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선 경기 나서지 못한 선수도 하나 돼” 2번째 월드컵 마친 송범근···“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땐 물 하나라도 더 전해주려는 마음이었다”

7월 2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대전하나시티즌의 경기. 송범근(28·전북)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마치고 처음 홈 팬들 앞에 선 날이었다. 송범근은 풀타임을 소화하며 무실점을 기록했다.

송범근은 웃지 않았다. 홈에서 대전과 0-0 무승부를 기록했기 때문. 평일 경기였음에도 이날 전주월드컵경기장엔 10,258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전북 팬들은 경기 후반부 ‘닥치고 공격’, ‘정신 차려 전북’을 외치기도 했다.

‘MK스포츠’가 대전전을 마친 송범근과 나눈 이야기다.

전북 현대 송범근. 사진=이근승 기자
전북 현대 송범근. 사진=이근승 기자
전북 현대 송범근 골키퍼.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 현대 송범근 골키퍼.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송범근은 2026 국제축구연맹 북중미 월드컵을 경험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이어 두 번째 월드컵 경험이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송범근은 2026 국제축구연맹 북중미 월드컵을 경험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이어 두 번째 월드컵 경험이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Q. 오랜만에 전주성 골문을 지켰다.

월드컵을 마치고 돌아온 뒤 처음으로 치른 홈 경기였다. 우리 팬들 정말 보고 싶었다. 그리고 꼭 이기고 싶었다. 팬들 앞에서 ‘잘 다녀왔다’는 인사와 함께 좋은 결과를 선물하고 싶었다. 그러지 못해 굉장히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 크다.

Q. 평소와 다른 감정도 있었나.

월드컵 일정이 길었다. 현지 적응을 위해 일찍 출국하면서 오랫동안 집을 비웠다. 홈구장에서 ‘다시 뛰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컸다. 집에 돌아와 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여러 감정이 뒤섞인 채 경기에 나섰던 것 같다.

Q. 이번 월드컵은 송범근의 축구 인생에 어떤 의미로 남았나.

축구를 시작한 날부터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골문을 지키는 것이 꿈이다. 아직 그 꿈을 이루진 못했다. 이번 월드컵도 내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었다. ‘월드컵에 출전해 한국이 좋은 성적을 내는 데 이바지하고 싶다’는 문장 하나로 축구를 시작해 끊임없이 나아가고 있다. 초심 잃지 않고 계속 정진하겠다.

Q. 송범근에겐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이어 두 번째 월드컵 경험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새롭게 느낀 점도 있을까.

우리가 이번 대회 개최국인 멕시코를 상대했다.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팀의 분위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느낄 수 있었다. 월드컵에선 경기에 나서지 못한 선수들도 하나가 됐다. 동료들이 잘하면 함께 기뻐했고, 그라운드 위 선수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려고 했다.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땐 물 한 병이라도 더 가져다주려는 마음이었다. 모두가 월드컵이란 큰 무대였기 때문에 더 뭉쳤던 것 같다.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

송범근.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송범근.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다시 전북으로 와 보자. 평일에도 10,258명의 관중이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대전전 후반부에 ‘닥치고 공격’, ‘정신 차려 전북’ 등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도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팬들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 같다. 경기가 끝난 뒤 라커룸에서도 이 부분을 이야기했다. 어떤 특별한 상황이 주어져야만 달라져선 안 된다. 선수들이 스스로 동기부여를 가지고 나아가야 한다. 우린 전북이다. 전북이란 팀에 걸맞은 마음가짐으로 훈련과 경기에 임해야 한다.

Q. 더블(K리그1+코리아컵 우승)을 달성했던 지난해와 가장 크게 달라졌다고 느끼는 건 무엇인가.

골키퍼는 골문에서 경기장 전체를 바라보지 않나. 우리 선수들의 움직임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본다. 거스 포옛 감독님이 계실 때와의 가장 큰 차이는 경기 템포인 것 같다. 지난해엔 훈련장에서의 템포가 실전에서 똑같이 나왔다. 돌아보면, 누군가가 시켜서 한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동기부여를 최대치로 끌어올려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이번 월드컵을 경험하면서도 경기 템포의 차이가 크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Q. 경기 템포 차이의 예시를 들어줄 수 있나.

