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창원) 이상철 기자] 지난 21일 NC와 LG의 플레이오프 1차전, 에릭 해커(NC)는 7회까지 95개의 공을 던졌다. 해커는 9월 이후 정규시즌 6경기에서 평균 97.3구(총 584구)를 기록했다. 교체 타이밍일 수도 있지만 해커를 8회에도 마운드에 올렸다. 김경문 NC 감독의 강한 필승 의지도 있지만 해커에 대한 믿음과 배려도 있다.
해커는 최고의 피칭을 펼쳤다. 6회초 2사 후 이천웅에게 안타를 맞기 전까지 ‘노히트’였다. 7회초 히메네스의 홈런도 마산구장만의 ‘야속한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해커에겐 불운이었다. 그 외에는 완벽했다. LG 타선을 잠재웠다. 최고 구속도 149km. 김 감독도 깜짝 놀랄 정도.
게다가 NC는 4회말 무사 1,3루 기회를 못 살렸다. 찬스 무산은 투수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지난 13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의 스캇 맥그레거(넥센)처럼 무너질 수 있던 상황. 하지만 해커는 흔들리지 않았다. 김 감독은 “바로 무너질 수도 있는데 해커가 잘 버텨줬다. (포스트시즌 경기를)계속 하면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만든 것 같다”라며 흡족해했다.
0-1의 스코어였다. 점수를 못 뽑았으나 NC 타자들의 타구 질은 나쁘지 않았다. 찬스도 LG보다 더 많이 만들었다. 1점차라면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 박빙의 승부, 호투 중인 해커를 무리해 뺄 이유는 없었다. 더욱이 포스트시즌이다. 투구수 제한도 정규시즌과 다르다. 좀 더 유연해진다.
김 감독은 해커에게 1이닝을 더 맡길 계산이었다. 패전 위기의 해커에게 포스트시즌 첫 승의 기회를 주고 싶어서다. 그게 김 감독은 8회 마운드에 올린 배경 중 하나였다고 했다. 해커는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 3경기에 등판해 3패 평균자책점 7.11을 기록했다. 승운이 안 따랐다. 그가 마운드에 있을 때 타선은 1점도 지원하지 못했다.
그러나 해커가 8회초 선두타자 정상호에게 다시 한 번 홈런을 허용하면서 다음 기회를 노려야 했다. 8회초 공 2개를 더 던진 해커의 교체. 피안타를 3개밖에 허용하지 않았지만 0-1과 0-2의 스코어는 달랐다. 그리고 4차전 혹은 5차전 선발 등판도 준비해야 했다.
비록 해커는 또 다시 무득점 지원에 승리투수가 안 됐지만 NC의 역전승에 기여했다. 김 감독은 전날 경기를 마친 이후 “해커가 많은 이닝을 소화할지 걱정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 던져줬다. 그렇기 때문에 역전 기회가 찾아와 뒤집기가 가능했다”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