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윤이) 이 아쉬움을 가슴 속에 품는다면, 내년 압도적으로 (골든글러브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올 거라 생각한다.”
지난 9일 2025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만났던 구자욱의 말이었다. 과연 김성윤(이상 삼성 라이온즈)은 올해 수상 불발의 아쉬움을 내년에 털어낼 수 있을까.
원동중, 포항제철고 출신 김성윤은 좌투좌타 외야 자원이다. 지난 2017년 2차 4라운드 전체 39번으로 삼성의 부름을 받았으나, 냉정히 지난해까지는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못했다. 2023시즌 101경기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2024년 5월에는 오른 무릎 인대가 손상되는 불운과 마주하기도 했다.
이랬던 김성윤은 올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키 163cm로 KBO리그 최단신 선수였으나, 정교한 타격 및 빠른 발을 앞세워 주전 선수로 발돋움했다. 성적은 127경기 출전에 타율 0.331(456타수 151안타) 6홈런 61타점 92득점 26도루 출루율 0.419 장타율 0.474 OPS(출루율+장타율) 0.893이었다.
아쉽게 개인 타이틀을 따내지 못했지만, 전 부문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출루율은 2위였으며, 타율은 3위였다. 이 밖에 득점(6위)과 OPS(8위), 안타(9위), 도루(공동 9위) 등 무려 6개 부문에서 10위 내에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외야수로 969.1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단 2개의 실책만 범하며 안정적인 수비도 보였다. 올 시즌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는 5.78로 리그 타자 중 전체 5위였다.
이런 활약 덕분인지 김성윤은 이번 외야수 골든글러브 유력 수상 후보 중 하나였다. 선수들이 직접 뽑는 2025 컴투스프로야구 리얼글러브 어워드에서는 당당히 외야 부문 한 자리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끝내 개인 첫 황금장갑을 끼지는 못했다. 유효 투표수 316표 중 251표(득표율 79.4%)를 받은 안현민(KT위즈), 217표(68.7%)를 얻은 구자욱에 이어 3위의 주인공이 빅터 레이예스(롯데 자이언츠)에게 돌아간 까닭이었다.
레이예스는 131표(41.5%)를 획득, 3위에 오르며 외야 남은 한 자리의 골든글러브를 가져갔다. 김성윤은 116표(36.7%)를 받았지만, 레이예스에게 불과 15표 차 뒤지며 아쉽게 황금장갑을 놓쳤다.
지난해 202안타로 단일 시즌 최다 안타 기록을 새로 쓴 레이예스는 올해 144경기에서 타율 0.326(573타수 187안타) 13홈런 107타점 OPS 0.861을 기록, 최다 안타왕에 올랐다. 여러 지표에서 김성윤이 앞섰지만, 레이예스가 최다 안타 부문 1위에 오르며 더 많은 표를 받은 모양새다.
이에 같은 팀 선배 구자욱은 김성윤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김성윤은 사실 (골든글러브를)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선수였다. 올해 좋은 활약을 보이며 모든 팬 분들에게 김성윤이라는 이름을 각인시켰다”고 위로했다.
이제 김성윤은 내년 시즌 다시 한 번 골든글러브 수상을 겨냥한다. 전성기가 이제 막 시작됐기에 더 좋은 성적을 거둘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구자욱은 “(김성윤이) 이 아쉬움을 가슴 속에 품는다면, 내년 압도적으로 (골든글러브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올 거라 생각한다”고 장담했다. 과연 김성윤은 내년 큰 존재감을 드러내며 황금장갑의 영예까지 누릴 수 있을까.
[이한주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