 벽(?)을 넘더라도 토트넘이 올 시즌 보여주는 경기력으로 과연 유로파리그 우승을 거둘 수 있을까? 남은 토트넘의 경기들에 많은 이들의 의문 가득한 시선이 쏠릴 전망이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