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리그에서 가장 빨리 도달한 10승, 1711일 만에 이뤄낸 ‘천적’ 넥센 상대 스윕. 18일 오전 현재 단독선두를 달리고 있는 KIA 타이거즈의 시즌 초 낭보들이다. 무엇이 팀을 이토록 강하게 만들었을까. 비결은 유연한고 적극적인 변화에 있다.
KIA는 시즌 전부터 강팀으로 예상됐다. 디펜딩 챔피언 두산의 대항마로 유력하게 거론됐다. 하지만 초반부터 이렇게 가파르게 질주할 것이라고는 예상하기 힘들었다. 이유는 KIA를 감싸는 몇몇 불안요소들 때문.
4-5선발, 불펜, 부상자들, 경험 부족한 포수진 등이 대표적인 KIA의 약점들로 꼽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 부분들이 강조되더니 잠시 흔들리기도 했다. 4선발 김진우는 개막도 전에 부상으로 이탈했고 선발후보 영건 김윤동과 홍건희도 시작부터 구위에서 실망을 안겼다. 고효준도 마찬가지. 선발진 그림 자체가 어그러졌다.
KIA 타이거즈가 시즌 초반 기대 이상의 저력으로 리그 선두(18일 오전 현재)를 달리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불펜은 더했다. 매우 불안했다. 마무리투수 임창용의 불안한 구위는 팀 뒷문을 헐겁게 만들었고 시범경기 때 뜨거웠던 한승혁도 막상 시즌에 돌입하자 여전한 제구불안을 노출했다. 18일 오전 현재 팀 마운드 평균자책점 8위(4.54), 그 중 불펜만 따로 본다면 10.15로 최하위다.
베테랑투수 윤석민은 시즌과는 멀리 떨어져 수술과 재활에 들어갔고 내야의 핵심 안치홍도 늑골 부상으로 시즌 초반 잠시 이탈한 뒤 복귀했다. 이범호도 햄스트링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갔다. 포수진은 이홍구와 한승택 모두 만족스럽지 못했는데 공격과 수비, 결정적으로 경험이 부족했다.
이처럼 열거하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적지 않은 게 KIA의 초반 리스크들이었다. 최형우 효과 등 긍정적 요소들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중상위권 이상을 점치기 어려웠다.
수비력이 돋보이는 김민식(오른쪽)을 영입하는 등 발 빠른 변화가 KIA의 시즌 초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그러나 KIA는 이 모든 악재 및 불안요소들을 하나하나 제거하고 있다. 방법도 다양하다. 우선 선발진은 또 다른 기대주 임기영을 키웠다. 지난해 군에서 제대한 뒤 팀에 합류한 임기영은 시범경기를 지나 5선발로 낙점 받더니 현재는 4선발 이상의 중책을 맡을 정도로 좋은 구위를 펼쳤다. 5선발 특성상 빠르게 선발기회를 잡기 어려웠는데 김기태 감독은 미래를 본다며 기회를 줬고 임기영은 두 차례나 화답했다. 꾸준함이 관건이지만 현재로서는 구멍 뚫린 4-5선발에 한 줄기 희망이 됐다.
불펜 고민은 아직 현재 진행 형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KIA 불펜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하나씩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우선 구위가 떨어져 매번 불안감을 노출했던 임창용의 보직이 유동적으로 변했다. 형님리더십의 대가인 김 감독답게 장고를 거듭했으나 결국 선택은 변화였고 해답은 집단마무리였다. 한승혁, 심동섭 등 불펜자원들 중에서 당일 컨디션을 고려하고 있다. 더불어 선발카드였던 김윤동을 불펜으로 전환해 옵션을 늘렸다. 김윤동이 의외의 안정감을 보여주며 지난 한 주 KIA 불펜이 최선은 아니더라도 급한 불은 진화했다는 느낌을 줬다.
포수자원은 트레이드로 해결했다. SK에서 이재원의 백업포수 역할을 하던 김민식을 보강했다. 수비가 탁월한 김민식은 그전까지 경험 및 수비력이 부족했던 KIA 안방마님 자리를 변화시켰다. 다소 약했던 포지션을 순식간에 안정감 있게 만들었다. 함께 이적해온 외야수 이명기도 몇 차례 좋은 경기력으로 외야진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재능이 많았던 노수광과 이홍구를 SK로 보낸 것은 아쉬울 법 했지만 오히려 새 팀에서 더 많은 기회를 받고 있어 리그 전체에 긍정적 선례를 남겼다는 평까지 받았다.
이처럼 KIA는 여러 불안요소가 노출됐지만 발 빠르게 하나씩 바꿔갔다. 신예를 향한 신뢰, 보직변화, 트레이드까지. 하나같이 위험하고 어려운 일이지만 과감히 단행하며 변화를 꾀했다. 고집보다는 변화를 통해 활로를 찾았다. 일단 현재까지 결과는 좋게 작용되고 있다. 그러자 사령탑의 리더십도 살고 팀 성적도 사는 분위기다.