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격팀 부천의 이영민 감독이 그리는 첫 K리그1 목표는 확고하다. 부천만의 축구로, 부천만의 색깔을 유지해 부천을 알리고자 한다.
2007년 창단한 부천은 18년 만에 승격의 기쁨을 누렸다. 창단 후 내셔널리그(K3리그)에 머물다 승강제가 도입된 2013년부터 K리그2에 참가했다. 원년 멤버로 2부를 지켰던 부천은 지난 시즌 리그 3위로 최고 성적과 함께 처음 오른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수원FC를 꺾는 이변을 만들며 그토록 바라던 K리그1로 향하게 됐다.
승격 과정을 돌이켜본 이영민 감독은 “많은 관심을 받았다. 우리가 좋은 결과를 얻어서 기쁘다. 시즌 내내 팀의 분위기를 신경 썼었다. 선수단에 ‘연패 없는 팀’을 항상 강조했다. 2연패가 있었지만, 긴 연패를 기록하지 않은 시즌이었다. 선수들에게 원정에서 지더라도 홈에서는 지지 말자고 말해왔다. 모두가 이를 잘 지켜줬다. 선수들에게 너무나 고마운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이영민 감독은 2021년 부천의 지휘봉을 잡았다. 여유롭지 않은 구단 재정 상황에도 어린 선수들을 꾸준히 발굴하고,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운 전술을 통해 5년 만에 ‘승격’이란 결과를 일궜다. 선수 은퇴 후 2007년부터 지도자의 길을 걸은 이영민 감독 본인에게도 최고의 업적이다.
이영민 감독은 “부천에 온 뒤 시즌이 끝나면 항상 허무했다. 결과를 떠나 항상 그랬다. 외부에서는 언제나 ‘부천이 그 정도면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4시즌 우리가 8위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는데도 같은 평가였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는 스스로 돌아보며 ‘부천은 그 정도라는 평가를 넘어서지 못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를 넘어서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승격에 성공하면서 부천이 ‘그 정도’를 넘어선 것 같다. 저 역시 마찬가지다.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승격 감독이 됐고 한 계단 도약한 기분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영민 감독은 새 시즌 부천이 창단 첫 1부 무대에 도전하는 만큼 다시 한번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그는 “도전하는 기분이라 설렌다. 1부에서 ‘부천의 축구는 이렇다’라기보다는 지난 시즌 우리가 2부에서 보여준 모습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잘했던 부분을 더욱 보완해서 1부에 걸맞게 축구하고 싶다. 또 새로운 것 역시 도전할 것”이라고 각오했다.
그러면서 “지난 몇 년 동안 승격팀들이 1부 잔류에 성공했다. 우리도 그 대열에 합류하고 싶다”라며 “많은 사람이 부천시에 대해 말하면 다른 부분을 먼저 떠올린다. 새 시즌에는 부천 시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고, 부천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부천FC를 만들고 싶다”라고 힘줘 말했다.
새 시즌 이영민 감독의 목표는 ‘모든 팀을 상대로 1승 거두기’다. 스플릿 전까지 3로빈 동안 팬들에게 11팀을 상대로 승리하는 기쁨을 선물하고 싶다는 뜻이다. 이영민 감독은 “각 팀마다 3번의 기회가 있다. 우승을 차지한 전북현대, 강팀인 FC서울, 울산HD 등이 생각난다. 모든 팀을 꼭 꺾어보고 싶다”라고 했다.
11팀 중 1승 이상을 거두고 싶은 팀은 연고지 악연으로 얽힌 제주SK와 오랜 기간 몸담고 처음 프로 감독을 시작했던 FC안양이다. 이영민 감독은 “제주와 더비전은 팬들이 더 많이 준비할 것 같다. 그래서 2승 이상 챙기고 싶다. 지난해 코리아컵에서 승리한 기억을 안고 상대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안양을 두고는 “최대한 많이 이기고 싶다. 유병훈 감독, 이우형 단장님과는 가까운 사이다. 고양 KB국민은행, 안양에서 함께 지냈다. 부천 부임 뒤 안양에 유독 약한 모습이었다. 안양을 상대로 1승밖에 못했다. 이우형 단장님이 감독 시절 제가 코치로 있었고, 유병훈 감독이 제가 감독일 때 코치로 있었다. 그래서 더 이기고 싶다. 안양과의 라이벌리도 재밌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까운 지역에 있고, 비슷한 이야기를 갖고 있다. 1부에서 만나 새롭다”라고 했다.
안양전은 아들과도 연이 있다. 이영민 감독의 아들은 현재 안양의 서포터스 콜리더로 활동 중이다. 이영민 감독도 “새 시즌 안양전을 앞두고는 아들과 서먹할 것 같다”라며 어색한 미소를 보였다.
이영민 감독에게 1부 11팀 중 특별한 상대는 포항스틸러스다. 그는 동아대 졸업 후 1996년 드래프트를 통해 포항에 입단했다. 당시 유망한 신인 선수 중 한 명이었지만, 출전 기회를 받지 못했다. 당시 라데, 황선홍(현 대전하나시티즌 감독), 박태하(현 포항 감독), 전경준(현 성남FC 감독), 홍명보(현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안익수(전 안산그리너스 대표이사) 등 포항에 스타선수들이 주축으로 활약했기 때문이다. 이영민 감독은 신인 선수 시절 기회를 잡지 못하고 1년 만에 군 복무를 위해 경찰 축구단으로 향했다. 1999년 복귀한 뒤에는 포항을 떠나 2000년부터 KB국민은행에서 2006년까지 활약했다.
30년 전 한 경기도 뛰지 못했던 신인 선수가 이제는 승격팀 수장으로 스틸야드(포항 홈 구장)를 밟는다. 이영민 감독은 “선수 시절 스틸야드에서 뛴 경험이 있다. 다만 포항 소속은 아니었다. 경찰 축구단 시절 FA컵(현 코리아컵)이다. 포항에서는 공식 경기를 뛰지 못하고 나왔다. 스틸야드 원정에 가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박태하 감독님과는 과거 중국 여자 U-19 대표팀에서 함께한 적이 있다. 감독님을 상대하는 것 역시 신기한 기분일 것 같다”라고 말했다.
[부천=김영훈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