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골든글러브) 한 번 더 받는 것보다는 우승 한 번 더 하고싶다.”
개인의 영예보단 팀의 우승이 더 중요했다. 개인 첫 황금장갑과 마주한 신민재(LG 트윈스)의 이야기다.
신민재는 9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 볼룸에서 열린 2025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신민재가 황금장갑을 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신민재는 KBO리그에서 가장 빛난 2루수였다. 135경기에서 타율 0.313(463타수 145안타) 1홈런 61타점 15도루를 적어내며 LG의 V4에 앞장섰다.
수상 직후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한 여자로서 저를 지원해 준 아내에게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 전하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던 신민재는 시상식이 끝난 뒤 “생각보다 (골든글러브가) 안 빛난다(웃음). (수상 소감은) 생각나는 대로 했다. 뭐라 했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웃음). (아내 이야기 할 때) 미리 준비했으면 좀 대비를 했을텐데, 하다 보니 살짝 감정이 올라왔다”고 멋쩍게 웃었다.
이어 “크게 골든글러브 생각을 안 했었다. 야구하는데만 집중해서 이 정도 성적이 나왔다 생각한다. 신경을 썼다면 성적이 떨어지지 않았을까. 시즌 때 1번 타자로 경기에 나가기도 했고, 정신없이 보내 올해 기록적으로 더 좋지 않나 생각한다”며 “(골든글러브가) 무겁다. 한 번 더 받고 싶기도 하다. 계속까지는 아니어도 한 번쯤은 더 받아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데 있어 이번 골든글러브 수상은 큰 동기부여가 된다고. 그는 “기분 좋다. (다음 시즌) 잘 준비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오늘 생애 처음으로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게 되면서 한 해를 정말 기분좋게 마무리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2015년 육성선수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한 뒤 2018시즌부터 LG 유니폼을 입고 있는 신민재는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지닌 우투좌타 내야 유틸리티 자원이다. 2022시즌까지 평범한 대주자에 불과했지만, 2023년을 기점으로 당당한 팀의 핵심 멤버가 됐다. 통산 성적은 580경기 출전에 타율 0.291(1265타수 368안타) 1홈런 141타점 106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23이다.
신민재는 “(힘들었던 시기) 주전으로 야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그때 구체적인 목표는 정하지 않았었다. 1군에 와서 야구를 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생각했었다. 매년 한 단계, 조금씩 성장하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 밖에 안 하고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현재 2군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선수들에게는 “좀 힘들더라도 그만두기 전까지 정말 조금이라도 더 열심히 했으면 한다. 잘 버티고 이겨내야 된다는 그런 생각을 가지며 운동했으면 좋겠다”고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이미 운동은 시작했다. 신민재는 “2주 전쯤 아내와 잠시 여행 갔다온 뒤 그 주 금요일부터 바로 운동했다. 오늘도 오전에 (박)해민이 형과 잠실에서 운동하고 왔다. 쉬는 것은 열흘, 2주면 충분하다. 어느 정도 휴식을 취했으니 회복하기 위해 운동을 해야 된다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3월에는 ‘야구 월드컵’이라 불리는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개최된다. 시즌 후 펼쳐진 2025 NAVER K-BASEBALL SERIES(K-베이스볼 시리즈)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맹활약했던 그는 “(대표팀에) 뽑아주시면 가서 아주 열심히 하도록 하겠다. 책임감, 부담감은 누구나 다 있다. 2루수가 아닌, 대주자라도 뽑아주시면 상황에 맞게 가서 잘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두 눈을 반짝였다.
끝으로 신민재는 “(앞으로) 개인적인 목표는 따로 없다”며 “이거(골든글러브) 한 번 더 받는 것보다는 우승 한 번 더 하고 싶다. 2023년 우승하고 한 번 더 하고 싶었는데, 두 번 하니 한 번 더 하고 싶어졌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잠실(서울)=이한주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