작년엔 여유가 있었다. 볼 처리가 상대 압박이 들어오기 전에 이루어졌다. 올해는 압박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경기 템포가 정말 중요하다. 템포가 느리면, 팬들도 답답함,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지금 제일 중요한 건 경기 템포를 끌어올리는 거라고 본다.

송범근. 사진=대한축구협회
송범근. 사진=대한축구협회

Q. 포옛 감독과 정정용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 스타일은 다르다. 이 부분이 경기 템포에 영향을 미치는 걸까.

그런 부분도 있다고 본다. 감독님마다 추구하는 스타일이 다른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만 축구는 골을 넣는 스포츠다. 어떻게든 빠르게 상대 골문 앞으로 나아가 슈팅해야 한다. 빌드업이란 건 상대 골문으로 나아가기 위해 하는 것이다. 제일 좋은 빌드업은 단 한 번의 패스로 슈팅 기회를 만드는 거다. 이런 부분이 지난해 증명됐었다. 기회가 생겼을 때 조금 더 과감하게 해야 하지 않나 싶다.

Q. 날씨가 매우 덥고 습하다. 2, 3일 휴식 후 경기를 치러야 한다. 체력은 어떻게 관리하나.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나는 경기를 뛰고 나면 체중이 많이 빠지는 편이다. 땀을 많이 흘리는 선수들은 수분 섭취가 특히 중요하다. 아이스 배스로 몸의 열을 낮추고, 음식을 잘 챙겨 먹어야 한다. 하지만, 선수들이 신나게 뛰면 쉽게 지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항상 즐겁고 신나게 경기하는 건 어렵다. 그래도 공을 한 번이라도 더 받고 싶고, 어떻게 해서든 빨리 승리의 기쁨을 누리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런 마음이 있을 때 무더운 여름을 역동적으로 이겨낼 수 있다. 우리가 그런 부분을 더 보완해야 할 것 같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정상에 오른 스페인. 사진=AFPBBNews=News1
2026 북중미 월드컵 정상에 오른 스페인. 사진=AFPBBNews=News1

Q. 월드컵 결승전 봤나.

경기가 한국시간으로 오전 4시에 열려 실시간으로 보진 못했다. 하이라이트로 챙겨봤다.

Q. 선수의 눈으로 봤을 때 어땠나.

하이라이트만 봐도 보이는 게 있었다. 세계적인 선수들은 좁은 공간에서 문제를 해결했다. 감독이 전술을 철저히 준비하더라도 경기 상황은 계속 바뀐다. 세계적인 선수들의 머릿속에는 상황별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완전히 정리돼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한 선수가 움직이면 다른 선수들이 자동으로 반응했다. 세계 정상급 팀은 조직력과 상황 판단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최고의 골키퍼 우나이 시몬. 그는 조별리그 1차전부터 결승전까지 딱 1골만 허용했다. 사진=REUTERS=연합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 최고의 골키퍼 우나이 시몬. 그는 조별리그 1차전부터 결승전까지 딱 1골만 허용했다. 사진=REUTERS=연합뉴스
비토르 실베스트르 전 한국 축구 대표팀 골키퍼 코치. 그는 2018년 8월부터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 파울루 벤투 감독을 보좌했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비토르 실베스트르 전 한국 축구 대표팀 골키퍼 코치. 그는 2018년 8월부터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 파울루 벤투 감독을 보좌했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Q. 이번 대회 최고의 수문장 우나이 시몬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2010년대 마누엘 노이어에 이어 시몬도 활동 범위가 대단히 넓더라. 페널티박스 밖으로 나와 중앙 수비수 역할을 해주고, 빌드업에도 관여했다. 송범근도 이런 식의 플레이를 배워본 적이 있나.

어릴 적엔 그런 플레이를 배워본 적이 없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파울루 벤투 감독님이 대표팀을 이끌었을 때 처음 접했다. 당시 비토르 실베스트르 골키퍼 코치에게 수비 위치를 잡는 방법과 빌드업 등을 배웠다. 일본에서도 많은 걸 익혔다. 일본에선 골키퍼가 패스에 관여하는 상황이 아주 많더라. 그런 경험을 통해 ‘골키퍼도 이런 능력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전주=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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