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는 지금껏 FA 투수를 영입해 재미를 못 봤다. 진필중도, 박명환도 실패였다. 세 번째 FA 투수인 정현욱은 그 악몽을 씻어낼까. 사진= 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LG 트윈스가 17일 자유계약선수(FA) 정현욱을 영입했다. 원 소속팀인 섬상 라이온즈와 합의를 하지 못해 시장에 풀린 지 반나절도 안 돼 이뤄진 특급 계약이었다. ‘잘 데려갔다’라는 호평이 쏟아지는 가운데 ‘FA 투수의 무덤’으로 불리는 LG이기에 우려도 적지 않았다.
시장 평가는 우호적이다. 국내 최고의 불펜으로 꼽힌 정현욱이다. 1996년 삼성에 입단 정현욱은 2008년 빛을 보기 시작해, 삼성의 철벽 불펜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실력은 두 말 할 것 없다. 평균자책점 3점대로 준수했고 제 몫을 다했다. 2009년과 2011년에는 홀드 부문 2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튼튼하다. 큰 부상 없이 매년 마운드에 올라 던지고 또 던졌다. 2008년 이후 해마다 50경기 이상 출전했고 평균적으로 70이닝 이상(올해만 62⅔이닝)을 소화했다.
그러나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LG와 FA 투수의 궁합이 너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FA 제도가 생긴 이래, LG는 FA 투수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LG 팬에겐 끔찍한 악몽과도 같았다. 두 번 다시 입에 올리고 싶지 않은 이름이다.
LG는 정현욱 이전까지 두 명의 FA 투수를 외부에서 영입했다. 2003년 진필중을, 2006년에는 박명환을 데려왔다. 당시 명분은 있었고, 시장가치도 좋았다. 진필중은 최고의 마무리였고, 박명환도 10승을 보장하는 선발투수였다.
마무리와 선발 에이스가 필요했던 LG로선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으나, 결과는 최악이었다. 둘을 데려오기 위해 거액(진필중 4년 30억 원, 박명환 4년 40억 원)을 썼지만, LG가 쏟은 돈만큼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FA 투수 먹튀’였다.
진필중은 2004년부터 2006년 3년간 LG 소속으로 3승 14패 15세이브를 기록했다. 총 127이닝 밖에 못 던졌다. 철벽 마무리를 기대했으나 불만 질렀다. 이에 선발로 전환했으나 이마저도 성에 차지 않았다.
박명환도 다르지 않았다. 얼굴 보는 것조차 어려웠다. 계약 첫 해인 2007년에만 10승(6패)을 올렸을 뿐, 잦은 부상으로 몸값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경기 출장도 24경기에 그쳤다. 평균자책점은 6점대를 넘어섰다.
마무리도 좋지 않았다. 노쇠한 진필중은 현역에서 물러났고, 재기에 실패한 박명환은 방출 수순을 밟았다. 확실한 에이스도 믿음직한 마무리도, 외부 FA 투수 영입으로 이를 이루려했던 LG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과거는 현재와 미래를 보는 거울이다. 때문에 LG의 정현욱 영입은 모험일 수도 있다. 두 번의 쓰라린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다시 한 번 도전을 택했다. LG로선 이번만큼은 대박까진 아니더라도, 정현욱이 평소만큼의 실력을 펼쳐주길 희망할 터다.
불펜으로서 허리 강화, 정신적지주로서 결속력 강화 외에도 정현욱이 LG에서 할 일은 또 하나 늘었다. LG는 FA 투수 무덤이라는 전통을 깨트려야 한다. 과연 4년 동안 정현욱은 그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