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백(한화 이글스)이 웃지 못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화는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원정경기에서 조성환 감독 대행의 두산 베어스에 2-13으로 완패했다. 이로써 11연승이 좌절된 선두 한화는 34패(56승 2무)째를 떠안았다.
초반부터 한화는 두산에 주도권을 넘겨줬다. 1회말 선발투수로 나선 좌완 황준서가 4실점한 것. 엄상백은 그렇게 한화가 0-4로 뒤진 2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김기연(삼진), 김대한(2루수 플라이), 정수빈(우익수 플라이)을 차례로 잡아내며 삼자범퇴 이닝을 완성했다. 3회말에도 이유찬(좌익수 플라이), 제이크 케이브(중견수 플라이), 양의지(3루수 땅볼)를 상대로 차분히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그러나 4회말 들어 엄상백은 급격히 흔들렸다. 오명진을 삼진으로 솎아냈으나, 박준순에게 좌중월 3루타를 허용한 데 이어 양석환에게 1타점 좌전 적시타를 맞았다. 김기연의 좌전 2루타로 연결된 1사 2, 3루에서는 김대한에게도 2타점 좌전 적시타를 내줬다.
이후 포수 허인서가 2루 도루를 시도하던 김대한을 잡아냈지만, 엄상백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다. 정수빈에게 우전 2루타를 헌납했으며, 이유찬에게는 비거리 115m의 좌월 2점포를 허용했다. 이후 케이브에게도 비거리 135m의 우월 솔로 아치를 맞자 한화 벤치는 좌완 조동욱으로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최종 성적은 2.2이닝 7피안타 2피홈런 2탈삼진 6실점. 총 투구 수는 56구였다.
2015년 1차 지명으로 KT위즈의 부름을 받은 엄상백은 지난해까지 통산 305경기(764.1이닝)에서 45승 44패 3세이브 28홀드 평균자책점 4.82를 거둔 우완 사이드암 투수다. 2024시즌에는 29경기(156.2이닝)에 나서 13승 10패 평균자책점 4.88을 기록, 데뷔 후 한 시즌 개인 최다승 기록을 새로 쓰기도 했다.
이런 엄상백을 눈여겨 본 한화는 지난해 11월 4년 최대 78억 원(계약금 34억 원, 연봉 총액 32억5000만 원, 옵션 11억5000만 원)의 조건에 자유계약(FA)을 체결했다. 보다 굳건한 선발진을 구축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엄상백은 한화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이번 두산전 전까지 성적은 15경기(64이닝) 출전에 1승 6패 평균자책점 6.33. 결국 전반기가 끝난 뒤 선발 자리를 황준서에게 내주고 롱릴리프로 후반기를 시작했다.
이후 엄상백은 이날 불펜으로 후반기 첫 등판을 가졌지만, 두산의 막강한 타선에 혼쭐이 나며 반등하지 못했다. 과연 엄상백이 다음 등판에서는 부활할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이 쏠린다.
한편 엄상백을 대신해 이날 선발 등판한 황준서도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1회말 케이브의 2점포를 시작으로 양의지, 박준순에게 모두 솔로포를 헌납, 1이닝 4피안타 3피홈런 3탈삼진 4실점에 그쳤다. 시즌 4패(1승)째다.
[잠실(서울)=이한주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