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LG 트윈스)의 판단 미스가 너무나 큰 스노우볼로 돌아왔다. 그래도 너무 크게 좌절할 필요는 없다. 이미 제 몫 이상을 충분히 해내고 있는 까닭이다.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LG는 26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원정경기에서 김경문 감독의 한화 이글스에 1-4로 패했다.
초반은 나쁘지 않았다. 선발투수로 나선 요니 치리노스가 5회말까지 한화 타선을 무실점으로 꽁꽁 묶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6회초 1사 후에는 오스틴 딘이 비거리 120m의 좌월 솔로 아치를 그렸다. 오스틴의 시즌 30호포. 지난해 32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날려보냈던 오스틴은 이 홈런으로 2년 연속 30홈런 고지를 밟게됐다. LG에서 2년 연속 30홈런을 친 선수는 오스틴이 최초다.
하지만 7회말 들어 악몽이 찾아왔다. 잘 던지던 치리노스가 문현빈을 중견수 플라이로 묶은 뒤 노시환의 좌전 안타와 채은성의 좌중월 안타, 좌익수의 실책으로 1사 2, 3루에 몰린 것. 이에 LG는 우완 김영우로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타석에는 하주석이 들어섰다.
김영우의 초구 143km 슬라이더를 볼로 골라낸 하주석은 2구 151km 패스트볼에 번트를 시도했다. 공은 김영우의 앞으로 데굴데굴 굴러갔고, 김영우는 이를 문제없이 잡아냈다. 3루주자 노시환은 3루와 홈 사이에 갇혔으며, 이미 2루주자 채은성이 3루에 도달했기에, 김영우가 3루로 향해 노시환을 잡아낸다면 실점 없이 아웃카운트 하나가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영우는 여기에서 최악의 선택을 했다. 3루수 구본혁에게 공을 뿌렸다. 이 결정의 나비 효과는 컸다. 이로 인해 노시환은 3루와 홈 사이에서 런다운 플레이를 펼쳤다. 홈 베이스를 불과 몇 걸음 앞두고는 포수 박동원에게 가로막혔지만, 능청스런 ‘연기’를 펼쳤다. 포기한 듯한 모습으로 멈춰선 것. 이후 축구 또는 농구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유로 스텝’을 선보인 노시환은 박동원을 제치고 홈으로 파고들었다. 박동원이 재빠르게 태그했지만, 빈 글러브였으며, 직후 다시 공을 홈으로 뿌렸지만, 이미 노시환이 득점에 성공한 뒤였다.
이는 침묵하던 한화 타선이 터지는 도화선이 됐다. 계속된 1사 2, 3루에서 대타 이도윤이 2타점 우전 적시타를 때려냈다. 손아섭의 우전 안타로 이어진 1사 1, 3루에서는 심우준이 스퀴즈 번트를 성공시켰다. 그렇게 0이닝 3피안타 2실점을 기록한 김영우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로써 53패(84승 3무)째를 떠안은 LG는 정규리그 우승 매직넘버를 ‘3’에서 줄이지 못했다. 2위 한화(81승 3무 55패)와의 승차는 2.5경기로 좁혀졌다.
그래도 너무 좌절할 필요는 없다. 이미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잘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1라운드 전체 10번으로 LG에 지명된 김영우는 곧바로 필승조로 자리잡았다. 이번 한화전 포함 성적은 64경기(58.1이닝) 출전에 3승 2패 1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2.31. 최근 펼쳐진 2026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8번으로 LG의 부름을 받은 양우진이 “김영우 선배님처럼 잘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할 정도의 대단한 활약상이었다. 충분히 복기한 뒤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면 된다. 올해 김영우가 없었다면 LG는 ‘대권’을 노리는 현재 위치에 설 수 없었다. 다음 등판에서 더욱 씩씩하게 공을 던질 김영우의 모습을 기대한다.
한편 27일 경기를 통해 설욕을 노리는 LG는 선발투수로 우완 앤더스 톨허스트(5승 2패 평균자책점 2.84)를 출격시킨다. 이에 맞서 한화는 우완 문동주(11승 4패 평균자책점 3.59)를 예고했다.
[대전=이한주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