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종차별로 피해를 입은 제주SK 미드필더 이탈로가 ‘무대응’을 선택했다. 오히려 그는 문제를 인식하고 지지와 지원의 목소리를 높여준 구단, 한국프로축구연맹, 축구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3월 1일 제주는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광주 FC와 하나은행 K리그1 2026 개막전을 치렀다. 파울루 벤투 전 국가대표팀 감독의 오른팔이었던 세르지우 코스타 감독의 첫 출항이기도 했다.
프리시즌부터 구슬땀을 흘린 코스타호 제주는 많은 관심을 받았다. 당시 8,891명의 팬이 리그 개막과 코스타 감독의 제주를 지켜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하지만 개막전은 산뜻한 출발이 아닌 어두운 민낯을 드러낸 장이 되고 말았다. 경기는 0-0으로 종료됐다. 이 과정에서 전반 30분 이탈로가 볼 경합 과정에서 거친 태클을 가하고 말았다. 주심은 이탈로에게 다이렉트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탈로의 파울은 고의성은 없었으나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수적 열세에 빠진 제주는 광주에게 분위기를 내줬다. 결국 승리를 놓친 원인으로 이탈로의 퇴장이 지목됐다. 문제는 경기 후 분노에 찬 일부 사람들이 SNS를 통해 이탈로에게 악플을 남긴 것. 그중에는 인종차별을 의미하는 메시지가 섞여 있었다. 해당 피해는 이탈로뿐만 아니라 그의 여자친구에게까지 번졌다.
이를 두고 제주는 3월 3일 공식 SNS를 통해 이탈로의 인종차별 피해 사실을 알렸다. 구단은 “인종, 국적, 피부색, 문화적 배경을 이유로 한 어떠한 차별과 혐오도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스포츠가 지향하는 존중과 페어플레이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제주는 “본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 선수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겠다. 명백한 인종차별 행위에 대해 법적 대응을 포함한 강력한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는 피해 사실을 확인하고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었지만, 이탈로의 만류로 대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월 8일 FC안양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제주 관계자는 “구단이 이탈로와 이번 일을 두고 행정 절차를 밟을 것을 의논했다. 프로축구연맹도 법무팀을 통해 인종차별 피해 사실을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선수를 도울 것을 약속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탈로도 구단과 프로축구연맹의 입장을 전달받았다. 그러나 선수가 마음만 받겠다고 하더라. 본인을 비롯해 여자친구도 감사함을 표했다. 이탈로와 그의 여자친구는 한국에서도 인종차별이 얼마나 큰 문제인지 인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됐다고 했다. 함께 비판의 목소리를 내어준 K리그 팬들에게도 감동을 받은 듯하다. 무엇보다 개막하고 축구에 집중할 시기에 여러 행정 절차로 구단을 수고스럽게 만들고 싶지 않다고 정중히 뜻을 알렸다”라고 설명했다.
코스타 감독은 이탈로를 감쌌다. FC 안양전을 앞두고 그는 “선수에게 힘을 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우리 모두 이탈로와 함께 어려움을 겪었다. (인종차별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선수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가해자는 제주 팬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탈로는 팀에 필요한 선수다. 오늘 그는 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안양 원정에 동행했다. 우리는 절대 선수들을 뒤에 두지 않을 것이다. 이탈로에게 계속 힘을 전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양=김영훈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