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선발투수’ 백정현(삼성)의 목표는 간단하다. ‘긴 이닝’이다. 오랫동안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고 싶다. 그게 뒤이어 등판할 투수들의 짐을 덜어주는 것이다.
이루고 싶은 목표도 있다. 6이닝이다.
불펜에서 주로 활동했던 그는 올해 김기태의 이탈로 두 차례(9월 10일 대구 NC전-16일 문학 SK전) 선발 등판했다. 3⅓이닝(1실점)-2⅓이닝(6실점). 투구수가 76구와 62구로 많았다.
누구보다 아쉬워했던 건 본인이다. 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백정현은 지난 2014년 5월 7일 문학 SK전에서 5⅔이닝(105구)을 소화했다. ‘2년 전 같이 하면 된다.’ ‘그때보다 아웃카운트 1개만 더 잡으면 된다.’ 백정현은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11일 만에 다시 주어진 선발 기회. 늘 벼랑 위에 있었지만, 이번에는 더욱 끝에 몰렸다. 전승이 필요한 삼성에게 1패는 치명적이다.
삼성은 최근 타선을 앞세워 3연승을 했다. 24점을 뽑았다. 그런데 27일 이상 징후가 있었다. 21세의 투수 장현식을 또 무너뜨리지 못했다.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고도 결정타가 없었다. 4회초에는 무사 만루 찬스조차 놓쳤다. 백정현의 어깨는 더 무거웠다. 타선이 침묵하니 그만큼 백정현이 버텨줘야 했다.
아니나 다를까. 기회 뒤 고비였다. 3회까지 9타자 연속 아웃시킨 백정현에게 첫 위기가 찾아왔다. 4회말 풀카운트 끝에 이종욱과 권희동을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2사 1,2루. 타석에는 나성범이었다. 0의 균형이 깨질 경우, 흐름이 묘하게 NC로 넘어갈 수 있던 순간. 백정현은 공 1개로 나성범을 잡았다.
백정현이 힘을 내니 삼성 타선도 화답했다. 5회초 무사 1,3루에서 구자욱의 내야 땅볼과 조동찬의 적시타, 이흥련의 희생타가 이어지며 3점을 뽑았다.
5회말 2사 2,3루서 이종욱을 루킹 삼진으로 처리한 백정현은 승리투수 요건을 충족했다. 하지만 그의 투구는 계속됐다.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볼넷과 포일, 내야땅볼 등으로 안타 없이 1점을 내줬으나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았다. 6이닝 목표를 이루지 못했지만 109구의 역투였다. 프로 데뷔 후 최다 투구수.
통산 9번째 선발 등판. 그 9번의 도전 끝에 첫 선발승의 감격을 누렸다. 선발투수로서 가능성을 남겼다. 미래뿐이 아니다. 현재의 그 기쁨은 곧 삼성의 기쁨이다. 이번이 마지막일지 모를 하루살이 생활에 단비와 같았다. 삼성은 백정현의 호투에 힘입어 시즌 첫 4연승을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