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심, 대기심, 심판 평가관, 경기 감독관까지 교체 규정을 정상적으로 숙지하지 못했다. 심판진의 무능이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끼쳤다. 강원 FC가 억울할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강원은 8월 11일 강원도 강릉 하이원 아레나에서 열린 2026-27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플레이오프 감바 오사카(일본)와의 맞대결에서 연장 120분 혈투 끝 0-1로 패했다.
세계 축구계에서 보기 힘든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정규 시간(90분)을 0-0으로 마친 두 팀이 연장전에 돌입하기 직전이었다. 강원은 지친 강준혁과 고영준을 빼고 김도현, 이지호를 투입하려고 했다. 강원은 전·후반 총 세 장의 교체 카드를 활용한 상태였다. 경기가 연장전에 돌입하면 교체 1회와 1명을 추가로 바꿀 수 있는 규정에 따른 전략이었다.
정리하면, 강원은 연장 돌입 시 한 번에 3명까지 바꿀 수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대기심이 교체를 막았다. 해당 규정을 숙지하지 못한 것. 주심은 물론 심판 평가관, 경기 감독관 등 모두가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강원 정경호 감독은 결국 교체를 뒤로 미루고 연장전에 돌입했다. 강원은 연장 전반 13분 통한의 결승골을 헌납하면서 ACLE 출전권을 놓쳤다.
정 감독이 경기 후 취재진과 나눈 이야기다.
Q. 경기 총평.
중요한 플레이오프를 강릉에서 치렀다. 많은 팬께서 경기장을 찾아주셨고, 특히 나르샤 팬분들은 정말 끝까지 응원해 주셨다. 우리 선수들도 그 응원에 걸맞게 120분 동안 최선을 다했다. 부끄럽지 않은 경기였다고 생각한다. 모든 선수가 이기기 위해 경쟁하고 경합했다. 가진 에너지를 모두 쏟아부은 120분이었다. 하지만 결과가 너무나 아쉽다. 경기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했던 부분도 있었다. 감독으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그것 역시 우리가 극복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ACLE와 ACL2 출전 여부가 걸린 굉장히 중요한 경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아쉬움이 크다. 소통의 문제인지, 다른 문제였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결국 결과는 받아들여야 한다. 감독으로서 선수들과 잘 추슬러 남은 K리그1 일정을 준비해야 한다. 또 ACL2에 출전하게 된 만큼 그에 맞는 준비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90분 동안 양 팀이 명승부를 펼쳤다. 다만 연장 시작 직전 발생한 교체 관련 혼선이 승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당시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나도 교체 규정을 숙지하고 경기에 들어왔다. 90분 동안 세 차례 교체를 단행했다. 전·후반 90분이 끝난 뒤 연장전에 들어가면, 추가로 한 차례 교체 기회가 주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남아 있는 교체 인원은 그 기회에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강준혁과 고영준이 많이 지쳐 보여서 김도현과 이지호를 투입하려고 준비했다. 연장전에 들어가면서 두 선수를 교체하려고 했는데, 교체가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왜 안 됐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당시에는 ‘한 명밖에 교체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준비했던 교체를 그대로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여러 가지가 복잡하게 얽혔다.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면서 교체를 진행하려고 했는데, 이후에는 다시 ‘세 명까지 교체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갑작스럽게 세 명을 교체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감독으로서 준비했던 플랜은 90분까지 괜찮았다. 하지만 교체 과정에서 혼선이 생겼다. 소통의 문제인지, 다른 문제였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분명한 건 90분이 끝난 뒤 우린 두 명을 교체하길 원했지만,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후 교체를 진행하려고 하니 ‘세 명까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무엇이 정확한 규정이고 매뉴얼인지 나도 순간적으로 혼란스러웠다. 나 역시 규정을 숙지하고 경기에 들어왔지만 당시 상황에서는 혼란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실점까지 나왔기 때문에 더욱 아쉽다. 감독으로서 힘이 많이 빠질 수밖에 없는 연장전이었다.
Q. 선수들에게 특히 아쉬움이 큰 경기일 것 같다. 선수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나.
아직 선수들을 제대로 만나보지 못했다. 선수들의 낙심이 굉장히 클 것 같다. 결과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선수들도 보였다. 스태프들도 마찬가지다. 이 한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정말 많은 사람이 노력했다. 많은 스태프가 고생했고, 선수들도 준비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이 결과를 받아들이기가 더욱 힘들 것 같다. 하지만 결과를 되돌릴 수는 없다. 이제 K리그1 울산 HD 원정이 기다리고 있다. 우선 몸을 잘 회복해야 하고, 무엇보다 심리적으로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 나도 마찬가지다. 감독으로서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잘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Q. 지난 시즌 아시아 무대를 처음 경험했을 때와 비교하면, 강원이 그때보다 발전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결과는 아쉽지만 이번 경기에서 얻은 수확이 있다면.
성과라고 한다면 감바라는 전통 있는 팀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했다는 것이다. 감바는 J1리그에서 우승을 다투는 팀이다. 우리가 감바와 대등한 템포로 경기를 풀어갔다. 주도권을 가져올 때도 있었고 내줄 때도 있었지만, 강원이 아시아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경기를 잘했다. 강원이 많이 발전했다는 걸 증명했다고 본다. 우리 선수들이 굉장히 대견하다. 다만 이번 경기를 또 하나의 자산으로 삼아야 한다. K리그1에서 지금보다 더 나은 플레이와 높은 템포의 축구를 보여줄 수 있도록 감독으로서 잘 준비하겠다.
[강릉=이근승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